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퇴직 연금의 펀드 수익률이 마이너스 18%를 기록했다는 글을 남겼더니 댓글로 다양한 반응이 올라왔어요.
'작가님, 연금 펀드 마이너스 18% 이야기에 웃음이 났어요.(죄송해요~) 뭐든 잘 할 것 같은 작가님도 실수하시는 일이 있다는 게 제게는 위로도 되고 의지도 되고, 동지같은 느낌도 들고... 그랬어요^^'
ㅋㅋㅋ 뭐든지 잘 할 것 같다는 말씀, 고맙습니다. 저는 못하는 게 하도 많아, 도대체 이걸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늘 책을 읽고 공부합니다.
이런 말씀을 해주신 분도 있어요.
'작가님과 비슷한 점이 많아 좋은데, 한가지 전혀 동감하기 싫은 부분은 짠돌이 철학이예요. 돈이 주는 경험과 기회들이 주는 즐거움과 기쁨들이 아주 다양하다고 생각해서입니다.'
맞아요. 저도 돈 좋아합니다. 돈처럼 좋은 게 어디있겠어요. 장 자크 루소는 이런 말을 했어요.
“수중에 있는 돈은 자유의 도구지만, 기를 써서 벌어야 하는 돈은 노예를 만드는 도구다.”
명퇴하고, 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방법을 연구하는 중이에요. ㅋㅋㅋ 그게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이유고요. 앞으로 연재할 짠돌이 경제 수업에서 그 고민을 이어가려고 합니다.
이 블로그의 오랜 단골 손님이신 아리아리짱님은 제가 안타까우셨는지 이런 글을 주셨어요.
'저축만이 답인 시대는 분명 아닌 듯합니다.
작가님 저의 짧은 경제공부와 투자 경험을 살짝나누자면.
미국 나스닥 100 지수와 S&pP 500 추종 ETF 가입이
수익이 안정적으로 나왔어요.
유튜버 '힐링 여행자' 참고하셔요!'
아리아리짱님, 축하드려요. 다음에 직접 뵈면 투자 성공 비결을 좀 알려주세요. 단, 그날 밥은 선생님이 사시는 겁니다. ^^
오늘은 25일이네요. MBC 다닐 때 급여일이었어요. 수십년동안 같은 날이면 꼬박꼬박 들어오던 돈이 이제는 들어오지 않으니 서운하네요. 저는 월급의 수익률이 꽤 높았는데 말이죠.
오늘의 질문 : 내 월급의 수익률은 얼마인가?
제가 저축을 자꾸 강조하니 안타까워하시는 분들이 많으신데요. 모두가 투자 수익률에 대해 이야기할 때, 저는 월급 수익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어요. 월급을 100만원 받아 50만원을 저축했다면 그 사람의 월급 수익률은 50%입니다. 월급이 100만원인데, 그달의 카드 결제액이 150만원이라면 그 사람의 월급 수익률은 마이너스 50%고요.
'에이, 월급 마이너스 50%가 어딨어?' 싶지요? 20대에 그런 분을 본 적이 있어요. 학교 선배가 취직하더니 바로 차부터 뽑더군요. 그 형이 늘 자랑했어요. "내 차는 경차 한 대를 업고 다닌단다." 차에 수백만원하는 카 오디오를 추가한 거죠. 우퍼니, 트위터(고음 전용 스피커)니 차 안에 들어가는 스피커의 종류가 그렇게 많은 줄 몰랐어요. 1990년대 초반에는 기본사양에 없던 리모컨 키도 달았어요. 나는 그냥 수동 키였는데요. 나보고 그러는 거예요. 지하주차장에서 '삑삑' 하면서 차를 찾는 게 너무 편하다고. 당시 차량 리모컨 키를 다는 가격이 수십만원이었어요. 제가 웃으며 그랬죠. "저는 그냥 운동삼아 걸어다니면서 차를 찾을게요."
그 선배는 자동차는 장기 할부로 샀고, 카오디오는 카드 할부로 샀어요. 비싼 차를 사면, 비싼 오디오를 달고 싶고, 비싼 오디오를 달면, 발레 파킹이 되는 교외 비싼 식당으로 드라이브를 가고 싶어져요. 씀씀이가 점점 커지죠. 그 형은 카드를 여러장 만들어 돌려 썼어요. 월급 때마다 마이너스가 나요. 하지만, 믿는 구석이 있지요. 연말 보너스. 성과급이 나오면 마이너스 통장을 일시에 청산하는 거죠.
저처럼 매월 월급의 절반을 저축하고 남는 돈으로 사는 사람은 연말에 성과급이 나오면 100% 그대로 저축합니다. 성과급의 수익률이 100%예요. 연말 성과급으로 마이너스 통장을 청산하는 사람은 수익률이 0이지요. 문제는 성과급으로도 마이너스를 막지 못하는 때가 온다는 겁니다. 결국 그 선배의 월급에 차압이 들어오더군요. 1998년 IMF가 터지자, 회사에서 구조조정을 했는데요. 그 분이 1순위로 해고되었어요. 월급 차압 들어오는 직원을 회사에서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자기 관리를 못하는 사람이라 여겨서. 나중에 회사에 금전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고요. 경기가 좋을 땐 신경쓰지 않아요. 하지만 불황이 닥치면 그런 것도 예민하게 보죠. 평생 회사에서 월급이 들어올테니, 일단 카드를 쓰고 돌려막으면 된다고 생각했던 선배는 순식간에 신용불량자가 되었어요. 1990년대 사회 초년생 시절에 제가 보고 겪은 일입니다.
20대에 IMF를 겪으며 두가지를 깨달았어요.
'회사 월급은 영원한 게 아니다.'
'빚이 커지면 재난이 된다.'
이후 저는 평생 짠돌이로 살며 꼬박꼬박 저축을 했어요. <돈의 심리학>이란 책에는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두 경제학자가 발견한 사실에 따르면 사람들의 투자 결정은 본인 세대의 경험, 특히 성인기 초기의 경험에 크게 좌우된다고 한다.
"투자자 각자의 위험 선호도는 개인의 경험에 좌우되는 것으로 보인다."
지능도, 교육도 아니었다. 순전히 언제, 어디서 태어났느냐 하는 우연에 좌우될 뿐이다.’
(44쪽)
당신은 안정지향적인가요, 위험선호형 투자자인가요? 그 차이는 사회에 첫 발을 디딘 시기의 경제 상황에 따라 달라진답니다. 그렇다면 코로나로 인해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이 급등한 요즘 시대에 경제 활동을 시작한 20대는 어떤 성향일까요? IMF가 터지고 은행 금리가 높아 저축이 유리하던 시절에 저는 저축이 답이라고 배웠어요. 그 시절에 배운 걸로 지금의 경제 상황을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계속 책을 읽으며 공부를 합니다. 정답은 없어요. 꾸준히 고민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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