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겪은 일 하나~
몇년 전, 휴대폰이 울리는데, '해외발신 표시제한'이라고 떴대요. '또 피싱인가?'하며 받았는데, 들려오는 귀에 익은 목소리.
"ㅇㅇ야, 잘 지내니?"
대학 선배인데 졸업하고 10여년만에 연락이 왔대요.
"네, 형, 오랜만이에요!"
선배가 친구에게 그랬어요. 자신이 해외출장중인데, 식당을 운영하는 부인이 급하게 가게세를 내어야 하니 계좌로 돈을 좀 붙여줄 수 없겠냐고. 자신이 한국에 돌아가면 바로 갚아주겠다고요. 당시 친구는 집을 사느라 빚을 졌고, 월급날 다음날이면 대출이자가 빠져나가 통장이 텅텅 비었어요. 여유자금이 없어 힘들겠다고 말하니 알았다고 끊었답니다.
전화를 끊고 조금 의아했어요.
금세 갚을 돈이라면 가족(부모님이나 형제)이나 매일 만나는 회사 동료에게 융통을 하면 되지 않을까? 연락이 끊긴지 10여년이 지난 대학 후배에게 돈을 꿔달라고 전화를 걸다니.....
훗날 그 친구가 대학 동창 모임에 갔는데, 다른 테이블에서 그 선배 이야기가 나왔어요.
"너도 A선배 전화 받았니?"
"아이고, 그 선배 어떻게 한다니. 도박에 빠져서 필리핀으로 원정 다닌단다. 카지노에서 돈을 빌려 게임을 하다 잃으면 여권을 뺏기고 억류되는데, 한국에다 전화를 돌리지. 집에 연락해 카지노에 빚진 돈을 갚아야 귀국할 수 있다고. 그래서 돈을 보내주면 이 형이 그 돈으로 또 도박을 한단다. 돈을 따서 잃은 돈까지 찾으려고."
"그 형이랑 친했던 B형 있잖아? 결혼식 사회도 보고, A형 형수랑도 잘 알고. 그 형도 연락받고 돈을 보내줬는데, 그후로 연락이 끊긴 거야. 걱정되어 집으로 전화를 했는데, 부인이 그러더래. 제발 친구들이 남편에게 돈 좀 안 보냈으면 좋겠다고. 친구들이 계속 도와주니까, 카지노에서 빠져나오지를 못한다고... 그 말 듣고 완전 멘붕 왔다고 그러더라고. 돈 잃고, 친구 잃고, 원망까지 듣고,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냐?"
"가족이나 친척들은 다 등돌렸고, 아는 사람은 다 아니까, 자신이 도박에 빠진 걸 모르는 사람들, 대학 후배들에게 전화를 돌린다더라."
회사 돈을 횡령해 주식 투자를 하다 수십억, 혹은 수백억을 날리고 감방 신세를 지는 사람들 이야기가 자주 들립니다. 이또한 코로나의 비극이라 생각해요. 2020년 코로나가 터지고 돈이 풀리자 폭락했던 주식이 급등합니다. 그걸 보고, 와, 지금 주식판에 들어가면 돈을 따겠구나! 라는 생각에 공금에 손을 댑니다. 돈을 잃을 것이라 생각하면 회사 돈 손 못 대지요. 딸 자신이 있으니까. 잠시 돈을 빌려 투자를 하고, 수익을 내어 원금은 갚고, 돈을 남기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친구에게 전화를 한 선배도 후배를 속여 돈을 갈취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진심으로 믿었을 겁니다. 누가 나에게 자금을 지원해주면 다음 판에 크게 따서 원금에 더해 이자까지 줄 수도 있는데!
SNS에 이런 글이 올라왔어요. 30년 전 초등학교 친구가 톡으로 연락을 해 급하게 수술비가 필요하니 돈을 보내달라고 해서, 피싱인줄 알고 냉담하게 끊었는데, 두고두고 죄책감이 들었다고요. 선량한 사람들의 죄책감을 이용해서 돈을 버는 사람도 있어요. 너무 자책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급하게 돈이 필요한 사람은 모아둔 돈/ 가족의 지원/ 마이너스 통장 / 카드 신용 대출, 순으로 돈을 해결하려 할 겁니다. 그 방법이 안 통하는 사람은, 주위 사람과 금융 기관의 신용을 잃어버린 걸 수도 있어요. 이유가 뭘까요? 그 사람의 지난 30년을 나는 모르지만, 주위 사람과 금융 기관은 알고 있는 게 아닐까요?
지난 주 금요일에 <부자의 그릇>이란 책에 나온 글을 소개했지요.
'돈이란, 신용을 가시화한 것이다.'
주식이나 코인을 하다 돈을 잃는 경우도 많아요. 돈을 계속 잃으면서도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실패에 중독된 걸까요? 아니요. 사람은 희망에 중독됩니다. 다음에는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 재테크의 시대니 투자를 배우고, 돈의 흐름을 공부하는 건 좋아요. 다만 자신의 돈으로,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하셨으면 좋겠어요.
부자가 되는 가장 쉬운 방법은, 큰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작은 돈을 아끼고 모으는 길이라 믿습니다.
큰 돈을 벌지 못해도 괜찮아요. 적어도 신용은 잃지 않고 살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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