토요일 MBC 방송대학을 진행하면서, 김태호 피디에게 늘 궁금했던 질문을 던졌다.
"면접 때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오셨나요?"
김태호의 신입사원 면접 당시 옷차림은 선배들 사이에서 화제였다.
머리는 노랗게 물들이고 귀걸이에 날라리 패션으로 면접장에 온 김태호.
"면접을 앞두고 까맣게 염색을 했었는데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면접은 나를 MBC에 소개하는 자리인데, 거짓으로 꾸밀 수는 없지 않은가.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드리자. 머리 물들이고 귀걸이 달고 면접 갔죠. 그랬더니, 면접을 담당하는 인사부 선배님이 저를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셨어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어요. 만약 내 외모 때문에 나를 떨어뜨린다면, 그런 회사는 다니지 않겠다. 다행히 합격시켜주셨죠."
개성이 강한 김태호 피디가 MBC에서 승승장구하는 이유? 그는 면접 때 이미 MBC 조직 문화를 간을 본 셈이다. '개성이 강한 나를 뽑아준 회사이니만큼, 남 눈치 보지말고 마음껏 내 개성 대로 만들어도 되겠구나.' 김태호는 회사에 자신을 맞추기보다, 자신에 걸맞는 회사를 찾으려했다.
그리고 그 결과, MBC는 김태호라는 걸출한 피디를 얻게 된다. MBC라는 회사를 내가 사랑하는 이유? 회사에 사람을 맞추지 않는다.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이 만들고 싶은 걸 만들 수 있다. (김재철 사장 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인생을 즐겁게 사는 비결? 간단하다. 세상 사람들의 시선에 나를 맞추기보다 나 자신에 세상을 맞추어 살면 된다. 이렇게 멋진 나를 거절하는 회사에서는 일하지 않겠다는 자세로 살면 된다.
면접에서 탈락하거나 실연당하면, '이게 다 내 탓인가?' 그런 고민으로 괜히 자신을 구박하지 말라. 이렇게 멋진 나를 알아보는 회사나 사람을 찾으면 된다. 그런 거절과 탈락의 과정이 숱하게 이어져 백수로 살게 된다면, 기죽지 말고 자신감 있고 멋진 백수로 살면 된다. 절대 세상의 기준으로 스스로를 낙오자라 규정하지 않는다.
어차피 백수라면 그 과정을 즐기는 것도 멋진 도전이다. 천민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세상에는 비루한 돈벌이에 구애받지 않고 사는 것, 대단한 도전 아닌가?
요즘보다 취업이 용이하던 1991년 가을, 7군데에 입사 원서를 냈는데, 7군데에서 모두 서류탈락했다. '나는 왜 이렇게 못났을까?' 자학하지 않았다. '바보들... 이런 나를 몰라주고 안 뽑다니...' 생각해보면 다들 고마운 회사다. 담당자들이 내 입사 원서를 보고, '이 분은 스펙이나 보고, 학점이나 따지는 좀스런 회사에 오실 분이 아니야. 더 좋은 회사에 가서 더 큰 일하실 분이야.' 눈물을 머금고 나를 탈락시킨게 틀림없다.
나는 나를 사랑하며 산다. 세상이 나를 좋아하든 미워하든 신경쓰지 않는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나를 사랑해줄 것인가.
세상의 기준에 나를 맞추기보다, 나의 기준에 세상을 맞춘다.
20대에는 나를 알아주는 세상을 찾아다녔고,
30대에는 세상이 나를 알아주기를 애태우며 바랬다.
40대에는? 다만 세상을 즐길 뿐이다. 내 주위에 있는 이 아름다운 세상을.
강화도 전등사, 절간에서 만난 개. 나는 저런 해탈한 표정을 가진 개를 좋아한다.
오늘의 보너스 영상, 한 남자의 초라한 말로를 보여드리겠다.
한 줌 권력에 집착해 언론의 자유와 공영방송의 가치를 짓밟은 사람. 그리하여 이제는 스스로를 인정할 수도, 사랑할 수도 없게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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