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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의 경제 공부

월급이 적어도 절반을 저축할 수 있나요?

by 김민식pd 2022. 1. 19.

2022년을 맞아 <공짜로 즐기는 세상> 블로그 개편을 했어요. 카테고리 2개가 새로 생겼지요. 짠돌이 경제수업과 짠돌이 건강 수업. 은퇴를 하고 보니 제게 가장 중요한 자산 두 가지가 돈과 건강이더라고요. 짠돌이 경제 수업의 글을 쓰다 2013년에 올린 글 한 편을 발견했어요. 경제적 자유를 얻는데 있어 중요한 건 매월 급여의 절반 이상을 저축하는 건데요.

오늘의 질문 : 월급이 적어도 절반을 저축할 수 있나요?

우선 2013년 방명록에 올라온 질문을 살펴보시지요.

'민식피디님
경제적 독립해서 따로 혼자 사는게 맞을까요
아니면 그냥 부모님과 함께 사는게 맞을까요
독립해서 살면 월세값, 경제적부담이되서 그럽니다.'

어떤 게 답일까요?

저의 아버지는 무척이나 엄한 분이십니다. 어려서 아버지에게 참 많이 맞았어요. 아버지는 그러셨어요. "부모가 자식을 때리다가 자식이 죽어도 부모는 죄가 없다. 그건 자식을 인간 만들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기 때문이다." (요즘 같았으면 큰일날 말씀이죠. 바로 신고감...) 매보다 저는 아버지의 그런 말이 더 무서웠어요.

아버지는 입버릇처럼 말씀하셨어요. "네가 내 돈을 타 쓰는 동안에는 내 말을 들어야지." 적성에 안 맞는 이과에 가고, 공대에 가고, 영업사원으로 취업을 한 게 다 아버지의 말씀을 거역할 수 없다는 부담 때문이었어요. 부모님으로부터 정신적으로 독립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독립을 쟁취하는 게 우선이었지요.

고등학교 때 어떻게 하면 경제적 독립을 얻을까 고민하며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 읽었는데요. 월급을 받으면 절반 이상을 저축하라는 글을 접했어요. 대학 진학을 위해 서울로 온 후, 처음 한 일은 입주 과외였어요. 먹여주고 재워주는 집에서 아이를 가르치고 돈을 벌었죠. 1987년 당시 입주과외 대학생의 월급은 한 달에 10만원이었어요. 학교까지 왕복 3시간 거리에 있는 집에서 고등학생 남자 아이와 방을 함께 쓰며 지냈어요. 어느날 집에 돌아오니 주인 아주머니가 저를 부르시더군요. 청소하다가 제 통장을 보셨나봐요. "학생, 이게 뭐야?" "네?" "적금 통장이 있대? 학생 집에서 용돈 타서 써?" "아뇨? 주시는 월급에서 반은 용돈으로 쓰고 반은 저축하는건대요?" "그 돈을 쪼개서 적금도 붓는다고? 학생, 진짜 지독하네..." 저축은 저의 오랜 습관입니다. 대학 시절 아르바이트를 하면 항상 절반은 저축했어요. 경제적 독립을 이루기 위해서. 

입주과외를 그만두고 여름방학 때 하숙비를 아끼기 위해 학교 동아리방에서 숙식한 적이 있어요. 밥은 학교 구내 식당에서 먹고요. 낮에는 도서관에서 지내다 밤이 되어 아이들이 집으로 가면 동아리방에 갑니다. 책상을 이어붙이고 캐비넷에 넣어둔 이불을 꺼내 잠자리를 만들었어요. 학생회관 건물은 층고가 높아 천장이 까마득하게 위에 있어요. 그 시절, 잠이 오지 않으면 산울림의 <청춘>을 들었어요. 지금도 이 노래를 들으면 동아리방의 그 높은 천장이 떠오릅니다. 이 일화를 <공짜로 즐기는 세상>이라는 책에 쓴 적이 있는데요. 어머니가 그 대목을 읽고 그러시더군요. "우리가 그렇게 어렵게 살았었니? 너를 그렇게 가난하게 키웠니?" 그렇지는 않았죠. 오해하실까봐 잠깐 말씀드리면 우리 부모님은 경제적 여유가 좀 있습니다. 아마 제가 손을 벌리면 언제든 금전적 도움을 주셨을 거에요. 하지만 전 아버지에게 돈을 타쓰기가 싫었답니다.

1992년에 첫 직장에 들어갔고요. 이제 월급을 100만원 넘게 받았어요. 부자가 된 기분이었지요. 10만원 월급을 받고도 절반 저축을 했는데, 이제는 저축액이 커진 거죠. 수입이 늘면 지출도 따라 늘기 쉽습니다. 수입이 늘면 우선 저축액부터 늘립니다. 회사를 2년쯤 다닌 후, 사표를 내겠다고 했을 때 아버지는 길길이 뛰셨어요. 그때 딱 한마디 했어요. "아버지 돈은 한 푼도 안 쓸 거예요. 회사 다니며 모아둔 돈 있거든요? 그걸로 통역대학원 입시반 다닐 겁니다. 그리고 저 이제 스물 다섯이거든요? 아버지가 반대한다고 다니기 싫은 직장 억지로 다닐 필요 없다구요. 제 인생 제가 살 거구요. 굶어죽어도 아버지한텐 손 안 벌릴게요."

오로지 내가 모은 돈으로 대학원 입시를 해결하자고 결심하니, 이 악물고 공부하게 되더군요. 다행히 대학원 입학 후로 경제적 어려움은 없었어요. 통역도 하고, 영어 과외도 하고, 학원 토익 교재도 쓰면서 돈을 꾸준히 벌었거든요. 닥치는 대로 일을 한 거죠.

경제적 독립이 정신적 독립을 가져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단단하게 마음을 먹어야해요. 좀 불편한 환경에서 어렵게 살 각오도 해야해요. 부모님이 저처럼 억압적이고 삶의 간섭이 심하다면 빨리 나오셔야죠. 당장 나오기 어렵다면, 부모님 집에서 사는 동안 돈이라도 많이 모아야합니다.

월급이 적어도 절반을 저축할 수 있나요? 네, 저의 답변은 '그렇다'입니다. 월급을 많이 저축하는 게 어렵다면, 월급을 더 많이 받는 걸 목표로 삼거나, 급여 외 소득을 만드는 걸 목표로 삼아도 좋습니다. 더 많이 벌면, 더 많이 저축할 수 있고, 그럼 더 빨리 은퇴할 수 있거든요.

더 적게 일하고 더 많이 버는 노후를 소망하며, 짠돌이 경제 수업은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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