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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의 경제 공부

주식투자는 왜 어려울까?

by 김민식pd 2022. 3. 4.

작년에 서점가에서 화제가 된 책이 있어요. 원래 증권가에서 화제가 된 석사 논문을 저자가 책으로 펴낸 것인데요.

<개미는 왜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투자하는가?> (김수현 지음 / 민음사)

저자의 아버지는 30년 경력의 직장인 개인투자자이십니다. 아버지는 경제적 자립의 수단으로 금융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고요. 자식들에게 직접 주식과 파생상품 투자도 가르치셨어요. 오빠는 대학생연합투자동아리 회장을 거쳐 펀드매니저가 되었고요. 94년생 저자는 이런 집안 분위기에서 자라 서울대 인류학과 대학원에 진학하는데요. 교수님이 "자네는 꿈이 뭔가?"라고 물었을 때, "주식과 해외선물투자로 100억 정도 벌어 편하게 공부하며 사는 게 꿈입니다."라고 답해요. 그랬더니 교수님이 황당한 표정으로 하신 말씀.

"아니, 수현아. 개미들은 네 말처럼 절대로 그렇게 많이 벌 수 없다니까?"

금융이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의 기본 소양이라 믿는 저자는 교수님의 생각이 틀렸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개인투자자가 어떻게 '경제적 자유'를 얻는지 보여주기 위해 연구를 시작합니다. 자료 조사를 위해 전업투자자이 모이는 주식매매방을 찾아가죠. 그곳 사장님이 교수님과 똑같은 말씀을 하십니다. “개미는 돈을 벌 수가 없습니다.” 10년 동안 주식매매방에 입실한 200여 명 중 절대다수가 돈을 잃고 퇴실하는 것을 지켜봤으며 현재까지 남아 있는 사람은 단 두 명에 불과하다고요. 금융 투자란 하면 안 되는 것이라는 조언을 듣고 논문을 접어야 하나 고민을 합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르는 의문.

오늘의 질문 : '개미는 왜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투자하는가?'

그 답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논문을 내고 책을 쓰게 됩니다. 책을 보면, 개미가 빠져드는 투자의 함정 3단계가 있어요.
      
첫번째는 초심자의 행운.

초보는 시장을 잘 모르기에 적은 자금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상품에 투자합니다. 이걸로 돈을 번다는 데 회의적이라 대박을 바라거나 허황된 꿈을 꾸지도 않아요. 주위 사람들이 다들 재미를 본다니까 '나도 한번?'하는 생각에 여윳돈을 가지고 시도해보죠. 다들 재미를 보는 시기는 장이 좋을 때고요. 초보는 평소 많이 들어본 우량주로 시작합니다. 기본에 충실했기 때문에 초보는 운 좋게 돈을 벌죠. '이렇게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것을 왜 지금까지 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감에 휩싸이며 본격적인 개인 투자를 결심합니다.

50대 퇴직자가 전업투자자가 되는 이유가 있어요. 우리사주 제도를 통해 주식이 돈이 된다는 걸 경험해본 사람. 연말 보너스를 모아 1,2천만원을 가지고 근무 시간 짬짬이 주식을 해서 소소하게 번 경험이 있는 사람. 2천만원 갖고 짬짬이 주식 시세를 들여보다 몇백만원을 벌었다면, 퇴직금 2,3억을 갖고 종일 주식을 공부한다면 한 해 몇천만원도 벌지 않을까, 그걸로 가계에 보탬이 되지 않을까, 그럼 나는 집에서 노는 하릴없는 백수가 아니라, 어엿한 전업투자자! 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두 번째 단계로 가죠.

두번째, 판돈을 키웁니다.

적은 돈으로 시도했다가 수익을 '맛본' 개인투자자는 더 큰 돈을 투자할 경우, 그에 비례하여 얻는 수익도 더 커질 것이라는 생각에 점점 자금을 늘려 갑니다. 더 큰 자금을 투입할 때 투자자의 심리에는 '과신의 편향'이 작동합니다.

'노벨경제학 수상자인 리처드 탈러는 이를 "대다수의 사람이 자신을 평균 이상으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자신의 능력과 지식에 대해서는 실제보다 높게 평가하고, 위험과 악재가 닥칠 가능성에 대해서는 실제보다 낮게 평가하는 행태인데, 개인투자자의 경우 자신이 투자하면 주가가 크게 오를 것이며, 적어도 손실을 보지는 않을 것이라는 심리를 말한다.'

