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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경제수업

돈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by 김민식pd 2022. 7. 29.

은퇴한 후, 경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고정 수입은 없으므로, 지출을 관리하는 게 제 노후의 행복을 지키는 길이거든요. 요즘 서점가에 가면 경제 수업에 대한 책들이 많아요. 부동산이며 주식이며, 돈을 어떻게 벌 것인가에 대한 책이 넘쳐나는데요. 저는 돈의 심리에 대해 공부하고 싶었어요.  

<돈의 심리학> (모건 하우절 지음 / 이지연 옮김 / 인플루엔셜)

돈을 버는 것도, 쓰는 것도, 사람의 마음을 알아야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게 쉽지가 않지요. 책의 1장의 제목은 ‘아무도 미치지 않았다’인데요. 이런 글이 나옵니다.

‘물리학은 논란을 일으키지 않는다. 법칙을 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은 다르다. 금융은 사람들의 행동을 따른다. 나의 행동이 스스로에게는 합리적으로 보여도 당신에게는 미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사람마다 재테크를 대하는 자세가 다릅니다. 안전지향적인 사람은 위험선호형 투자자의 행태를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고요. 반대로 위험선호형 투자자는 안전지향적인 사람을 보고 돈 벌 기회를 걷어찬다며 답답해할 수 있어요. 그런데요. 경제학자들이 발견한 사실에 따르면 사람들의 투자 결정은 본인 세대의 경험, 특히 성인기 초기의 경험에 크게 좌우된다고 합니다.

"투자자 각자의 위험 선호도는 개인의 경험에 좌우되는 것으로 보인다."


지능도, 교육도 아니었어요. 순전히 언제, 어디서 태어났느냐 하는 우연에 좌우될 뿐입니다. 

1996년, 제가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IMF가 터졌어요. 그때 은행 이자는 20%까지 올라갑니다. 매달 꾸준히 예금만 모아도 따박따박 목돈이 만들어졌어요. 90년대 말에 닷컴 주식 붐이 불면서 주식 투자로 돈을 번 사람도 있었죠. 저는 당시 예능 조연출로 일하느라 잠 잘 시간도 부족했어요. 회사 사무실에 앉아 주식 시황을 살피고 매도 주문을 낼 여유가 없었죠. 시간 여유가 많은 부장님들이 주식으로 재미를 봤는데요. 2000년대 초반에 닷컴 버블이 꺼지면서 손해를 많이 봤어요. 

보니까 주식으로 돈을 벌면 술을 사고요. 돈을 잃으면 보험이나 적금을 깼어요. 소소하게 따서 크게 잃는 모습을 보며 저는 주식을 멀리하고 삽니다. 책을 읽고 깨달은 점, 제가 안정지향적 투자자가 된 건, 성인기 초기의 경험 때문인데요. 그렇다면 2020년 코로나로 인해 자산 가격이 폭등하고 비트코인이 대박 나는 걸 본 젊은 세대는 투자에 있어 다른 성향을 띨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즉, 투자성향은 누가 옳고 그르냐 하고 따질 수 없는 문제입니다. 그냥 개인의 경험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니 그러려니 하고 살아야지요.

인생에서 돈은 얼마나 있어야 충분한가? 재테크를 할 때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목표를 세우는 것입니다. 골대를 세우지 않고 계속 달리기만 하는 인생은 결국 결승선을 통과하기 전에 지쳐 쓰러지고 맙니다.

‘현대 자본주의는 두 가지를 좋아한다. 부를 만들어내는 것과 부러움을 만들어내는 것. 아마 두 가지는 서로 함께 갈 것이다. 또래들을 넘어서고 싶은 마음은 더 힘들게 노력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충분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삶은 아무 재미가 없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듯이, 결과에서 기대치를 뺀 것이 행복이다.’

돈에 대해서는 다음 네 가지 질문을 던져보세요. 
하나, 얼마나 더 벌고 싶은가?
둘, 누군가와 비교하고 있진 않은가?
셋, 충분하다고 느끼는가?
넷, 돈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산다는 것은 녹록지 않습니다. 돈을 버는 것과 돈을 잃지 않는 것이 전혀 다른 사안이기 때문이죠. 돈을 버는 것에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낙천적 사고를 하고, 적극적 태도를 갖는 등의 요건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돈을 잃지 않는 것은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재주를 요구합니다. 겸손해야 하고, 또한 돈을 벌 때만큼이나 빨리 돈이 사라질 수 있음을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합니다. 번 돈의 일부는 행운의 덕이므로 과거의 성공을 되풀이할 거라 믿지 말고, 겸손한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요.

