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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PD 스쿨

다시 언론의 민주주의를 말한다

by 김민식pd 2012. 4. 20.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면서 책 한권을 보다 도저히 머리에 들어오지 않아 집어던졌다.

 

댄 브라운에겐 정말 미안한데 'The Lost Symbol'은 정말 진도가 안 나갔다. 그의 전작인 '다빈치 코드' '천사와 악마' '디셉션 포인트' 등을 읽고 나니, 작가의 수가 빤히 보인 탓인가? 아니면 한가하게 워싱턴에 숨겨진 프리메이슨의 비밀을 추적하고 있기에, 내 코 앞에 닥친 한국 사회의 미스터리, 한국 언론의 위기가 너무도 심각한 탓인가?

 

이번 총선 보도를 보며 느낀 수수께끼가 하나 있다. '언론 장악의 결과가 참 무섭구나.  그런데 왜 사람들은 한국 언론의 위기를 깨닫지 못할까?'

 

누군가 물었다. 언론 장악의 구체적인 보도 사례를 들어보라고.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언론장악으로 나간 잘못된 보도 사례를 들기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잘못된 보도가 나가는게 문제가 아니라, 보도가 아예 안나가는 게 문제이기 때문이다.

 

 

 

 

언론 장악은 간질환과 같다. 아파도 통증이 없는 침묵의 장기처럼 병들어도 병든 것을 알기 어렵다. 강정 마을이나 유성 기업 파업, 한진 중공업 사태 대신 한류 콘서트나 여의도 벚꽃 인파가 뉴스에 나와도 강정이나 유성을 모르는 사람은 문제 자체를 모르고 넘어가게 된다. 수억원이 오가는 정치권의 비리 스캔들과 수십만원을 훔친 지하철 소매치기단을 똑같이 다루면, 사람들은 오히려 후자를 주시한다. 당장 나한테 와닿는 문제는 일반 생계형 범죄니까. 생활 밀착형 뉴스랍시고 정치 대신 사회 뉴스만 늘려도 시청률은 오른다. 이렇게 교묘하게 조작할 수 있는게 뉴스다. 

 

이때문에 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언론인 스스로 자정의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조중동이나 정권에 장악된 공중파가 보여주었듯이 공익보다는 철저히 일부의 사익에 복무하는 언론인에게 양심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전문가를 믿을 수 없을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민의식이다. 두 눈 부릅뜨고 언론을 감시하는 시민의식이 더더욱 필요한 때다. 잘못을 바로 바로 지적하여 부끄러움을 느끼게 해야한다.

 

이 시대 최고의 언론 열사를 아시는가? 언론 자유를 위해 석달째 파업하고 있는 MBC 노조원? 아니다. 바로 작년 말 나꼼수 FTA 반대 콘서트에서 MBC 카메라 기자를 현장에서 내쫓은 사람들이다. 그들 덕에 우리는 정권에 장악된 MBC의 현주소를 깨닫게 되었고, 그 부끄러움이 파업으로 이어졌으니까.

 

댄 브라운 책을 집어던진 대신, 전에 읽은 책 한권을 다시 집어든다.

도정일 교수 등이 지은 '다시 민주주의를 말한다'

 

 

 

여는 글 - 더 나은 세계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중에서 한 대목을 소개한다.

 

'민주주의가 위험에 빠지는 것은 크게 보아 세 가지 경우이다. 첫째, 국가권력의 오용과 남용이 시민의 민주적 권리를 침해하고 민주적 사회 운영의 원칙을 파괴할 때, 둘째, 시민성 또는 시민정신의 약화나 포기가 광범하게 진행되어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파수꾼이 실종되었을 때, 그리고 셋째는 공적 사적 기관들을 포함한 사회 모든 영역에서 민주주의의 원칙들이 무시되고 짓밟히고 무너져 내릴 때이다.'

 

이글을 읽고 다시 생각해보니, 언론의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것 역시 세 가지 경우다. 첫째, 국가권력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공영방송 운영의 원칙을 파괴할 때, 둘째 시민정신이 약화되어 민주 언론을 감시하고 지키는 파수꾼이 실종되었을 때, 그리고 셋째는 사회 모든 영역에서 공영방송과 언론자유의 원칙이 무시되고 무너져 내릴 때이다.

 

언론이 바로 서야 민주주의가 가능하다. 민주주의란 일부 정치인이나 관료가 아니라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주권이 행사되는 체제이다. 언론의 민주주의 역시 마찬가지다. 소수 언론사가 여론을 장악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여론을 형성하는 사회가 참된 언론의 민주화 사회이다. 

 

10만 기자 양병설의 깃발을 다시 올린다. 조중동에 맞서는 시민 기자 10만명을 양성할 수 있다면, 언론의 민주화도 가능하다. 제도권 언론이 저들에게 장악되었다면, 소셜 미디어와 같은 대안 언론으로 활로를 뚫을 것이다. 이번 총선을 통해 나타난 소셜 미디어의 한계를 되짚어보고, 새로 나아갈 길을 고민해보자.

 

파업으로 잠시 쉬고 있었던, 공짜 피디 스쿨 강의, 다시 시작한다. 블로그, 유튜브, 팟캐스트로 저들의 언론 독점에 대항해 싸우는 법을 같이 공부해 보자.

 

나는 저들이 장악한 곳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지금 내가 있는 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다시 민주주의를 말한다.' 그래, 이제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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