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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의 경제 공부

소비를 줄이는 3가지 습관

by 김민식pd 2022. 12. 23.

스무 살에 처음 서울에 올라왔을 때 깨달았어요. '아, 이 커다란 도시에서 나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 촌놈이로구나.' 말로만 듣던 압구정 오렌지족이라는 부유한 20대의 삶을 흘깃 본 후 느꼈어요. '저런 삶을 부러워하는 건 내 부모를 원망하는 일이겠구나.' 그들이 누리는 건 태어날 때부터 이미 결정된 것이니까요. 어차피 많은 돈을 가질 수 없다면, 나는 적은 돈에 만족하며 살아야겠다. 그래서 저는 20대부터 짠돌이로 살기 시작합니다.

방송사 피디로 일하는 24년 동안 몇차례 정체성의 위기가 왔어요. 나름 잘 나가는 직업이고요. 고연봉 정규직입니다. 용돈은 극도로 제한하며 살았는데, 문제는 내가 만나는 사람들입니다. 피디가 만나는 사람들은 다 잘 나가는 사람들이에요. 돈을 엄청나게 많이 버는 연예인들이나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전문가들을 만납니다. 일하다 친해져서 사적인 만남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요. 

어떤 분은 샴페인을 참 좋아했어요. 술 마시자고 해서 나갔더니 돔 페리뇽을 시키더군요. 술 한 병에 30만원이 넘어가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당시 제 용돈은 한 달에 50만원) 마른안주를 시키려고 했더니 샴페인에는 과일 안주를 시켜야 한다고... 안주값도 10만원... 후덜덜... 물론 돈을 잘 버는 그 친구가 술을 샀지만, 마음은 내내 가시방석이었어요. 다음부터는 그 친구와 약속 잡는 건 피했어요. 누가 밥을 사준다고 해도, 너무 비싼 메뉴는 싫어요. 남의 돈도 내 돈처럼 아껴야 진짜 짠돌이에요. 내 돈만 아끼면 그건 그냥 수전노... ^^

나는요, 짠돌이라는 나의 정체성에 만족하고 삽니다. 큰 돈 벌지 않아도, 내가 버는 범위 안에서 즐겁게 살고 싶어요.  

<소비단식 일기> (서박하 / 자기만의 방)를 읽었습니다. 

어느날 카드청구액을 본 저자는 500만 원이라는 숫자에 눈을 비빕니다. '내가 언제 이렇게 카드를 많이 긁었지? 비상금 대출이랑 마이너스 통장이랑 학자금 대출이랑 다 합해보니 빚이 1,600만 원. 빚은 언제 이렇게 늘어났지?' 이제 저자는 빚을 줄이기 위한 '소비단식'을 시작합니다. 말 그대로 소비를 중단하는 거죠. 

자본주의 사회는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소비를 하라고 부추깁니다. 너의 정체성을 소비로 증명해줘! 난 이렇게 패션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야. 난 이렇게 고급진 취향을 가진 사람이야. 난 이렇게 힙한 운동을 하는 사람이야. 그렇게 살다보면 빚이 늘어나죠. 소비를 줄이려니 자존감이 떨어집니다. 저자는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쇼핑 대신 3가지 노력을 하는데요. 

첫째, 감사일기를 씁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인식하고 긍정하는 것이죠.

둘째, 내 주변 환경을 강제합니다. SNS를 줄이고, 나를 작아지게 만드는 친구들과의 만남을 줄입니다. 친구들 중에는 그런 이들이 있지요? 만나고 나면 나 자신이 초라해지는... 그런 친구는 피하는 게 소비단식입니다. 

세번째, '그럼 뭐 어때'하고 생각합니다. 좀 없으면 어때? 안 사면 어때? 안 가면 어때? 이렇게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고요. 

저자는 스트레스를 온라인 쇼핑으로 풀었대요. 고생한 나를 위해 작은 선물을 해주는 거죠. 쇼핑은 즉각적인 보상이 주어지기에 중독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특히나 신용카드 결제나 간편 결제를 하면, 나가는 돈은 잘 보이지 않는데, 택배상자라고 하는 확실한 보상이 찾아오지요. 스트레스를 줄이는 게 소비를 줄이는 첩경입니다. 저자가 작은 성취감을 느끼기 위해 쇼핑 대신 선택한 3가지 활동이 있어요. 

첫째, 글쓰기. 

'내가 쓴 이야기가 바로 눈에 보이니 성취감이 느껴지는 것은 물론, 나도 몰랐던 내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어 도움이 된다. 소비단식 기간에는 어떤 식으로든 꼭 글을 쓰길 추천하고 싶다. 

두 번째로 찾은 건 걷기였다. 아이를 돌보다가 혹은 일을 하다가 과도하게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연스럽게 쇼핑앱에 들어가거나 특가판매 코너를 기웃거렸다. 아이를 위해 장난감이라도 하나 사고 싶어진다. 그럴 때면 나가서 걸었다. 잠시 바깥공기를 쐬고 근처 하천을 걸으면 쌓인 스트레스가 꽤 날아갔다. 조금이나마 운동을 했다는 작은 성취도 함께 따라왔다. 하루에 만 보를 다 채우면 그 자체가 기쁨이었다.

세 번째는 책 읽기다. 책상에 읽을 책을 늘 한 권씩 두었다. 종류를 가리지 않고 읽었다.' 

이 3가지 활동은 제가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데도 큰 도움이 된 활동들입니다. 쓰기, 걷기, 읽기는 자기 성찰과 이어집니다. 내가 사고 싶은 저 물건이 꼭 내 삶에 필요할까? 그냥 글을 쓰고, 동네를 산책하고,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이 소중한 일상을 즐기면 되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 

소비단식, 쉽지는 않아요. 하지만 저자는 꾸준히 도전한 끝에, 결국 빚을 다 갚고요. 정기적인 수입이 생겼고요. 불안하던 마음이 건강해지고요. 타인의 시선에서 한결 자유로워졌답니다. 

경제적 자유를 어떻게 누릴 것인가, 고민하다 찾아본 책입니다.

퇴직한 지, 이제 3년차에 접어듭니다. 내가 가장 꾸준히 하는 일이 무엇인가 보니 블로그 글쓰기더군요. 고민끝에 구글 애드센스를 달기로 했어요. 블로그 본문 맨 마지막에 광고 화면이 뜹니다.  퇴직자의 노후 대비를 위한 하나의 실험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를 구합니다.

짠돌이 경제 수업은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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