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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국내여행

겨울 설악산 비선대 여행

by 김민식pd 2022. 1. 20.

2021년 1월 13일자 설악산 산행기입니다. 

6시에 일어나 전날 편의점에서 산 과메기와 튀김우동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숙소를 나섭니다. 7시에 설악산 공원 입구에서 버스를 타고요. 7시 30분에 매표소를 통과합니다. 

한적한 산책로를 따라 하염없이 걷습니다.

8시 20분, 비선대에 도착했어요. 웅장한 바위가 세월을 견디며 서 있군요. 

등산로를 따라 부지런히 걷습니다. 겨울 설악산은 처음인데요. 겨울에는 해가 짧아 아침 일찍 산을 오릅니다. 날이 추워 그런지 등산객은 보이지 않네요.

얼어붙은 계곡위로 다리를 건넙니다. 여름에 줄을 지어 건넌 기억이 있는데, 이렇게 한산하네요. 일주일 전에는 한라산 백록담에 올랐으니 오늘은 설악산 대청봉에 오르는 게 목표입니다. 

9시 50분 양폭 대피소에 도착했어요. 매점 근무하시는 분이 제 옷차림을 보더니 물으셨어요.

"어디까지 가십니까?"

"대청봉을 가려고 하는데요."

"오늘은 바람이 심해 힘들 것 같은데요. 길도 미끄럽고요."

"아이젠도 챙겨왔는데 힘들까요?"

"바위에 살얼음이 끼어서요. 많이 미끄럽습니다. 바람이 심해 많이 춥고요. 혹 다칠 경우, 위험할 수 있어요." 

말씀을 듣고 보니, 등산로 곳곳에 살얼음이 끼어 쉽지는 않겠네요. 그날 올라오면서 만난 등산객이 왜 한 사람뿐이었는지 알 것 같았어요. 날도 춥고 바람도 심해 대청봉을 오를 조건은 아닌 거지요.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어요. 겨울 산에서 무리하다 사고가 나면, 여럿 고생시킬 수도 있으니까요.

내려오다 설악산 탐방로 안내 지도를 봤어요. 신흥사에서 비선대까지 2.3킬로, 비선대에서 양폭대피소까지 3.5킬로, 오늘 왕복 15킬로미터 정도를 걸었군요. 문득 흔들바위와 울산바위를 가는 거리를 보니 왕복 7킬로미터로 비교적 짧네요. 아, 내일은 울산바위를 가야겠구나! 싶었어요. 

점심 무렵, 신흥사 경내를 지나갑니다. 코로나 시절, 이렇게 한가한 관광지 사진도 블로그에 올려두려고요. 언젠가 20년 후에 이 사진을 보며 그러지 않을까요? '세상에, 유명 관광지가 저렇게 한적했던 때가 있었네?' 

오후 1시에 숙소에 돌아와 잠깐 눈을 붙였는데요. 눈을 뜨니 벌써 오후 3시네요. 낮잠을 2시간이나 자다니! 아침에 찬바람 맞으며 설악산을 오른 것이 은근히 힘들었나봐요. 미끄러질까봐 잔뜩 긴장하고 산을 올랐거든요. 

오후 산책을 시작했어요. 바닷가를 따라 한참을 걷다 저녁을 먹으러 국수집을 찾아갔어요. 손님이 아무도 없어요. 방역지침에 따른 출입명부를 적다보니 그날 낮 12시에 2팀이 오고 내가 다음 손님이에요. 하루 종일 손님이 다섯 명... 아저씨가 주문받고 아주머니가 음식을 하는데요. 식사를 차려주신 후, 두 분도 식사를 하십니다. 아저씨가 퇴직하고 부부가 함께 식당을 차리신 것 같아요. 식당이 가족의 노후대책인 것 같은데, 부디 코로나 시기를 잘 버티시기를 소망합니다.

대포항 야경입니다. 멋지네요. 튀김집과 횟집의 조명은 휘황한데, 사람은 없습니다.  인적이 드문 대포항 거리를 밤에 혼자 걸으니 살짝 처량한 생각도 듭니다. 

오늘의 질문 : 혼자 여행하다 쓸쓸할 때는 어떻게 하나요? 

정신승리로 버팁니다. 코로나가 터져 지역 경제가 어려워졌어요. 퇴직금을 받았으니 당분간 저는 혼자 국내 여행을 다니려고요. 시골 맛집이나 지역 숙소를 찾아다닙니다. 서울에서 평생 일하며 번 돈을 이제는 전국 여행을 다니며 씁니다. '나는 하릴없이 노는 백수가 아니다.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발로 뛰는 애국자다.' 그렇게 정신승리를 하며 삽니다. 

1일 경비

(아침과 점심은 전날 사둔 봉브레드 마늘 바게트와 과메기로 해결했어요.)

저녁 국수 7000원

설악산 입장료 3500원

버스비 2000원

숙박 38000원

1일 총경비 50000원.

(애국자가 이것밖에 안 쓰다니, 에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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