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는 어떤 분이 결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파경을 맞았어요. 신부가 미국 유학을 가서 학위를 딴 사람이라고 했는데, 알고보니 현지 영어학원에서 어학 연수를 했다고요. 그런데 신부측도 신랑에게 속았다고 주장했어요. 시댁이 강남 45평 아파트에서 산다고 했는데 알고보니 월세였다고요.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은 욕심에 자신의 조건을 부풀리다 서로에게 상처를 준 거죠.
<신혼 3년 재테크 평생을 좌우한다> (짠돌이카페 소금부부 / 길벗)
이 책을 보면,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가 해야할 첫번째가 통장 공개라고 말합니다. 자신의 자산과 채무 상태를 서로에게 알리는 거죠. 이건 참 중요한 일입니다. 요즘 돈 공부를 하다 찾아 읽은 책인데요. 재테크에 있어 제가 가장 중시하는 점은 수입의 절반 이상을 저축하는 겁니다. 직장생활하며 30년 동안 지켜온 저의 경제 철학이기도 하고요. 똑같은 조언을 책에서 만났어요.
'수입의 50%는 무조건 저축한다.'
결혼을 한 부부에게 가장 먼저 할 일은 종자돈을 모으는 것이죠. 신혼 때 모으는 편이 좋습니다. 결혼 후 2~3년이 지나고 아이가 태어나면 지출이 늘어나거든요.
'결혼 후 3년 동안 종자돈을 마련해두지 않으면 종자돈을 만들기가 더 힘들어지고, 노력과 시간이 2배 이상 걸립니다. 신혼 때 즐기자는 생각으로 마음껏 쓰게 되면 씀씀이가 헤퍼져 나중에는 돈을 모으기가 더욱 힘듭니다. 결혼 초기부터 저축하는 습관을 들여야 나중에도 아껴 쓸 수 있습니다.
그러니 수입의 50%는 무조건 저축한다는 원칙을 세우십시오. 이보다 더 많이 저축하는 것이 당연히 좋지만, 어떠한 경우라도 50% 밑으로 내려가서는 안됩니다.'
(31쪽)
이 책은 2008년에 나왔는데요. 그때도 수입의 절반을 무조건 저축하라고 권하는 책이 있었군요. 저는 1980년대 말, 책에서 이런 내용을 읽었거든요. 그렇게 종자돈을 모아서 무얼할까요? 신혼부부 재테크의 1차 목표는 내집장만입니다.
'집값에 거품이 많다', '몇 년 후면 집을 사려는 사람(수요)보다 공급이 훨씬 많으므로 집을 사기가 쉬울 것이다'라면서 부동산 거품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과연 내집이 있어야 할까요? 우리나라 사람들만 유독 내집에 집착하는 것은 아닐까요?
유명한 주식투자자 피터 린치도 집을 먼저 장만한 후 주식에 투자하라고 했습니다. 집은 재테크의 포트폴리오에서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실물자산이기 때문입니다.
집을 제외하고 보면, 사람들은 대부분 펀드나 주식을 통해 부를 축적합니다. 그러나 펀드나 주식은 실물자산이 아닙니다. 때문에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위험이 존재하므로 그 위험을 상쇄해줄만한 재테크 수단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바로 부동산, 즉 '내집'입니다. 꼭 부동산투자로 재테크를 하라는 것이 아니라 포트폴리오상의 안정성을 높여주기 위한 차원에서라도 꼭 집을 장만하라는 말입니다.'
(34쪽)
이 책이 나온 건 2008년인데요. 문득 책을 읽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시절, 어느 신혼부부가 이 책을 읽고 수입의 절반을 저축해 주택 장만을 우선목표로 삼았다면, 그래서 2015년 전에 내집을 마련했다면, 인생이 참 많이 달라졌겠구나, 하고요. 그 분들은 이 책의 저자를 은인이라 여기겠지요? 제게도 은인은 있습니다. 이름모를 은행 창구 직원이에요.