피디로 일하면서 연예인들의 삶을 곁에서 지켜봤는데요. 스타가 되는 것과, 유명세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태도가 달라요. 뜨기 위해 중요한 건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는 힘이지요. 노래든 연기든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요. 용기를 내어 자신이 만든 결과물을 사람들에게 보여야 합니다. 그러다 행운이 따른다면 스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뜨고 난 다음에는 용기보다 겸손함이 필요해요. 신인 시절에는 엉뚱한 말로 사람들을 웃길 수 있고, 과감한 표현으로 시선을 끌 수 있어요. 뜨고 나면 정반대의 힘이 가해집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겸손하게 삼가며 살아야 해요.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바로 반격이 들어오거든요. 성공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게 성공을 유지하는 것이고요. 돈을 버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게 번 돈을 지키는 일입니다. 

이 책에는 금융전문가가 아이들에게 보내는 금융 조언이 편지글의 형태로 실려있어요.

‘사랑하는 나의 아이들에게
언젠가는 너희들도 금융에 대해 배워야 할 때가 올 것이다. 그때 너희들을 위해 나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구나. 

나는 네가 열심히 노력하는 것의 가치와 그 보상을 믿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모든 성공이 노력의 결실도 아니고, 모든 가난이 게으름의 결과도 아님을 깨닫기를 바란다. 너 자신을 포함해 누군가를 판단할 때는 이 점을 반드시 기억하거라. 

돈이 주는 가장 큰 배당금은 네 시간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능력이다. 네가 원할 때, 원하는 일을,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사람과 함께, 원하는 만큼 오래 할 수 있다는 사실은 그 어떤 고가의 물건이 주는 기쁨보다 더 크고 더 지속적인 행복을 준다. 비싼 물건을 소유하면서 얻는 기쁨은 금세 사라진다. 

더 적은 것을 가지고 사는 법을 배워라. 이런 삶의 방식은 경제적으로 가장 큰 힘이 되는 지렛대가 될 것이다. 이것은 너의 소득이나 투자수익률보다 네가 통제하기 쉬운 부분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성공은 나를 사랑해줬으면 하는 사람들이 나를 사랑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랑을 얻는 데 압도적으로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순자산의 수준이 아니라 네가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느냐이다. 내가 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금융조언은, 너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은 돈이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 글은 제 아이들에게도 전해주고 싶네요. 돈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분들이 읽어보면 도움이 될 책입니다. 돈으로 하는 마음 고생을 줄여주는 책이거든요. 금융 멘토에게 돈 사용 설명법을 배우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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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9

  • 섭섭이짱 2022.07.29 09:32 신고

    안녕하세요.

    이 책 읽으면서 정말 뭐 하나 챕터 하나하나
    그냥 지나칠수 없는 엑기스만
    모은 책이라 생각했는데
    역시 작가님이 리뷰를 ^^

    "너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은
    돈이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저도 이 부분에 만퍼센트 공감합니다.
    돈이 모든걸 해결해 주는건 아니더라고요.
    돈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한 책이라 기억에 많이 남네요.
    휴가에 읽을 책으로 초초초 강추합니다.
    답글

  • 보리랑 2022.07.29 09:53 신고

    <돈의 심리학>
    중고등학교 필수과목이 되면 좋겠어요
    답글

  • 짠직 2022.07.29 15:10

    (자본, 경제력을 이용하여)
    사랑하는 내 가족과의 소중한 시간을 갖고 싶네요
    [불현듯 작가님 말씀이 생각나며] 자주 ~
    행복은 빈도!!
    답글

  • 익명 2022.07.29 18:20

    비밀댓글입니다
    답글

  • 김주이 2022.07.29 20:17

    우와 어제 이 책을 꺼내서 보기 시작했는데, 신기해요.
    작가님 더운 여름 건강 유의하세요.
    늘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답글

  • 관계도대왕 2022.07.30 10:25 신고

    그래서 저는 항상 영화의 한 장면을 자주 생각하곤 합니다.
    영화 '곡성'에서 어린딸이 이렇게 말하지요.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답글

  • 푸른돌고래 2022.07.31 14:00

    와~ 역행자를 읽고도 계속 뭔가 허전하고 의문이 들었는데 이 글을 읽고 왜 그랬는지를 알겠네요. 딱 맞춰 제게 이 글이 온 것 같아 감사하네요. 이 책도 읽어봐야겠어요~ ^^
    답글

  • 문득그녀(대구 진책방에서 만난 독자) 2022.07.31 23:28

    한동안 작가님 글을 찾지못했는데, 다시 반갑습니다.꼬꼬독이나..유튜브에서도 자주뵙기를 고대합니다..하하
    답글

  • 꿈트리숲 2022.08.04 17:08 신고

    돈이 주는 가장 큰 배당금에
    격하게 공감합니다.
    저의 아이는 사회 초년생이 되면
    어떤 경험을 할지... 돈이 주는
    가장 큰 배당금의 경험을 꼭
    해봤으면 좋겠네요.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