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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의 경제 공부

가진 돈은 몽땅 써라

by 김민식pd 2022. 10. 3.

여러분은 책을 왜 읽나요? 저는, 제 생각의 틀을 깨기 위해 읽습니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만나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인생을 바꾸는 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책이라면 다르죠. 나를 설득할 수 있어요. 

'나는 점심으로 장어덮밥을 추천한다. 몇백 엔짜리 체인점 장어덮밥이 아니라 아사쿠사나 니혼바시의 전통 있는 식당의 장어덮밥을 먹길 바란다. 식사 한 끼의 가격은 5,000엔이 넘지만, 인생의 수업료라고 생각하면 그리 비싼 가격도 아니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이랑 저는 친구가 되기 쉽지 않아요. 점심 한끼 먹는 데 5만원을 넘게 쓰는 부자랑 만나는 건 짠돌이인 제게 스트레스입니다. 누가 사준다고 해도 부담스러워요. 다음엔 내가 사야하잖아요. 아무리 돈이 많아도 한 사람만 계속 돈을 내는 관계는 불편합니다. 그렇지만, 그런 사람이 쓴 책을 읽는 건 부담이 없어요. 

<가진 돈은 몽땅 써라> (호리에 다카후미 저/윤지나 역/쌤앤파커스)

저는 평생 돈을 아끼고 모으며 살아왔어요. 매월 월급을 타면 저축부터 하고 남는 돈으로 생활을 했지요. 2년 전 명퇴를 하면서 결심했어요. '은퇴 후, 돈을 더 모으지는 말자. 버는대로 쓰면서 살자.' 내가 모은 돈이 내 돈일까요, 내가 쓴 돈이 내 돈일까요? 젊어서는 모으는 게 중요하지만, 나이 들어서는 잘 쓰는 게 더 중요합니다. 돈을 모으기만 하면, 정작 그 돈을 쓸 시간이 없습니다. 노후에는 내가 좋아하는 책 실컷 읽고, 가고 싶은 곳으로 여행을 다니며 살고 싶어요. 그런 제게 생각의 전환을 가르쳐주는 책입니다. 

저자인 호리에 다카후미는 1972년 후쿠오카에서 태어나 일본 IT 업계의 풍운아로 이름을 떨쳤어요. 민간 기업으로는 일본 최초로 우주에 로켓을 쏘아 올리는 데 성공했고요. 라이브도어 사건으로 감방에 다녀오기도 했지요. 수감 생활을 하며 수백권의 책을 읽고 글을 써 저자로서 유명세를 탑니다. 역시 독서는 인생을 바꾸는 힘이 있어요. 특히 그 인생이 수렁에 빠진 상태라면 더욱.
 

저자는 대학생이 된 이후로 저축은 일절 하지 않았답니다. 목돈을 손에 쥐면 여행도 가고, 맛있는 것도 먹고, 식견을 넓히는 데 다 썼어요. 성향적으로 저축을 싫어하기도 하지만, 통장에 갇혀 생명력을 잃은 돈을 움켜쥐고 있기보다 살아 숨 쉬는 돈을 쓰는 것이 압도적으로 즐겁고 행복하다고 믿었기 때문이지요.

'나는 지금까지 저축 대신 경험에 투자했고, 돈으로 산 그 경험들은 이제 그 곱절의 돈을 내도 결코 재현할 수 없다. 저축으로 눈앞의 불안을 조금 덜 수 있을지는 몰라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미래를 위해 죽은 돈을 꽁꽁 품고 아등바등 살 것인가? 살아 있는 돈으로 현재를 가장 귀중하게 만들어줄 값진 경험을 쌓을 것인가? 어느 쪽이 후회 없는 인생이 될지,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저는 반대로 평생 저축에 올인하며 살았어요. 이제는 삶의 자세를 바꿔야 할 나이입니다. 쉰 셋에 명예퇴직을 선택하며 생각했어요. 30년 간, 열심히 돈을 모았으니, 이제 남은 30년은 여유롭게 살다 가도 좋지 않을까? 퇴직 후, 더이상 저축을 하지 않습니다. 소득이 생기면 바로바로 씁니다.

제가 요즘 하는 가장 큰 지출은 운동과 여행에 들어가는 돈이에요. PT를 받고요, 탁구 레슨을 받고요. 줌바 수업도 듣습니다. 셋 다 너무 재미있고요. 건강을 지키는데 필요한 돈은 아낌없이 씁니다. 여행도 마음껏 다닙니다. 견문을 넓혀주는 경험을 통해 새로운 자극을 얻습니다. 여행에 들어간 돈도 아깝지 않아요. 다 즐거운 추억이 되고, 새로운 글감을 만들어주니까요.   

'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돈은 신용을 수치화한 것’이라고 말해왔는데, 이 말처럼 돈이라는 신용은 쓸 때 비로소 실현된다. 저축만으로는 신용이 현실 세계에 구현되지 않는다. 돈을 써야 여러분의 가치가 커지고 새로운 생산의 순환이 생겨난다는 뜻이다. 돈은 신용을 수치화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돈은 쓰면 쓸수록 신용을 더 강력하게 구현하는 공평하고 편리한 도구이다.

돈을 모으기만 해서는 안 된다. 돈은 애당초에 쓰이기 위해 탄생한 도구이다. 여러분은 무엇을 하기 위해 돈을 모으는가? 만일에 대비하기 위해? 다가올 겨울을 위해? 곰곰이 생각해보면 둘 다 아니지 않은가? 부득이한 만일의 경우가 닥쳤을 때, 정말로 도움 되는 것은 통장에 쌓인 잔고가 아니라 돈을 쓰면서 쌓은 지혜와 풍부한 경험이다.'

짠돌이에게 뒤통수를 탁! 치는 깨달음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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