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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의 경제 공부

경제적 자유란 무엇인가

by 김민식pd 2022. 1. 21.

2020년 가을, 회사에서 뒤숭숭한 소식이 퍼졌어요. 열악해진 공중파 시장 탓에 MBC가 드라마를 줄이고 구조조정을 할 것이라고요. 드라마 피디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셋 중 하나래요. 타부서로 전출하거나, 기획 피디로 보직 변경을 신청하거나, 명예퇴직을 신청하거나. 60세 정년까지 회사에서 버티려고 했던 저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얘기였지요. 2018년에 드라마국 복귀한 후, 2년 동안 하는 일 없이 연출 기회만 기다리던 저로서는 고민이 더욱 깊어졌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때 읽은 책이 있어요.

<파이낸셜 프리덤 : 경제적 자유를 이루는 부의 공식 | 그랜트 사바티어 저/박선령 역/지철원 감수>

저는 이 책에서 파이어족이라는 말을 처음 접했어요. 파이어FIRE 족은 경제적 자립Financial Independence을 토대로 자발적 조기 은퇴Retire Early를 추진하는 사람들입니다. 빠르면 20대, 늦어도 40대 초반에는 은퇴해 은행 빚이나 직장생활에 따른 스트레스에서 벗어난 삶을 찾겠다는 것인데요. 1990년대 미국에서 처음 등장했으나 본격화된 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생)를 중심으로 전 세계에 급속히 퍼졌다고요.

파이어 족은 ‘짧게 벌고 적게 쓰기’를 기본 지침으로 삼습니다. 은퇴 생활에 필요한 자금을 하루 빨리 모으기 위해 소득의 절반 이상을 쓰지 않는 참을성을 갖춰야 하고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은퇴 생활을 누리는 것을 꿈꿔서도 안 된다고요. 노후에 돈많은 부자로 살려면, 은퇴를 미루고 계속 일을 하는 게 맞지요. 조기 은퇴를 꿈꾸는 이들은 돈많은 부자가 아니라, 시간이 많은 부자를 꿈꿉니다.

'은퇴란 평생 다시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돈 때문에 일하지는 않아도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완전한 경제적 자유, 다시 말해 자기 시간으로 자신이 원하는 일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 책을 읽고 명퇴를 긍정적으로 고려하게 되었어요. 나는 명예퇴직이 불명예스러운 퇴출이라 여겼는데요. 미국에서는 조기 은퇴가 밀레니얼 세대의 꿈이라잖아요? 이제 정신승리가 가능한 거죠. 나는 쫓겨난 게 아니다. 경제적 자유를 얻은 것이다. ^^

2015년 저는 회사 경영진의 보복 발령으로 송출실에서 교대 근무로 일하게 되었는데요. 원치도 않았던 송출 업무를 하며 뉴스를 강제로 시청하는 일이 제게는 끔찍한 고통이었어요. 심지어 오후 5시에 출근하여 다음날 아침 7시 30분까지 자리를 지키며 방송 송출을 책임진다는 것은 큰 스트레스였지요. 그때 깨달았어요. '내가 회사에서 월급쟁이로 사는 한, 나는 회사가 시키면 보기 싫은 사람도 봐야 하고,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하는구나.' 은퇴를 하면 돈 때문에 스트레스를 견딜 필요는 없는 거지요.

재정적 자유를 얻어 조기 은퇴를 하는 방법,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일찍 시작하고 많이 저축하면 할수록 경제적인 독립에 더 빨리 도달할 수 있다. 이것이 내 전략의 핵심이며, 이를 통해 당신이 경제적인 독립을 이루는 데 필요한 햇수와 돈의 액수가 급격히 감소될 것이다. 신속하게 경제적 자유를 이루는 비결은 최대한 빨리 돈을 벌어서 더 많이 투자하는 것이다.'

제가 스무 살에 책에서 읽은 내용과 똑같아요. 다만 1980년대에는 '파이어족'이라는 말이 없었고요. '부자가 되는 방법은 간단하다.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적으면 된다. 남는 돈을 꾸준히 저축하면 언젠가 부자가 된다. 복리의 힘이 있기에, 더 젊은 시절에 더 많이 저축하면 더 빨리 부를 이룰 수 있다'고요. 지난 30년 동안, 월급의 절반 이상을 꼬박꼬박 저축한 덕분에 자발적 은퇴를 선택할 수 있었지요.

오늘의 질문: 돈을 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무엇일까?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고민입니다.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즐거운가?' 끊임없이 묻고 답할 수 있어야 해요. 은퇴 계획은 그렇게 만들어지니까요. 

'다들 은퇴에 대비해서 열심히 일하지만, 55세 이상의 미국인 중 48퍼센트는 은퇴한 뒤에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는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이런 통계를 보면 슬퍼진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인생의 수십 년을 일에만 바친다는 얘기기 때문이다. 그들은 모두 60대나 70대까지 일한다는 전통적인 은퇴 개념을 받아들였다. 그게 자신이 인생에서 진정으로 바라는 것인지, 아니면
더 나은 방법이 있는지 고민해보지도 않은 채 말이다.'

10년간 이어진 블로그 글쓰기 덕분에 노후에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 깨달았어요. 남은 평생 책을 읽고 여행을 다니고 글을 쓰며 살고 싶습니다. 

『파이낸셜 프리덤』은 어떻게 하면 많은 돈을 벌고, 최대한 아끼고, 효과적으로 투자하는가에 대해 다양한 방법들을 소개합니다. 그 시기나 정도에는 차이가 있을지라도 누구나 경제적 자유를 이룰 수 있고, 자발적 조기 은퇴를 이룰 수 있다고 이야기해요. 이 책의 최종 목표는 많은 돈을 벌어 조기 은퇴를 하는 게 아닙니다. 그 이후의 삶, 즉 은퇴 이후에 얼마나 가치 있는 삶을 영위하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원하지 않는 일은 줄이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내가 즐거워하는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 그런 노후를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고민하게 해주는 책입니다.

우리 모두 파이어족이 되어, 매일 매일 선물 같은 하루를 보내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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