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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경제수업

믿을 건 돈밖에 없다

by 김민식pd 2022. 5. 27.

어려서부터 사람들에게 상처를 많이 받았습니다. 고교 시절에는 집단 따돌림을 당했고요. 회사에서는 상사들의 괴롭힘을 겪었지요. 2012년 MBC 노조 파업 당시 법정에 불려갔을 때, 검사님이 저의 죄목을 조목조목 나열하고는 징역 2년형을 구형했을 때, 인간에 대한 깊은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아, 명문대 법대를 나와 사법고시를 패스한 엘리트가, 법에 대한 지식을 총동원하여 할 수 있는 게 언론사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이라면, 세상에 믿을 사람은 하나도 없겠구나...' 그래서 저는 사람을 믿기 보다는 통장에 있는 돈을 믿습니다. 고난과 시련이 닥쳐오면 내가 모아놓은 돈이 나를 지켜줄 것이라 희망합니다.

오늘의 질문 : 돈이 없는 사람은 믿을 게 없나요?    

만약 내가 20대라면, 돈을 번 경험도 없고, 모아둔 돈도 적을 겁니다. 그런 상황에서 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돈 한 푼 없는 사람에게도 자산은 있습니다. 그건 바로 신용입니다. ‘돈을 다루는 능력을 키우는 법’이라는 부제를 단 <부자의 그릇>이란 책에서 “돈이란, 신용을 가시화한 것이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신용은 지난 행동들의 결과이고, 지난 행동은 하루하루 사고해온 결과다. 요컨대, 하루하루의 사고가 행동을 만들고, 그 행동이 신용을 만들며, 그 신용이 결과적으로 돈이라는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학교에 가서 공부하고, 친구들과 약속을 지키고, 직장에서 착실하게 일하는 건 모두 신용을 얻기 위한 행동이다. 그렇게 얻은 신용은 돈이라는 형태로 남고, 그 돈은 인생의 선택지를 늘려주는 도구가 된다. 그렇게 삶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도구가 증가하면, 우리는 한층 더 알찬 라이프 스타일을 실현할 수 있다.’

인생을 살아가며 가장 중요한 자산 중 하나가 신용입니다. 돈은 잃어도 다시 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용을 잃는다면 돈을 벌 기회를 잃는 것입니다. 금전적 손해를 입더라도 신용을 지키는 사람은 부자가 됩니다. 가난한 사람은 신용을 깨서라도 돈을 구하려다 돈도 잃고 사람도 잃습니다. 돈이 없는 사람은 어떻게 부자의 그릇을 키울 수 있을까요? 다른 사람의 시간을 존중하면 됩니다. 

피디로 일한다는 것은 제가 경영자가 된다는 뜻입니다. 경영이란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배분하느냐의 기술입니다. 매주 방송 시간이 꼬박꼬박 다가오는 피디에게 가장 소중한 자산은 바로 시간입니다. 당장 내일 저녁에 방송될 드라마를 찍는데, 출연자가 약속을 펑크내고 촬영장에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래서 중요한 씬을 못 찍는다면 드라마는 망하겠지요. 그럼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들 뿐 아니라, 작가와 스태프들의 커리어에도 악영향을 미칩니다. 피디로서 제게 가장 중요한 역량은, 사람의 신용도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믿고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인가, 아닌가. 이걸 알아내야 합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과 일할 때는 시간이라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어렵거든요. 

 
평소 저는 약속에 늦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20분 먼저 약속 장소에 도착하는 게 저의 습관입니다. 카페에서 상대방이 오기를 기다리는 20분 동안 조용히 책을 읽습니다. 만약 정시 도착을 목표로 출발했는데, 갑자기 환승 전철을 놓치거나 버스를 놓쳐 10여 분 늦어진다면, 가는 내내 마음이 불편할 겁니다. 막히는 도로에서 짜증이 날 수도 있고요. 20분 먼저 도착한다는 생각으로 출발하면, 도중에 길이 막혀도 화가 나지는 않습니다.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사람을 만날 수 있지요.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은 타인의 시간이라는 자원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고요. 시간을 지키는 습관에서 신용은 발생하고, 그 신용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로 이어집니다.

나는 나 자신과의 약속도 잘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매일 중국어 회화 열 문장씩 외우겠어, 라고 결심하면 외웁니다. 매일 한 시간씩 운동을 하겠어, 라고 하면 비가 와도 운동을 갑니다. 

