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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의 경제 공부

자산 중심의 시대를 어찌할 것인가

by 김민식pd 2022. 2. 7.

불평등이 날로 심화되고 있어요. 그런데 이게 한국만의 상황은 아니에요. 호주의 사회학자와 경제학자들은 이미 세계는 자산 중심의 시대로 바뀌었다고 말합니다. 

<이 모든 것은 자산에서 시작되었다> (리사 앳킨스 , 멀린다 쿠퍼 , 마르티즌 코닝스 지음 / 김현정 옮김 / 사이)

'자산의 논리가 세상을 장악하게 되면서 자산의 소유 여부에 따라 인생의 기회와 미래가 결정되는 새로운 종류의 불평등 사회가 펼쳐지고 있다.

자산이 직업과 임금소득을 대신해 계급 지위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면서 자산의 가치 상승과 하락으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는 <자산 중심 생애>가 등장하고 있다.
자산의 가격 상승이 자산 시장 안에 있는 사람과 밖에 있는 사람 모두의 사회경제적 상황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사람들이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 교육에 대한 투자가 더이상 예전 같은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점차 투기적인 자산 가치 상승 논리에 따라 결정되는 <자산 중심의 삶>을 살아가고, 관리하고, 계획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책의 뒷표지 소개글)


​​
오늘의 질문 : 왜 경제의 중심이 소득에서 자산으로 옮겨갔을까?

서구 국가에서 1970년대에 임금과 물가가 상승합니다. 여러 사회 집단이 전체 국민소득 중 더 많은 부분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투쟁을 벌인 결과, 노조에 가입한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이 일제히 상승했습니다. 한국의 경우, 1987년 민주화 투쟁 이후, 노동자 대투쟁의 결과 임금이 상승합니다. 고향인 울산에 1987년 여름방학에 내려갔다가 현대 자동차 노동자들의 파업 행렬을 본 적이 있어요. 오토바이를 탄 노동자들이 머리띠를 두르고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벌이는 가두시위는 말탄 기사들의 행진처럼 위풍당당했어요. 노동자 임금 투쟁의 결과, 그들은 탄탄한 중산층으로 발돋움하고 한국 경제 성장을 견인합니다.  
노동자 계급과 중산층은 인플레이션의 덕도 봤습니다. 인플레이션을 통해 가장 많은 이익을 얻은 부류는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매한 중산층 주택 소유주들이니까요. 갚아야 할 상환금 액수와 금리가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빚을 내어 주택을 구매한 사람들이 갚아야 하는 대출금의 가치가 줄어든 거죠. 반면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최상위 계급, 즉 주식, 채권, 국채 같은 금융 자산에 부를 투자하며 주로 금리, 배당금, 임대료, 자본이득을 통해서 소득을 얻는 사람들의 부가 대거 줄어들었습니다. 결국 임금 상승과 물가 상승이 <자산 디플레이션>을 초래합니다. 그 결과, 각국 정부는 노동 소득보다 자본이득에 적용되는 세율을 낮추기 시작했어요. 영국 정부의 경우, 소득세는 인하하고 소비세는 인상하죠. 결국 자산 가격은 폭등하고 임금은 정체되고요. 본격적인 <자산 중심 시대>로 진입합니다. 

'모든 사람이 똑같은 자산을 갖고 인생을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유달리 싸고 풍부한 신용의 도움을 받으면 누구나 빌린 돈으로 자산 경제에 참여할 수 있었다.
정부가 소득 빈곤층의 주택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이 같은 신용 호황을 이용하는 한 값싼 신용이 집값을 끌어올리고, 집값 상승은 또다시 추가적인 신용 대출을 얻기 위한 담보물의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발생하게 된다. 그린스펀은 사회적 투자와 임금 상승을 주축으로 하는 신뢰받기 힘든 정치로 되돌아가기보다는 신용에 대한 규정을 완화해 자산 가치 상승이라는 부의 효과를 <일반화>해야 한다고 클린턴에게 권고했다.'

