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의 일이다. 부모님이 맞벌이하느라 낮에는 집에서 동생과 둘이서 지냈다. 어머니는 우릴 두고 나가시는게 미안했는지, 매일 우유 하나 씩 먹으라고 동네 가게에 돈을 맡겨 두셨다. 처음엔 꼬박 꼬박 우유만 먹다가, 어느날 꾀가 났다. '할머니, 오늘은 우유 대신 과자로 먹을게요.' 가게 주인 할머니는 그러라고 하셨다. 결국 엄마가 맡겨둔 우유값은 우리에게 과자값이 되었다. 매일 가게에 들러 우유 값 만큼 과자를 마음껏 골라 먹는게 우리 남매에게 최고의 낙이었다. 부모님은 몰랐던 가게 할머니와 우리 남매의 비밀 거래~^^

 

요즘엔 이런 작은 가게들이 없다. 주인 할머니 대신 24시간 교대로 일하는 편의점 알바생이 있다. 구멍가게 앞 평상에 앉아 콜라를 마시는 대신,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신다. 재래 시장이 사라지고 대형 마트가 들어섰다. 

 

대학 내내 당구장에 들인 돈을 보니, 그 돈이면 차라리 당구장을 개업하는 게 낫겠다며 당구장을 연 선배가 있었다. 정말 부러웠다. 매일 매일 당구장에서 돈 안 내고 당구치는 선배의 모습이...

 

인생에 행복은 간단하다. 누군가의 노예로 사는 대신, 주인으로 살면 된다. 더 친절한 세상을 원한다면, 더 행복한 세상을 만들면 된다. 구멍 가게 주인의 삶을 지켜주고, 동네 찻집 주인의 꿈을 지켜주면 된다. 24시간 교대 근무에 시달리는 알바생 대신, 가게 사장님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면 된다.

 

20대의 꿈은 20대가 지켜줘야한다. 조금 낯설더라도 스타벅스 대신 고유의 색깔을 지닌 찻집을 찾아야한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편의점이나 대형마트 대신 동네 구멍 가게를 애용해야 한다. 프랜차이즈만 맹목적으로 찾는 우리의 소비 행태, 결국 우리 자신의 미래의 꿈을 죽일 뿐이다.

 

더 친절한 세상, 결국 그건 더 행복한 세상이다. 

 

ps. 똑같은 논리로, 나는 이번 MBC 파업에서 지는 것이 정말 두렵다. 언론자유를 외치며 투쟁에 나선 이들이 좌절한다면, 그리고 그들이 좌절하도록 세상이 방치한다면... 이제 제작 자율성을 누리는 행복한 기자나 피디 대신, 회사 눈치만 보는 계약직 기자와 외주 피디만 늘어날 것이다. 

 

이기고 싶다... 함께 싸우고 있는 이들의 삶을 위해.

 

하지만 100일이 넘도록 파업이 방치되는 걸 보며 의문이 들 때도 있다. 

"혹시... 우리가 지켜줘야 할 사람들을 우리가 지키지 못했기에,

이젠 우리를 지켜줄 사람이 없어진 건가?"

 

두렵다... 미치도록 두렵다...   

 

 

 

우리 집 민서가 행복한 세상을 꿈꾼다.

행복한 어른들로 가득한 공간에서 아이는 행복한 세상을 꿈꿀 것이다.

반드시 이기고 더 행복한 세상을 꿈꿀 것이다.

 

 

 

파업 101일차 나의 일상.

아나운서 일일 주점을 찾았다. 저 늘어선 줄~ 완전 대박!

혹시 MBC 파업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찾아오셨으나 줄이 길어 포기하신 분들께는...

살며시 계좌이체를 권합니다. ^^

 

 

MBC노조 공식 후원계좌

기업 222-009882-01-030

예금주: 정영하(노조위원장)

 

 

-조합계좌가 회사측에 의해 가압류되어 공식 후원계좌가 위와같이 변경되었습니다-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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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5.10 10: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 미권스 2012.05.10 19: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날씨도 좋은데 더 더워지기전에 여의도에서 용민운동회처럼 2탄? 파업운동회 하면 어떨까요?
    MBC파업팀 KBS파업팀 국민일보팀 YTN팀 연합뉴스팀등 각각 나눠서요 ㅎㅎㅎ
    시민들은 좋아하는 언론사쪽에 함께해서요 ㅎㅎㅎ

    파업후원을 위한 경매행사도 하구요 장터도하구 ㅎㅎ

  3. 힘내세요 2012.05.11 16: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권력에 부역하는 이들도 두려울거에요. 두려우니까 더욱 열심히 부역하겠죠. 오늘도 두려움에 당당함으로 대응하시길.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