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방학이네요. 지난 몇년 코로나로 인해 수학여행이나 체험 학습도 다니지 못한 아이들에게 추억을 만들어줄 기회입니다.
2021년 4월 27일에 떠난 서해안 여행기 올립니다.
5월 8일 어버이날을 맞아 아버지를 모시고 어딘가 여행을 가고 싶었어요. 5월 5일 어린이날부터 징검다리 연휴라 제주도 항공권을 구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아마 어디를 가든 사람들로 미어 터지겠지요. 연로한 아버지를 모시고 붐비는 관광지를 가기는 어려울 것 같았어요. 그래서 평일에 아버지를 모시고 바람쐬러 갈 만한 곳을 고민하다 국립생태원이 떠올랐습니다. 아버지를 모시고 차를 달려 생태원으로 갔지요.
아버지는 평생 교사로 일하셨어요. 학생들과 함께 수학여행을 다니며 국내 유명 여행지는 다 다니셨지요. 그래서 어디 가자고 하면, "다 가봤는데 뭘 또 가냐." 그러십니다. 이럴 때 아버지를 설득하는 방법은, "아버지가 한번도 안 가본 곳이에요."라고 하는 겁니다.
아버지는 국립생태원이 처음입니다. 아버지가 은퇴하고 난 후에 생겼으니까요. 2013년 개관한 곳이에요.
국립생태원은 어린 학생들의 수학여행이나 단체 체험학습으로 찾기에 참 좋은 공간입니다. 교과서에서 배운 동식물의 생태계에 대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거든요. 이 좋은 공간이 2021년 당시 코로나로 인해 거의 개점휴업 상태였다는 게 너무 아쉬웠죠. 평소라면 학생들로 붐빌 공간인데 그날은 아버지와 저 둘 밖에 없었거든요.
대인 입장료가 5000원인데요. 65세 이상은 경로 우대라 무료입니다. "야, 오늘 아버지 덕분에 5000원 벌었네." 했더니, 좋아하십니다. 저는 노후가 기다려집니다. 늘 전철 타고 다니는 내가 전철이 공짜가 되는 날이 온다니. 일단 오래 살고 볼 일입니다.
아버지를 모시고 다니며 물어봅니다.
"아버지, 아마존 가보신 적 있어요?"
"아니."
"여기가 아마존이에요, 아버지."
효도 여행, 참 싸게 떼웁니다. ^^ 코로나 시대에 해외 여행은 쉽지 않으니, 국립생태원에서 하루만에 세계일주를 즐깁니다. 이곳에 오면 전 세계 생태계를 다 만날 수 있거든요.
열대우림을 걷다 보면...
산호초도 볼 수 있어요.
"아버지! 이 물고기들 보면, 사이판에서 스노클링할 때 생각나지 않아요?"
"야, 난 그때 고기 구경하다 물고기 밥 되는 줄 알았다."
저는 참 즐거웠는데, 아버지는 스노클링이 별로였나 봐요. 흠...
2017년 아버지와 둘이 떠난 사이판에서의 망중한.
저는 산을 좋아하는데요. 산에서 만나는 나무들 이름을 알 수가 없는데요. 여기서는 나무들이 명찰을 하고 있어요.
'안녕하세요, 저는 굴참나무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산벗나무입니다'
이름표를 단 나무들이 반갑게 맞아주는 곳, 바로 서천 국립생태원입니다.
공부도 하고, 놀이도 하고.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는 가족 여행지로 추천합니다.
생태원을 나와 춘장대 해수욕장으로 갔어요. 볼 것은 별로 없어요. ^^
그 앞에 있는 '소문난 칼국수'집을 찾아왔거든요.
7000원짜리 해물칼국수를 주문하면 열무보리밥 무료제공. (2021년 4월 기준입니다. 지금은 다를 수도...)
바지락과 꼬막이 푸짐하게 들어갔고요. 창밖으로 바다가 보이는 오션뷰 레스토랑입니다. 다음 목적지는 대천 해수욕장인데요. 국립생태원에서 대천 해수욕장을 찍으면 네비게이션에서 서해안 고속도로로 가는 경로를 알려줍니다. 아버지는 해안도로 드라이브를 좋아하십니다. 그래서 검색을 해서 중간 지점에 있는 바닷가 식당을 찾았어요. 그럼 밥을 먹으러 갈 때도 바다를 보고, 밥을 먹고 나서도 바닷길을 따라 달릴 수 있거든요.
대천해수욕장에 도착했어요.
메리머드호텔에 체크인했는데요. 프런트 직원이 묻더군요. 아버님 모시고 둘이서 바닷가 여행 오신 거냐고. 그렇다고 했더니, 80대 노인과 50대 아들의 조합은 보기 드물다며, 방을 업그레이드해주셨어요. 앗싸!
야놀자에서 88000원 특가로 예약한 방인데요. 업그레이드로 더욱 좋아졌네요. 저 혼자 다닐 땐 35000원짜리 모텔에서 묵고요. 아버지를 모시고 다닐 땐 오션뷰 호텔에서 묵어요.
오후 3시 즈음에 체크인해서 숙소에서 좀 쉽니다. 연세가 있으셔서 종일 다니는 건 힘들어요. 낮잠을 주무시고 기력을 회복하시면 다시 나가지요. 아이들과 다닐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와이파이가 되고 에어콘이 있는 호텔방에서 휴대폰 갖고 좀 놀게 해줘야 해요.
저녁에 아버지를 모시고 뭘 먹을까 고민하다 네이버 지도에서 식당 리뷰를 검색했는데요. 별점 테러가 너무 심하네요. 음식을 맛있게 먹은 사람은 굳이 리뷰를 남기지 않습니다. 뭔가 조금이라도 불쾌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로그인과 글쓰기의 번거로움을 감수하는 거지요. 그러다보니 선플보다는 악플이 더 많은 식당 리뷰들... 어쩌다 한번 실수를 하면 그걸로 영원히 낙인이 찍히는 곳. 영업하시는 사장님 입장에서는 참 속상할 것 같네요.
책이건, 식당이건, 사람이건, 악플은 자제하려고 합니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잖아요? 나한테 안 맞는 책/사람/음식도 다른 사람에게는 맞을 수 있지요. 굳이 악플은 남기지 않고요. 대신 좋은 경험은 여행이건 책이건 꼭 기록으로 남기고 다른 분들에게도 권합니다.
대천 해수욕장 산책로, 아기자기하게 잘 만들었어요.
4월엔 한적하지만, 여름에는 붐비는 머드 축제의 고향이지요. 대천 해수욕장. 아이들과 진흙탕 뻘에서 뒹굴며 노는 재미가 있어요.
다음날 아침엔 근처에 있는 천리포 수목원으로 꽃놀이를 갔어요.
꽃과 숲과 바다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이지요.
첫날 오전 국립생태원, 오후 대천 해수욕장
둘째날 오전 천리포 수목원, 오후 만리포 해수욕장
이렇게 1박2일 코스로 다녀오시기 딱 좋습니다.
올 여름엔 서천 국립생태원에서 아이들과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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