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딴따라다.

MBC 입사 동기 중에 나 못지 않은 딴따라가 있다.

둘다 춤 추는 걸 좋아해서 홍대 클럽에 자주 다녔다.

우리는 술이나 담배는 입에 대지 않는다. 그래서 클럽에 가면 콜라 한 캔 씩 시켜놓고, 밤새 춤만 췄다.

 

여자에게 작업 건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추러 가서 여자에게 시선을 던지는 건 춤을 모독하는 행위다. 춤을 추기 위해 술을 마셔야 한다는 것 역시 춤에 대한 모독이다. 춤을 좋아하는 사람은 술에 취해 추는 춤은 좋아하지 않는다. 무대는 춤을 추는 성지이거늘!

 

나랑 춤추러 다니던 딴따라 친구가 김재환 PD다.

지금은 영화 '트루맛쇼'로 유명해진 한국의 마이클 무어, 김재환 감독.

경향신문을 보니, 그가 올해 'MB의 추억'이라는 영화로 전주국제영화제를 찾는단다.

 

 

문득 석달전의 전화 통화가 생각났다. 김재환 감독이 이버에 뜬 나의 기고문을 보고 전화했었다. 당시 기고문의 제목은 '기어코 딴따라도 일어나게 하시네요. 김재철 사장님, 어금니 꽉 깨무세요.'

(기사 원문은 아래 링크로~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93849)

 

"기사 잘 봤어, 형. 근데, 형이나 나나 딴따란데, 우리가 어쩌다 선봉에 선 투사가 되었지?"

"그러게 말이다. 세상이 정말 웃기는 거지. 우리같은 딴따라를 전장으로 소환해내고.^^"

 

작년에 그가 '트루맛쇼'로 방송3사 맛집 프로그램의 위선을 공격했을 때, 나는 속으로 빙긋이 웃고만 있었다. 회사에서는 MBC를 다닌 그가 나가서 회사를 공격하는 영화를 만든다고 불편해 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나는 김재환을 안다. 누구도 그를 말릴 수는 없다. 기본적으로 딴따라는 자신의 쾌락을 위해 사는 사람이다. 땡기는 일이 있으면 그냥 한다. 

 

남자 둘이서 클럽에서 콜라만 마시며 춤에 빠져들면, '미친넘들!' 하는 시선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신경쓰지 않는다. 세상의 시선 때문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접으면 진정한 딴따라가 아니다.

 

'트루맛쇼', 회사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고 혼자 몰래 가서 봤다. 미친듯이 웃으면서 봤다. 김재환다운 재기가 가득한 영화였다. '그래, 내가 다닌 회사라고, 쓴소리도 못하면 김재환이 아니지.' 

 

그런 그가 'MB의 추억'으로 돌아온다. 가카 퇴임 후에 상영해야 할 영화를, 가카 임기 중에 영화제에 올린다. '역시, 김재환이야!'

 

기대된다. 'MB의 추억' 장담컨대, 정말 무서운 이야기를, 정말 웃기게 풀었을 것이다. 내가 아는 김재환은 그런 사람이니까. 딴따라 둘이서 무대에서 미친듯이 춤만 추는 모습, 어찌보면 무섭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웃긴다. 분명 김재환은 세상 이목 신경 안쓰고 미친듯이 MB의 추억만 파고들었을 것이다. 낄낄 거리고 만들었을 것이다. 폭소는 보장된 영화다.

 

아, 부럽다.

누구는 현직 대통령을 까는데, 나는 겨우 MBC 사장만 까고 있구나.

빨리 현업 복귀해서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 내 머리속에는 벌써 악역에 대한 그림이 다 나왔다.

 

주인공을 괴롭히는 회사 사장이 하나 있다. 이분이 회사 규모는 작지만 법인카드 쓰는 내공으로는 재벌 저리가라다. 집에서는 쫓겨났는지 늘 특급 호텔을 전전하며다. 호텔 식당에 같이 자주 가는 여자는 종업원에게 사모님 소리를 듣지만 정작 사모님은 아니다. 업무상 해외 출장을 자주 가는데, 갈 때마다 어떤 무용 공연을 꼭 보고 돌아온다. 그런데 사실 알고보면...!

 

아, 근질거려 미치겠다. 악당 캐릭터가 이렇게 생생하게 머리속에 그려진 적이 없는데! 빨리 이 감을 갖고 하나 만들어야 될텐데!!!

 

참아야겠다. 기다리는 동안 김재환 감독의 'MB의 추억'이나 봐야겠다. 분명 내 머리속의 악당과 그 영화의 주인공은 닮은 꼴일테니까! ^^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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