책을 보다 반가운 금융 상품을 만났어요. '내집장만, 종자돈은 장기주택마련저축으로 하라'
'오랫동안 돈을 모아 큰 이자를 받고 싶다면 장기주택마련통장을 추천합니다. 비과세상품입니다. 저는 장기주택마련저축이 등장한 초창기에 가입했습니다. 만기일은 2007년 8월 16일, 기간은 7년이었습니다. 3년 동안 9.0%의 이율이 적용되고 3년 후에는 매년 가입 응당일의 고시 이율이 적용되고, 12개월 이상 미불입시 중도해지되는 상품이었습니다.'
(164쪽)
이율 9% 저축이라니 놀랍지요? 저도 2000년대에 장마 저축을 가입했습니다. 통장 2개를 가입했어요. 하나는 2007년 만기, 또 하나는 무기한. 2007년에 만기 통장을 해약해서 전세자금으로 썼고요. 2019년,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살 때, 두번째 장마저축을 해약했는데요. 웃지못할 해프닝이 있었어요. 계약하는 날, 아내에게 총 2억원을 통장에서 찾아 송금했는데요. 당시 저축은행 3군데와 수협, 기업은행을 돌며 예금을 해약하고 이체했어요. 저축은행과 수협 상품이 금리가 높았고요. 기업은행에서 장마 저축을 가입했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계산하고 보니 아내에게 총 2억1천만원을 송금한 거예요. 어라? 천만원을 더 보냈네? 어떻게 된 거지? 기업은행 장마 저축 통장에 찍혀 있던 돈은 9,700만원이었는데요. 해약하고 전액 송금하고 보니 1억 8백만원이었던 거죠. 이자가 1,100만원이라니, 세상에 원금의 10%가 넘어가네?
이 책을 보고 깨달았어요. 아, 원래 장마저축 상품의 이율이 9%였구나. 워낙 오래 불입해서 이자가 많이 불어났던 거죠. 장마저축은 한때 사회초년생의 필수 가입 통장 중 하나였는데요. 아쉽게도 2009년을 마지막으로 소득공제 혜택이 사라지고, 비과세 혜택도 2012년을 마지막으로 사라졌고, 지금은 신규 가입도 할 수 없는 전설 속의 통장이 되었지요. 아직도 장마 통장을 갖고 계시다면, 가급적 해약하지 마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은행 창구 직원이 2019년에 그랬어요. '이렇게 이율이 높은 통장이 이제는 없는데 해약하시는 건 너무 아까운데요?' '집 사려고 모은 저축이니, 집 살 때 써야죠.' 했어요. 해약하기 전까지는 이자가 얼마나 모였는지 모르거든요. 나중에 이자를 보고 후회했어요. 그냥 둘걸... ^^
오늘의 질문 : 장마 저축은 왜 2개나 가입했을까?
2000년대 초반, 저는 저축을 정말 많이 했어요. 신혼이라 돈을 쓸 곳도 없어 월급의 절반 이상을 저축했고요. 연말 보너스가 나오면, 은행 창구에 가서 가장 이율이 높은 상품에 몽땅 부었어요. 예금 통장을 자주 만들다보니 창구 직원과 안면을 트게 되었는데요. 어느날 그 분이 제게 장마 저축을 권해주셨어요.
"장마 저축 가입하실래요?"
"저 이미 하나 들었는데요?"
"그건 만기가 있는데요. 이번에 나온 상품은 만기가 없거든요. 이렇게 이율이 좋은 상품은 앞으로도 안 나올 거에요. 일단 가입하시고 한 달에 1만원씩만 자동 이체를 걸어두시면 유지가 되니까요. 나중에 여유 자금 생기면 넣어보세요."
그래서 가입을 했고요. 분기별 300만원이 입금 한도라 보너스를 받은 달, 돈이 남으면 다 장마 저축에 넣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가입을 권유해주신 직원이 은인이에요.
장마 저축은 사라졌지만, 사회 초년생을 위한 재테크 상품은 여전히 많습니다. 금리와 우대 조건을 꼼꼼히 따져서 저축으로 재테크를 해보세요. 남들이 주식할 때, 저는 저축을 했어요. 남들이 시세창을 들여다볼 때, 저는 자동이체로 적금을 했고요. 그 덕분에 일과 취미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었어요.
요즘도 저는 길을 다니다 저축은행이나 수협에 붙은 광고문을 유심히 봅니다. 조금이라도 금리를 더 주는 곳은 어디인지 살펴요. 부자가 되는 가장 확실한 길은 저축이라 믿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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