믿을 건 돈밖에 없다고요? 아닙니다. 믿을 건 나 밖에 없습니다. 나와의 약속을 지키는 사람은 타인과의 약속도 존중하고요. 그렇게 만들어진 신용은 다시 돈을 벌 기회로 돌아옵니다. 

'돈이란, 신용을 가시화한 것이다.'

책에서 배운 글귀를 명심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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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1

  • 섭섭이짱 2022.05.27 08:56 신고

    안녕하세요

    오늘 글은 완전 만프로 💯 ✖️💯 공감합니다

    신용 = 시간 약속 지키기 = 나와의 약속 지키기

    ✍️ '돈이란, 신용을 가시화한 것이다.'

    오늘도 좋은 글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답글

  • 기똥차게 2022.05.27 09:31


    오늘은 섭섭이짱님 댓글이 없어서 섭섭하고 궁금했는데 좀 늦었군요.
    첫댓글의 영광을 누려보려고 다시 들어왔는데...
    반갑습니다~
    오달자님, 김주이님, 보리랑님, 아빠관장님, 아리아리짱님, 꿈트리숲님, 귀차니스트님, 나경하리맘님, 새벽부터횡설수설님, 바람향기님, 아프리카바이올렛님,(다른분들... 가물가물 기억이....) 다들 잘 지내시죠?
    시간날 때 이분들 블로거도 기웃거리며 행복했습니다.
    작가님이 블로거를 쉬는동안 작가님뿐만 아니라 댓글 달아주시는 모든 분들 안부도 궁금하고
    허전하고 했는데 다시 모두 만난 것 같아 기쁩니다.
    너슨하지만 끈끈한 유대를 저혼자 느낍니다.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답글

    • 보리랑 2022.05.27 11:20 신고

      기똥차게님 반갑습니다~~~
      기억해주셔 영광입니다~~~

      롤러코스터 아래쪽에 있습니다만, 다시 위로 올라가겠지요. 해뜨기 전이 어둡다는 말로 위안 삼으며 버티는 중입니다.

  • 아리아리짱 2022.05.27 09:35 신고

    김민식 작가님 아리아리!
    나 자신과의 약속을 잘 지키는 데서
    신용이 출발한다는 말씀 깊이 되새깁니다.
    작가님 덕분에 보리랑님이 봉사하시는 <영어책 한권 외워봤니> 댓글 부대에 합류해서 <영백기2권>
    날마다 한 쳅터씩 외우기 했습니다.
    오늘이 드디어 day 100 외우기날입니다.

    돌아서면 까먹는 기억력을 탓하지 않고,
    매일 꾸준히 노력하는 자신을 칭찬하렵니다.
    Day1이 완전 새롭게 다가오더라도
    우직하게 한걸음씩 꾸준히!
    again and again!
    Everything is coming up roses!
    답글

  • 보리랑 2022.05.27 11:16 신고

    아플 때는 나와의 약속을 어찌해야 하나 고민중입니다. 몸에서 신호가 올 때 멈추지 않으면, 꼼짝없이 멈추는 순간이 오거든요 ㅜㅜ
    답글

  • sky vision 2022.05.27 13:53 신고

    잘 보고갑니다/ 무엇을 하던 꾸준히 성실히 하며 흔들림없이 걸어가보렵니다. /구독 신청합니다
    답글

  • 바람향기 2022.05.27 14:18

    자신과 약속을 잘 지키는 분들이 가장 부럽습니다! 기똥차게님~기억해주시다니...감사합니다^^
    작가님 덕분에 제 자신과 약속을 잘 지키겠습니다~
    답글

  • ladysunrise 2022.05.27 19:44 신고

    믿을건 나밖에 없습니다. 정말 공감합니다 피디님~~
    그래서 나에게 너무 감사해야겠어요^^
    답글

  • 꿈트리숲 2022.05.29 19:05 신고

    요즘은 나와의 약속을 다 취소하고 있어요.
    몸이 원하는대로 마음이 원하는대로 내버려두는
    중입니다.
    그럼에도 꼭 반드시 해야하는 것을 단 하나라도
    해내는 저를 칭찬해주고 있어요.
    나와의 신용을 회복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하고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답글

  • 뉴정군 2022.05.31 13:35 신고

    돈을 믿어야죠. 돈을 벌 수 있는 내 몸뚱아리와 신용을 믿어야죠. 믿고는 있긴한데 그래도 문득 닥쳐오는 두려움이 있어요. ㄷㄷㄷㄷ 나 떨고있니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