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군에서 강의 요청이 왔어요. 교통편을 알아보니, 서울에서 4시간 넘게 걸리는군요. 이럴 때, 당일 출발하면 불안합니다. 혹시라도 차가 막혀 늦으면 어떡하지? 하루 전날 내려가서 남해에서 여행을 즐기려고요. 가을에 떠난 남해 드라이브 여행 1일차입니다.
오전 07시 10분. 남부터미널에서 우등고속을 타고 남해로 출발합니다.
우와아앗! 벌써 도착했나요? 아닙니다. 이 멋진 풍광의 주인공은...
오전 9시에 도착한 금산인삼랜드 휴게소의 수변공원이어요~^^
오전 11시, 창밖으로 남해대교가 보입니다.
오전 11시 20분. 터미널에 도착했어요. 4시간 10분만에 도착하네요. 이제 터미널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남해 전통시장으로 갑니다.
바닷가라 해산물이 많아요. 가족 여행 오셨다면 여기서 저녁거리 장봐서 숙소에서 먹어도 좋을 것 같아요. 저는 혼자 왔기에 식당을 찾습니다.
오전 11시 40분. 복이네 전복죽에서 점심을 먹습니다. 작고 오래된 가게인데 죽도 맛있지만 반찬으로 나온 문어숙회가 기가 막히네요.
낮 12시 10분, 점심 먹고 터미널 옆 공영주차장에 가서 쏘카를 탑니다. 지방 강연 갈 때, 기차나 버스로 이동하고요. 현지에서 쏘카를 빌려 이동하면 편리합니다. 서울에서 남해까지 차로 운전하고 오면, 장거리 운전하느라 피곤해서 정작 남해 구경을 제대로 못할 수가 있거든요.
터미널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이곳은...
12시 40분, 독일마을.
너무나 가난했던 1960~1970년도 우리나라! 가족 부양을 위해 머나먼 독일로 파독 광부와 간호사로 떠났던 젊은이들... 그들이 노후를 보내기 위해 이주한 마을입니다.
남해 바다가 보이는 곳에 조성된 이국적 풍광의 마을이지요.
마치 독일의 어느 마을에 온 것 같아요.
독일에서 귀향한 분들이 사는 집도 보고.
집주인들의 사연을 적어놓은 글도 읽습니다.
'1970년 어머니가 눈물로 지어준 한복 한 벌과 고무신 한 켤레, 좋아하던 김 두통과 미화 10달러만 들고 독일로 떠났습니다. 젊은 꿈을 안고 독일 마인츠에 있는 대학병원에서 간호사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남편 스트라우스는 청춘을 독일에서 함께 살아준 나를 위해 노후를 함께 한국에서 보내기로 하고 독일마을에 정착했습니다.'
아, 멋진 사연이 깃든 집들이네요.
예쁜 펜션과 카페도 많아요.
동네 산책하면서 집구경하는 것도 좋지만..
파독 전시관에 가서 파독 광부들과 간호사들의 삶을 잠시 들여다보아도 좋습니다. (입장료 1000원)
1960년대 7936명의 광부가 머나먼 독일땅으로 가, 지하 1200미터 막장에서 서구인의 체형에 맞게 제작된 탄광장비를 지고 일을 하며 가족들에게 돈을 송금했어요.
"독일 광산에 가면 매월 600마르크 (당시 4만원)씩 준다는데 하루 두 끼도 못 먹는 고향의 가족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망설이지 않고 독일로 가기로 결정하였다."
"나는 용감했기 때문에 독일로 갈 수 있었고, 지금도 용감하게 산다. 앞으로도 후회 없이 용감하게 내 삶을 개척할 것이다."
저는 이 글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어요. 나이 60에 평생 일군 삶의 터전과 친구, 가족들을 두고 다시 고국으로 돌아간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 같아요. "야, 이 나이에 살면 얼마나 더 산다고 한국에 집을 짓고 이사를 가?"라고 한 사람도 있었을 거예요. 20대 어린 나이에 용감한 선택을 한 사람은 100세 시대에도 용감한 결정을 하고요. 끝내 귀향하여 꿈꾸던 노후를 쟁취합니다.
독일 마을을 거닐며, 생각해봅니다. '노후의 삶에서 용기란 무엇일까?'
오후 1시 30분. 독일마을 바로 옆에 있는 원예 예술촌.
차로 3분 거리고요. 입장료는 6000원.
풍차 이야기.
브레멘 하우스.
다양한 테마를 가진 전원주택 단지를 구경하며 걷는 곳입니다.
1일 만들기 체험을 하는 공간도 있어요.
동네 산책하듯 걷다 다시 차를 타고 이동합니다.
오후 2시 20분. 남해 보물섬 전망대 옆 해안 데크 산책로.
바다로 향해 걸어가는 느낌~
독일마을에서 차로 10분 거리입니다.
이제 남해의 해안 드라이브 코스인 물미 해안도로를 달려 차로 5분이면...
오후 2시 40분. 항도 몽돌해변이 나옵니다.
섬의 해안선을 따라 드라이브를 하다 잠깐씩 서서 산책을 합니다.
오후 3시 30분. 숙소에 도착했어요. 야놀자앱에서 예약했고요. 이름은 '남해 베스트 호텔', 1박에 35000원. 깨끗하고 가성비가 뛰어난 숙소입니다. 남파랑 길 걷기 여행을 오신 분이라면 추천합니다. 독일마을에서 상주은모래비치까지 가다보면 오른쪽 대로변에 있어 찾기도 쉬워요.
숙소에 체크인하고 잠시 쉬었다가 상주은모래비치로 갑니다.
오후 4시 30분 도착. 평일 오후엔 한산하군요.
남파랑길 41코스가 지나가는데요. 언젠가 꼭 걷고 싶은 바닷길입니다. 부산에서 속초까지 가는 해파랑길에 이어 남파랑길을 걷고 싶습니다. 언젠가는 한반도를 걸어서 한바퀴 도는 게 꿈이에요.
남해에선 남파랑길 맛보기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바닷길 산책은 언제나 옳아요.
혼자 걸어도 외롭지 않아요. 나는 지금 고독을 즐기는 여행자입니다.
기나긴 노후,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걷기 여행을 즐기며 살고 싶습니다. 오래오래 건강하길, 나와 약속, 손도장 꾸욱! ^^
산책하다 예쁜 가게를 발견했어요. 은다랑식량창고.
오후 5시 30분. 마침 저녁 먹을 시간이에요.
규동 9000원. 진짜 맛있네요. 오늘의 발견! 한 입 뜨는 순간, 셰프님의 내공이 느껴집니다. 아웅, 이렇게 또 행복한 여행자의 하루가 가네요.
상주 은모래 비치 너머 해가 집니다. 다음번에는 2일차 여행기로 찾아올게요.
2022년 올해는 남해 방문의 해랍니다. 멋진 풍광과 맛난 음식이 기다리는 남해로, 다들 찾아가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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