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질문 : 집이란 무엇인가?
지난번 올린 글에서 이어지는 고민입니다. 예전에는 임금의 시대였어요. 화이트칼라냐, 블루칼라냐, 고임금인가 저임금인가, 정규직인가, 비정규직인가라는 기준이 중요했는데요. 이제는 자산의 시대랍니다. 임금으로 따라잡을 수 없는 자산의 격차가 생겨났다고요. 그 자산의 중심에 집이 있습니다. 우리에게 '집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는 책이 있어요.
<노마드랜드> (제인 브루더 지음 / 서제인 옮김 / 엘리)
무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건 항상 상실을 겪고 난 다음이지요. 질병이 찾아오면 문득 '건강이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되고요. 불행한 사고를 만나면, '행복의 기준은 무엇이지?' 하고 되묻게 됩니다. 평소 누리고 살 때는 아쉬움을 모르기에 그 가치에 대해 질문하지 않거든요.
밥 웰스는 1995년, 아내이자 두 어린 아들의 엄마와 쓰라린 이혼 절차를 밟습니다. 마트 진열대 담당자로 일하며 매달 2,400달러를 벌면 전처에게 1,200달러를 보냅니다. 게다가 그는 빚에 중독된 상태라 신용카드로 이미 3만 달러의 빚을 지고 있어요. 이혼 후 혼자 살 수 있는 아파트를 구하기엔 돈이 턱없이 부족한데요. 지출을 줄이기 위해 하나의 시도를 합니다. 월세를 줄이기 위해 자신이 일하는 마트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그 안에서 먹고 자고 한 거죠. 관리자들은 신경쓰지 않았대요. 오히려 누군가 교대 시간에 나타나지 않으면 그 일을 밥에게 줬대요. 바로 거기 있으니까. 그런 식으로 초과 근무를 얻어내고요. 그의 차는 이제 그의 집이 됩니다. 그는 블로그를 시작해요.
'그는 '더 적은 것을 가지고 행복하게 사는 삶'이라는 복음을 전했다. 그의 모든 글은 한 가지 원칙을 강조하고 있었다. 자유를 찾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주류 사회가 '홈리스'라고 여기는 존재가 되는 것이라고 그는 제안했다.
"관건은 우리 대부분이 지니고 있는 가장 큰 돈이 드는 한 가지, 즉 집을 없애는 것입니다."'
(119쪽)
<노마드랜드>는 2008년 금융 붕괴의 여파로 타격을 받은 미국인들의 삶이 어떻게 무너지고 변화하는지 차분하게 살펴보는 책입니다. 캠핑카나 버스에서 사는 노인들을 저자가 직접 만나 3년간 인터뷰를 하고 취재해서 쓴 책인데요. 작년에 처음 이 책을 읽다가 포기한 적이 있어요. 책에서 생생하게 묘사되는 '하우스리스'들의 고난이 너무 끔찍하게 느껴진 탓입니다. 올해 초, 주위에서 추천하는 이들이 많아 다시 집어들었어요. 그래도 고난 속에서도 희망을 찾아내는 사람들의 모습이 감동적이라고요.
'임금과 주거비용이 너무도 극적으로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 나머지, 점점 많은 미국인들에게 중산층은 이루기 어려운 꿈에서 불가능한 꿈으로 변해버렸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지금, 미국에서 최저임금을 받는 풀타임 노동자가 공정시장 임대료로 방 하나가 딸린 아파트의 집세를 감당할 수 있는 곳은 겨우 여남은 자치주와 하나의 도시권 밖에는 없다. 권장되는 대로 수입의 30% 아래로 주거비용을 쓰면서 그런 아파트의 집세를 내려면 한 시간에 최소한 16달러 35센트 -연방 최저임금의 두 배가 넘는 액수-를 벌어야 한다. 결과는, 특히 여섯 가구에 한 가구 꼴로 수입의 반 이상을 주거에 써온 미국인들에게는 더더욱, 처참하다. 저소득층에 속하는 많은 가구들에게 그것은 음식이나 의약품, 그 밖에 다른 생필품을 살 돈이 거의 없거나 전혀 없다는 의미가 된다.'
(25쪽)
주거 비용이 너무 올라 기본적인 삶을 영유하기 어렵다고 느낀 이들이 '벽과 기둥으로 된' 집을 포기함으로써 집세와 주택 융자금의 족쇄를 부수고 탈출합니다. SUV차량이나 트레일러에 단출한 짐을 꾸려 좋은 날씨를 따라 이곳에서 저 곳으로 여행하고, 임시직 노동을 해서 얻은 돈으로 연료탱크를 채워요. 그들은 자신을 홈리스가 아니라 노마드, 방랑자라 부릅니다. 지난 월요일에 소개한 책을 보면, 자산으로 계급을 나누었을 때, 홈리스는 최하층에 속하는데요. 이들은 자신을 하층민이 아니라 자유로운 방랑자라 칭하는 거죠.
홈리스와 하우스리스의 차이는, '집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나옵니다. 집이란 마음 편하게 내 몸을 뉘일 수 있는 공간이에요. 하우스란 자산으로서 가치를 지닌 주택이고요. 비록 차 안에서 지내도 빚독촉 없이 마음 편하게 지낸다면 그곳이 바로 홈 스위트홈인 거죠.
책을 읽고, 영화 <노매드랜드>까지 찾아봤는데요. (디즈니플러스에 올라와 있어요.)
그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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