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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의 경제 공부

가계부 쓰는 남자

by 김민식pd 2022. 1. 11.

명퇴를 결정하기 전, 제가 한 일은 자산 규모를 확인하는 것이었어요. 어렵지는 않아요. 저는 휴대폰에 항상 은행별 예금액과, 보험 납입액, 전세 보증금 등을 기록해두거든요. 회사의 구조조정 소식을 듣고 명퇴금 예상액을 살펴봤어요. 집을 사고 진 빚을 갚을 정도는 되더군요. 1년 동안 받은 강연료, 책 인세, 원고료 등을 더해봤어요. 퇴사해도 생활에 문제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산과 수입은 확인했으니, 이제 지출만 관리하면 됩니다. 그래서 시작한 게 매일 아침 가계부 쓰기입니다. ​

https://free2world.tistory.com/2701

 

매일 아침 가계부 써봤니?

오늘의 질문 : 은퇴 후 경제적 불안은 어떻게 해결할까? 가끔 그런 질문을 받습니다. "퇴직하고 나면 불안하지 않으세요?" 당연히 불안하지요. 수십년 동안 꾸준히 받은 월급이 사라지는데...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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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편을 못 보신 분은, 이 글부터 읽고 오셔도 좋아요. 오늘은 가계부 쓰기 실전편이거든요.)

가계부 사용 순서입니다.

1. 현재 우리 집 자산 파악하기

이게 첫걸음입니다. 저축은 얼마나 했고, 갚아야 할 돈은 얼마나 남았는지 순자산과 총부채를 파악합니다.

2. 2022년 한 해 목표 세우기

어떤 일을 할 때 꾸준히 하는 비결은 목표를 세우는 것입니다. 1년 동안 얼마의 돈을 모을 것인지, 그렇게 모은 돈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정해두면, 가계부를 쓰며 지출을 관리하기가 쉬워집니다.

3. 한 달 수입과 고정지출 파악하기

2020년 12월 한 달 동안 지출 내역을 꼼꼼히 기록했습니다. 휴대폰 요금, 인터넷 요금, 건강보험료 등등.

지출 내역을 살펴보며 해야할 일은, 낭비와 지출을 구분하는 것입니다.

'많은 월급쟁이 부자들에게 돈을 모은 비결을 물어보면 하나같이 돌아오는 대답이 바로 이것입니다.

"낭비와 지출을 구분했다."

지출이라고 해서 다 같은 지출이 아닙니다. 생활을 가능하게 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써야 하는 '소비'가 있고, 꼭 필요하지 않은데 기분에 따라 충동적으로 써버리는 '낭비'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자신이 쓰는 돈이 모두 소비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씀씀이를 살펴보면 낭비인 경우가 많습니다.'

(<월급쟁이 부자들 가계부> 48쪽)



카드를 쓰면 돈을 쓰는 게 무척 편해집니다. 돈을 쓸 때는 무심결에 써도, 가계부를 쓸 때 그 액수와 내역을 기록하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지난 주는 생각보다 지출이 많았네? 무심코 지른 소확행이 모여 적자를 키웠네?' 소비와 낭비를 구분하는 습관은 가계부 쓰기에서 시작됩니다.  

4. 예산 잡기

한 달 단위로 수입과 고정지출 등을 체크하고, 저축액과 지출 목표액을 정합니다.

직장 생활을 할 때, 저는 가계부를 따로 쓰지 않았습니다. 다만 월급을 받으면 다음날 절반을 저축부터 합니다. 남은 돈으로 생활을 하고요. 잔액은 다시 저축을 했어요. 30년간 월급의 절반을 꾸준히 저축하면, 은퇴 시점에는 15년치 연봉을 모을 수 있고요. 그 돈이면 다시 30년을 살 수 있습니다. 1980년대 말에 어느 재테크 책에서 배운 가르침이에요. '월급의 절반을 먼저 저축부터 하고, 남은 돈으로 한 달을 살아라.' 그 가르침을 평생 실천한 덕분에 명퇴를 선택할 수 있었어요. 스무 살에 재테크 책을 읽고 평생 월급의 절반을 저축하며 살아온 짠돌이 김민식이 지금 제 최고의 은인입니다.

오늘의 질문 : 어제의 나는, 오늘의 나의 은인인가?

