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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의 경제 공부

어느 날 나는 그만 벌기로 결심했다

by 김민식pd 2022. 6. 10.

퇴사를 결심한 후, 은퇴 선배들이 쓴 책을 많이 찾아 읽었습니다. 그중에는 <어느 날 나는 그만 벌기로 결심했다>도 있어요. 저자는 경제부 기자로 22년을 살다 나이 50에 퇴사를 결심합니다. 와, 저보다 훨씬 젊은 나이에 은퇴를 하셨네요. 부럽습니다. 쉰 넷에 퇴사를 했지만, 가끔 좀 더 빨리 은퇴했더라면, 이 즐거운 생활을 더 일찍 누릴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도 하거든요. 평생 경제 기사를 다룬 기자답게 이분 계산이 아주 능합니다. 나이 50에 계산기를 두들겨 본 후, '이제 그만 벌어도 되겠군!' 하고 사표를 냈어요. 

<어느 날 나는 그만 벌기로 결심했다 : 더 행복해지기 위한 인생 실험> (김영권 / 살림)

'나는 총 재산이 5억 2000만 원이 되는 시점에 직장을 그만뒀다. 나이로는 만 50이다. 가진 것 중 4억 1000만 원은 집을 판 돈이다. 1억 1000만 원은 꾸준히 모은 돈이다. 이 돈으로 평생 재무설계를 해보자.
우선 시골에 집을 짓는데 땅값을 포함해 1억 8000만 원이 들어간다.
2억 5000만 원은 오피스텔 두 채를 살 돈이다. 이 오피스텔에서 한 달에 120만 원씩 나오는 임대료 수입이 내가 앞으로 연금처럼 쓰려는 돈이다. 그러니까 시골에서 나와 동생의 한 달 생활비는 120만 원이다. 이 부분을 포함해 집 짓는 얘기와 오피스텔 얘기는 별도로 하자. 이제 남은 돈 9000만 원 중 5400만 원은 아들 몫의 학비다. 1600만 원은 하프 타임 1년 동안 귀촌을 준비하면서 쓸 돈이다. 이제 2000만 원 남았다.'

와우, 계산을 야무지게 하십니다. 그렇죠. 퇴사를 결정할 때는 계산기를 두들겨 봐야 합니다. 채무를 뺀 순자산, 1년 생활비, 연금 소득 혹은 기타 소득의 유무. 그런 다음 지출을 소득에 맞춰야지요.

'나는 오피스텔 두 채와 전원주택 한 채를 가진 ‘집부자’가 될 것이다.
오피스텔은 나의 인생 후반전 재무 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기둥이다. 한 채에 월 60만 원씩 총 120만 원의 임대료 수입이 귀촌 후 내생활비의 전부다. 그러니까 나는 ‘월 지출 130만 원’을 ‘월 120만 원’으로 바꿔야 한다. 그것도 혼자가 아니라 여동생과 함께 둘이서 해야 한다.
오피스텔 두 채에 생활비 전부를 걸었다면 리스크가 적지 않다. 위험한 베팅이다. 그러나 욕망으로 들끓는 도시적 삶의 함정에서 벗어 나려면 이 정도 도박은 필요하리라. 나중에는 오피스텔 두 채도 차례 차례 처분할 생각이다. 한 채는 아들이 결혼할 즈음이 될 것이다. 그게 10년 뒤쯤 아닐까. 그때 한 채를 팔아 아들에게 보태준다. 그때는 국민 연금도 나올 테니 ‘120만 원 프로젝트’에 차질이 없다.'

음... 이 대목에서 살짝 걱정이 됩니다. 월 120만원으로 살 수 있을까요? 책에는 120만 원으로 한 달을 사는 쪼잔한 내역과 그 쪼잔함이 가져다준 '진정한 삶'과 '행복'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습니다. 물론 그 길이 쉽지는 않지요. 다행히 이분에게는 정신적 스승님이 있습니다. <월든>의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요. 월든 호숫가에 통나무집을 짓듯, 강원도에 전원주택을 짓고 새소리와 물소리를 벗하며 삽니다. 아침마다 지옥철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고, 도로 체증에 짜증을 내지 않아도 좋다고요.

제가 월급의 절반 이상을 저축하는 걸 보고 어떤 선배가 그랬어요.

"넌 왜 그렇게 재테크를 열심히 하니? 그냥 현재를 즐겨."

"선배님은 노후 대비를 어떻게 하시나요?"

"내 노후 대비는 퇴직 후, 10년에 100킬로미터씩 서울로부터 멀어지는 거야."

서울의 아파트를 퇴직과 동시에 팔고, 3억 정도 저렴한 외곽의 아파트로 이사를 한대요. 1년에 3000만원씩 10년을 살고, 돈이 떨어지면 다시 팔아서 서울에서 더 먼 곳으로 이사를 가고, 그렇게 버틴다는 거죠. 나름 괜찮은 방법입니다. 저자의 노후 계획도 기본은 서울을 벗어나 강원도로 가는 겁니다. 주거 비용과 생활비는 확실히 줄어들거든요.

 


오늘의 질문 : 회사는 언제 그만둬야 할까?

'내가 기자를 그만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내가 하는 일이 세상에 좋지 않다는 것이다. 요즘 언론은 거의 비즈니스다. 언론인은 비즈니스맨이다. 장삿속으로 기사를 만들어 판다. 그러면서도 비즈니스가 아닌 척한다. 기사는 기사, 광고는 광고, 협찬은 협찬일 뿐이라 한다. 언론 장사를 하면서 세상을 속인다. 비겁하고 기만적인 상술로 여론을 호도한다. 이런 일은 하지 않는 게 세상에 보탬이 된다. 스스로 바로 잡지 못하겠으면 물러서는 게 옳다.
또 하나는 내가 하는 일이 나에게도 좋지 않다는 것이다. 기자는 나의 ‘에고’를 부풀리는 데 아주 좋은 직업이었다. 기자가 되어 아쉬운 소리 하지 않고 폼 나게 살았다. 이런저런 대접과 혜택을 받으며 편리하게 살았다. 기자는 멋있는 직업이었다. 그러나 그 길은 내 길이 아니었다. 내가 꼭 하고 싶은 일이 아니었다. 내 몸에 맞는 옷이 아니었다.'

큰 딸 민지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온 가족이 주말 연속극 <글로리아> 촬영 현장에 놀러온 적이 있어요. 아빠가 야외 연출을 하는 걸 신기한 눈으로 보더군요. 민지가 그랬어요. "아빠가 뭐라고 하니까, 길 가는 사람들까지 딱 멈춰 서고, 아빠가 또 뭐라고 하니까, 다 움직이더라?" 네, 민지가 말한 행인들은 실은 엑스트라였어요. 그러니 제가 큐를 주면 움직이고, 컷을 외치면 다들 동작을 멈추지요. 그런데 민지의 눈에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아빠의 지휘를 받는 것처럼 보였나봐요. 순간 깨달았어요. '아, 이 직업에 너무 익숙해지면 안 되겠다.' 

현역에 있을 때, 너무 떵떵거리고 살면 노후가 외롭습니다. 퇴직 후에도 그런 대접을 바라면 안 되고요. 나를 대접해주지 않는 세상이 원망스럽거든요. 저는 퇴직 후, 혼자 길을 걷고 책을 읽습니다. 감독으로 일하며 부풀려진 자아를 독서와 걷기로 다스리며 살고 싶습니다.

더, 더, 더! 더 벌려고 욕심을 내기 보다, 덜어내고 덜어내고 덜어내는 삶을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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