(62쪽)  



여기에 '확증의 편향'이 더해지죠. 믿고 싶은 대로 보고 들으며, 그에 부합하는 정보만을 수집하고, 그에 부합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중요성이 낮다고 인식하는 인간의 경향인데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그랬어요. 

"사람들이 가장 잘하는 것은 기존에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견해들이 온전하게 유지되도록 새로운 정보를 걸러내는 일이다."

투자를 하다 보면 잘못된 선택으로 손실이 날 수도 있죠. 이럴 때는 손절매를 해야 하는데요. 이게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음 단계에 들어가죠.

세번째, 존버의 길, 울며 물타기.

'몰입상승의 편향이란, 선택이나 결정이 잘못된 것임을 알고 난 뒤에도 중단하거나 바로잡지 않고 계속해 나가는 현상이다. 경제학계에서는 '매몰비용 효과', 개인투자자의 세계에서는 흔히 '물타기' 매매 기법으로 불린다. 주가가 떨어진 경우 손절매를 고려하는 게 아니라, 평단가보다 더 낮은 금액에서 주식을 오히려 추가 매수하는 것을 말한다.'

(73쪽)

주식을 만 원에 사는 건, 오를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죠. 10%만 올라도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그런 수익이 어디 있냐... 만 원에 산 주식이 생각대로 만 천원이 되면 어떻게 할까요? 당장 팔아야죠. 그래서 10%의 수익을 실현하죠. 그냥 뒀다가 혹시라도 떨어지면 번 돈도 날리잖아요? 그런데 모든 주식이 오르기만 하는 건 아니죠. 만 원에 산 주식이 9천원이 될 때도 있습니다. 팔까요? 못 팝니다. 파는 순간 10%의 손실을 확정하는 거거든요. 
확증 편향 때문에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게 더 비싸게 팔릴 종목인데, 지금은 가격이 더 내려갔네? 싼 가격에 주식을 추가로 매입할 절호의 찬스!’ 그래서 9천원이 된 주식을 더 삽니다. 그랬더니 또 떨어져요. 8천원이 됩니다. 정상적인 심리라면, 이게 뭔가 기업에 문제가 있거나 시장에 문제가 생긴게 아닌가 의심을 해야하는데요. 만천원까지 오를 주식이라는 믿음에 변함이 없습니다. 만천원까지 갈 주식인데 지금은 8천원이네? 헐값에 좋은 주식을 사는 기회! 손 털고 나올 기회를 놓치고 점점 더 많은 돈이 물리면서 울며 물타기에 들어갑니다.
책에서는 이걸 치킨집의 아이러니라고 부릅니다. 어떤 사람이 치킨집을 여러 곳 운영한다고 해봐요. 장사가 잘 되는 집은 놔두고 안 되는 집은 처분을 하겠지요? 주식 투자자의 심리는 반대로 작동합니다. 오르는 주식은 처분하고, 내려가는 주식은 계속 보유합니다.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투자하는 거죠.

‘요즘 시대 주식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이 책은 개미들이 실패라는 함정 앞에서 얼마나 취약한 존재인지, 그러면서도 그 덫에서 빠져나오는 건 얼마나 힘든지를 행동경제학과 개인투자자의 사회경제적 특성을 동원해 설명합니다.

서점에 가면 요즘 주식이나 코인 등 재테크 관련 책이 경제 분야 판매순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어요. 코로나로 돈이 풀리면서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의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지요.

‘투자의 밝은 면과 순기능만 부각하는 온갖 경제 경영서로 넘쳐 나는 서적의 세계에서 이 책이 조금이나마 균형을 맞춰 주는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비정상적으로 균일한 투자관을 환기할 수 있기를. 특히 코로나19 이후 비일상적 증시를 일상으로 느끼며 증권시장에 들어선 젊은 청년 투자자에게 이런 식의 관점이 한 번 더 신중하게 투자를 진행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길 바란다.’ 

어떤 경제적 선택을 할 것인가? 책을 통해 다양한 견해를 접하며 현명한 선택을 내리기를 소망합니다.

그나저나 제 퇴직 연금 펀드 수익률은 마이너스 30%까지 기록중이군요. ㅠㅠ

계속 내려가기만 하는데 이제라도 손을 털고 나와야할지, 계속 버텨야할지 어렵네요. 

짠돌이의 고민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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