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에 입사하고 정말 이해하기 힘든 게 하나 있었다. 바로 동일 직급 동일 호봉제였다.
시청률 30%가 넘는 대박 피디나 시청률 5% 밖에 안되는 쪽박 피디나 월급은 똑같다. "회사에 더 많이 기여한 사람이 당연히 더 많이 받아가야 하는 거 아냐?" 어떤 사람은 노동조합이 강한 MBC 조직문화의 폐해라고 했다. 과연?
시청률이 대박 난 피디는 그 만큼 돈을 더 받는 게 맞는가? 나는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내가 대박 피디가 아니라서 그런게 아니다. 아, 구차하다... ^^) 나는 프로그램 시청률과 월급을 연동시켜야 한다는 의견에 반대한다. 드라마 피디를 계약직화하여 능력 있는 피디만 남기는 것도 미친 짓이다. 왜?
창작자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있어 성공의 보상보다 중요한 것은 실패의 용인이기 때문이다. 시청률이 대박났을 때 월급을 더 달라고 얘기하는 것은, 시청률이 쪽박나면 월급이 깎여도 된다는 것이다. 프로그램이 망하면 회사에서 쫓겨나는 시스템, 그건 창작자의 경쟁력을 높이기보다 창작 열의를 깎아 콘텐츠의 다양성이나 진취성을 죽이는 일이다.
뉴논스톱은 초반 6개월 평균 시청률이 7%였지만, 회사에서 믿고 기다려준 덕에 후반 시청률 20%를 넘겼다. 무한도전이 성공해서 7년째 달리는 이유? 초반 6개월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실패를 용인해주었기 때문이다. '해를 품은 달'이 성공한 이유? 초기작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김도훈 피디를 믿고 기회를 계속 주었기 때문이다.
실패하는 사람도 보듬고 보살필 줄 알아야 조직의 경쟁력이 살아난다. 성공한 사람만 보상하는 조직은 경직된 문화를 부르고 실패에서 배울 기회는 사라진다.
버팔로를 잡아 먹고 사는 인디언 마을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마을 사람 100명이 뛰어다니며 버팔로를 몰고 창을 던져 버팔로를 잡는데, 이때 버팔로를 맞히는 창은 3개 정도 된다. 그렇게 잡은 버팔로를 100명이 나눠먹으며 산다. 그러던 어느날 한 인디언이 말한다. "근데, 매번 버팔로를 죽이는 건 난데 왜 다른 사람과 공평하게 고기를 나눠먹어야 하지?"
그래서 다들 창에 자기 이름을 쓴다. 버팔로에 꽂힌 창의 주인들만 고기를 먹기로 합의한다. 그렇게 하다보니 몇달 연속 버팔로를 한번도 맞히지 못하는 사람은 결국 굶어죽기 시작한다. 100명이던 마을은 70명으로, 다시 50명으로 줄어든다. 이제는 버팔로 사냥이 갈수록 힘들어진다. 100명이 뛰며 몰고, 100명이 창을 던지면 3개가 맞는 확률인데, 50명이 모니 쉽지 않고 창 1,2개만 맞은 버팔로는 그대로 달아나기 일쑤다. 결국 마을 모든 사람이 굶어죽게 된다.
MBC가 콘텐츠 강국으로 수십년을 이어온 이유? 피디들의 자율성을 보호하고 실패를 용인하는 조직문화 덕분이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전조합원이 철통같이 지켜온 노동조합이 있다.
더 행복한 직장을 바란다면, 성공을 보상해주기를 바라지말고 실패를 용인해주기를 바래라. 성공은 그 자체로 보상이다. 일을 즐기는 사람은 월급을 더 주지 않아도 일의 보람과 성공과 인정만으로 버틸 수 있으니까.
노동조합이 없는 회사가 성공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회사 내 소외된 이들을 지켜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나는 노동조합 없는 회사에 가서 성공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나를 보호하고 지켜줄 노동조합을 원한다. 그게 더 행복한 직장을 만드는 비결이라 믿기 때문이다.
연속 기획으로 쓰는 글이다. 다음은 '더 즐거운 삶을 원한다면...'으로 이어가겠다. ^^
우리의 파업이 즐거운 이유? 행복한 직장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니까~
서늘한 간담회 공개 녹화에 앞서 이야기 손님으로 오신 정연주 KBS 사장님~ '나는 삐끼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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