(책 126쪽)

이처럼 저렴한 신용 대출을 늘린 게, 2008 미국 금융 위기의 핵심 원인입니다. 모기지 사태 때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이들은 과도한 대출로 주택을 구입한 이들이었죠. 집을 잃고 떠도는 방랑자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 영화 <노매드 랜드>에서 볼 수 있어요. 슬픈 건, 이들이 자신들의 처지에 대해 세상을 원망하기 보다, 자신의 욕심이 지나친 탓, 혹은 자신이 재테크를 제대로 하지 못한 탓이라 여깁니다. 신자유주의 시대란, 결국 시장에 뛰어든 개인이 실패의 책임을 모두 감수하는 시대니까요. 자산 시장에 뛰어들기 전에 먼저 꾸준히 임금을 벌고, 여분의 소득을 저축하고, 모인 종잣돈을 토대로 상환 가능한 범위에서 자산을 매입해가는 편이 안전합니다. 

피케티는 2014년에 출간한 <21세기 자본>에서 지난 수십 년간 자산 가치 상승률이 경제 성장률, 특히 임금 성장률을 뛰어넘었으며 이것이 불평등이 확대된 핵심 원인이었다고 주장했어요. 피케티가 발표한 분석을 보면, 부의 성장 중 상당 부분은 주택 가격 상승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자산을 기준으로 새롭게 사회 계급을 나눕니다. 기존에는 생산 수단, 고용 관계, 직업적 지위에 따라 소유주와 고용주, 임금 노동자 및 피고용인, 자영업 종사자 등으로 계급으로 나누었다면, 이제는 주택 자산의 유무로 계급을 나누고 이는 다시 세분화됩니다.

1. 투자자 (다각화된 포트폴리오 자산으로 소득을 확보하는 계층)
2. 주택 담보 대출이 없는 주택 소유주 (다시 임금소득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로 나뉨)
3. 주택 담보 대출이 있는 주택 소유주 (역시 임금소득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 격차가 크다)
---이상 주택 자산이 있는 부류, 

이하 주택 자산이 없는 부류
4. 임차인 (일종의 양도를 통해 임차료 없이 생활하는 임차인, 임금을 받는 임차인, 복지 지원을 받는 임차인)
5. 홈리스 (노숙자, 자산이나 임금을 통하여 소득을 얻지 못하며 국가의 복지 혜택도 받지 못함.)

(165쪽 정리)

이 책을 읽고 나니 피케티가 <자본과 이데올로기>라는 책에서 기본 자산을 나눠주자고 했던 게 생각납니다. 기본 소득이 다달이 일정 금액을 전 국민에게 주는 것이라면, 기본 자산은 25세가 된 청년들에게 공평하게 기본 자산을 나눠주자는 제안인데요. 세대간 불평등을 깨고, 청년 세대 내 부의 격차를 해소하는 제도입니다.
 
‘소유세와 상속세에서 나오는 국민소득의 약 5% 세수로, 25세에 달한 청년 각자에게 성인 평균 자산의 약 60%에 해당하는 자본금의 재원 조달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보자. 부유한 나라들(서유럽, 미국, 일본)에서 평균 민간자산은 2010년대 말에 성인당 약 20만 유로였다. 이 경우 자본지원은 12만 유로가 될 것이다.'

<자본과 이데올로기> (1038쪽)

한국 국민의 평균 자산은 2억원입니다. 60%라면 1억 2천만 원입니다. 모든 청년이 25세가 되는 순간, 나라로부터 1억 2천만원을 받고 그 돈으로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하는 거죠. 현재의 극단적 소유 집중을 고려하면, 가난한 50%는 거의 아무 것도 받지 못합니다. 부유한 부모를 둔 경우에도, 사적상속은 너무 늦은 나이에 상속이 이루어지기에 청년들의 출발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하고요. 자산 중심의 시대에 기본 자산을 나눠줌으로써 주거 안정과 창업 자금 지원을 하자는 것, 피케티 제안의 골자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풀린 양적 완화로 자산 가격이 많이 올랐어요. 미친듯이 달리는 자산시장은 폭주 기관차 같아요. 기차에 운좋게 탄 사람도 있고, 떠나버린 기차를 망연히 쳐다보는 사람도 있고, 기관차에 올라타기 위해 위험한 곡예를 부리는 사람도 있지요. 신자유주의 시대니까, '모든 건 개인의 책임이야.' 하고 넘길 수 있을까요?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고민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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