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국내여행

짠돌이 최애 여행지

by 김민식pd 2022. 1. 31.

도서관 강연에 갔다가 질문을 받았어요. 

"피디님, 퇴직하시고 어떻게 지내시나요?" 

"책 읽고 여행 다닙니다." 

"피디님이 제일 좋아하는 여행지는 어디인가요?"



오늘의 질문 : 짠돌이의 최애 여행지는 어디인가?

2021년 1월 5일부터 10일까지 제주도, 12일부터 15일까지 강원도 속초를 다녀왔어요. 1월 16일 아침에 눈을 떴어요. 은퇴하면 하루하루를 여행하듯이 살고 싶다는 다짐이 떠올랐어요. 오늘은 어디를 갈까? 아침에 가계부를 쓰며 정산해보니 5박6일 제주 여행에 53만원을 썼고요. 3박 4일 속초 여행에는 25만원이 들었어요. 돈은 한정된 자원이라, 계속 쓰면 언젠가는 바닥이 납니다. 오늘은 돈 한 푼 쓰지 않는 무지출 여행에 도전합니다. 회사 출근하듯 아침 8시 반에 집을 나섭니다.

제가 좋아하는 동네 산책 코스는 매봉산입니다. 

도곡 근린 공원이라 하여 다양한 산책 코스가 있어요. 한 바퀴 도는데 한 시간 정도 걸리는데요. 출근하기 전 운동코스였지만, 오늘은 한 시간만 걷고 집으로 돌아가면 하루 종일 백수입니다. 더 걸어야지요. 그래야 여행자지요.

제주도에 가면, 올레길이 있고, 속초에 가면 사잇길이 있듯, 강남에는 강남둘레길이 있습니다.


오전 9시에 3호선 매봉역을 지나 바닥에 난 표지를 따라 양재천을 찾아갑니다. 네이버 지도에서 양재천을 찾아 걸어가도 좋아요. 매봉역 2번출구에서 매봉산으로 찾아가는 것도 네이버 지도를 참고하면 편합니다.

9시 15분 양재천을 건넙니다. 4월이면 벚꽃이 예쁘게 피는 양재천을 걸어도 참 좋아요.

양재천을 다리로 건너면 남부혈액원이 나오고요. 그 뒤에 달터근린공원이 있어요. 구룡산을 향해 구불구불 숲길을 따라걷습니다. 

강남 둘레길 중 둘레숲길 4코스인데요. 매봉역에서 1킬로, 수서역까지 걸어서 8킬로 정도 걸립니다.  

9시 40분에 구룡산 입구에 도착했어요. 구룡산도 좋지만, 그날은 며칠 전 내린 눈이 잔설로 남아 미끄러웠어요. 퇴직하고 최대한 몸을 사리는 저는 산을 타는 것보다 그냥 산책을 좋아합니다. 다시 양재천으로 돌아갑니다.

10시 30분 양재천에 도착하면 이번에는 양재 시민의 숲을 향해 양재천을 따라 걷습니다. 시민의 숲까지 내처 걸어도 좋지만... 그럼 집에 돌아갈 때, 버스를 타거나 전철을 타야 합니다. 오늘 저의 목표는 무지출 여행, 버스비 천원도 아끼는 것입니다. 네이버 지도를 보고 전날 연구를 했어요. 양재천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 어떻게 걸어야 할까?

10시 50분. 양재도서관에 도착했어요. 양재천 바로 옆에 있어 도서관에서 보이는 전망이 참 좋은 곳인데요. 때는 바야흐로 2021년 1월, 코로나로 도서관 이용이 어려웠어요.

도서관 앞에 멋진 나무 의자들도 많아 날이 풀리면 여기서 책을 읽어도 좋겠네요.

양재도서관은 새로 생겨 시설도 좋구요. 장서도 많아요. 양재천 나들이를 겸해 놀러오셔도 좋아요. 도서관 바로 옆에 바우뫼 공원이 있고요. 야트막한 언덕을 넘어가면...


오전 11시, 말죽거리 근린공원이 나옵니다. 한적한 언덕길을 30분 정도 걸으면 11시 30분 양재역 서초구청이 나와요. 여기서 집까지는 걸어서 10분입니다.

피디님이 제일 좋아하는 여행지는 어디인가요?

제일 좋아하는 곳이라면 가장 자주 간 여행지가 아닐까요? 신혼여행도 가고, 아이들과 가족 여행도 가고, 아버지를 모시고도 다녀온 뉴욕이 떠올랐어요. 네번이나 다녀왔으니 뉴욕이 최애 여행지일까요? 아니면 혼자도 다녀오고, 큰 딸이랑도 갔던 네팔 안나푸르나일까요? 그런데 아무리 좋으면 뭐하나요. 코로나라 갈 수가 없는데... 자주 가는 곳이 가장 좋아하는 곳이라면 양재천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여행지는 양재천입니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고 믿습니다.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장소가 뉴욕이라면, 코로나가 터져 갈 수 없는 지금의 나는 불행해야 맞죠. 하지만 저는 양재천이 있어, 매일 여행하듯 다닐 수 있어요. 멀리 있는 곳을 여행의 로망으로 삼지 마세요. 대신 내 곁에 있는 곳, 나의 동네를 여행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매일 새롭게 느끼고 경탄하며 즐겨보세요. 

매봉산 - 양재천 - 달터 근린 공원 - 양재천 - 양재도서관 - 바우뫼공원 - 말죽거리 근린공원

집에서 출발해 걸어서 3시간 걸립니다. 돈 한 푼 안 들이고 숙박비 부담없이 즐기는 여행지죠. 이름하여 '양재천 그랜드투어' ㅋㅋㅋ 이게 무슨 위대한 여행이냐고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를 하라는 압박을 이겨내고 하루 무지출 여행에 성공한다면, 그 자체로 위대한 도전 아닐까요?

짠돌이 여행자의 무지출 여행은 다음편에도 계속됩니다~  


반응형

'짠돌이 여행예찬 > 짠돌이 국내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주 올레 1코스 여행  (15) 2022.02.08
눈 내리는 인왕산 여행  (19) 2022.02.03
겨울 설악산 울산바위 여행  (12) 2022.01.27
겨울 방학엔 스키 캠프  (12) 2022.01.25
겨울 설악산 비선대 여행  (15) 2022.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