매일 이 질문에 "예!"라고 답을 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오늘 검소한 삶을 산 내가, 내일 경제적 자유를 누리는 나의 은인이 되기를... 그런 삶을 사는데 최고의 도구는 바로 가계부입니다. 오늘 가계부를 쓴 김민식이, 먼훗날 80노인이 된 김민식이 가장 고마워할 은인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5. 가계부 쓰기

하루의 수입과 지출 내역을 기록합니다. 카드 사용 내역은 뱅킹앱으로 확인하면 되고요. 현금 지출의 경우, 메모장에 그때그때 기록해두면 좋습니다. 이때 기록은 간단하게 뱅킹앱에 뜨는 숫자를, 천원 단위로 적습니다. 이를테면, 00마트 27300원이라고 뜬다면, '마트 27000원'으로 기록합니다. 영수증을 보며 고등어 9800원, 참기름 3200원, 이런 식으로 적는다면 가계부 쓰기가 번거롭습니다. 어떤 일을 습관으로 만들려면 그 일이 단순해야 합니다. 천 원 단위로 기록하면, 결산을 할 때도 편합니다. 계산기에서 뒷자리 000을 빼고 합하면 되거든요. 요즘 스마트폰 계산기 어플에는 과거 기록이 남아 있어, 계산이 틀릴 때 확인하기도 쉽습니다. 저는 주거래 은행에서 나온 카드를 한 장만 씁니다. 아침에 주거래 은행의 뱅킹앱을 열면, 전날 수입 지출 내역을 한눈에 파악하고 옮겨적을 수 있습니다. 가계부 쓰는 게 번거롭지 않아야 습관이 됩니다.  

6. 결산하기

주간, 월간, 분기별 결산을 통해 적자인지 흑자인지 따져봅니다. 적자라면, 더 줄일 수 있는 항목은 무엇인지 살펴봅니다. 은퇴 후, 저의 수입은 불규칙적입니다. 수입을 관리하긴 쉽지 않으니, 지출을 관리하고요. 최고의 방법은 역시 가계부 쓰기 입니다.

저는 재테크 성적이 신통치 않은 편입니다. 2007년에 분당에 아파트를 샀다가 2014년인가, 1억 넘게 손해보고 팔았어요. (6억 주고 산 아파트를 5억에 팔았으니, 부동산 투자 수익률 마이너스 20% 그런데 제가 팔고 나니 다시 오르더군요. ㅠㅠ 해리 덴트씨, 《2018 인구 절벽이 온다》면서요... ㅠㅠ 한국도 일본처럼 버블이 붕괴하면서 부동산 폭락장이 온다고 책에서 그랬는데... 개뿔, 코로나가 와버렸네요... 모든 자산들이 미친듯이 오르네요. ㅠㅠ) 2020년 한 해 동안 동학 개미 운동이 일어나고 주식 시장이 호황을 기록했습니다. 이제는 월급 모아 부자되는 시대가 지났으니, 다들 주식을 해야 한다고 해서 퇴직금으로 IRP 증권 펀드를 들었어요. 직접 투자는 겁이 나서 전문가에게 맡기는 간접 투자를 한 거죠. 1년이 지나고보니 수익률은 마이너스 13%... ㅠㅠ 퇴사하고 석달만에 펀드 손실액이 500만원이 넘었어요. 아니, 500만원을 벌기도 힘든데, 가만히 앉아서 석달 간 500만원을 날렸다고? 혈압이 올라 수익률 확인하기가 두려워요. 심지어 며칠 전에는 문자가 왔어요. 제가 든 헬스케어증권투자 상품이 오스템 임플란트에 투자중인데, 해당 주식이 대규모 횡령 사건으로 거래 중지되었다고요.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확인해보니 해당 펀드의 매수 원금은 4500만원인데요, 평가 금액은 3660만원. 수익률 마이너스 18%... 망했네요. ㅠㅠ 에효... 저는 주식으로 돈을 벌 팔자는 아닌가 봐요. 

그나마 다행인 건, 제가 평생을 짠돌이로 살며 저축을 꾸준히 했다는 거죠. 그 덕분에 이른 나이에 은퇴를 했고요. 퇴직 연금 펀드가 마이너스 18%를 기록해도, 생계에는 지장이 없어요. (물론 오르면 더 좋겠지만... 까짓거 노후에 해외 여행 가는 대신, 북한산 둘레길 걷죠, 뭐...) 투자의 영역은 행운이 따라야 해요. 하지만 절약과 저축의 영역은 개인의 노력으로 충분합니다.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은 소비를 관리하여 지출을 줄이고 저축액을 늘리는 것입니다. 지금 생활비를 평균 200만 원씩 쓴다고 할 때, 매달 20만 원씩만 아끼고 저축해도 10%의 수익률을 얻는 것과 같습니다. 적은 금액 같지만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는 10%는 결코 적은 게 아닙니다. 당장 수입을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 지출을 관리하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 효과적인 재테크 방법입니다.'

(16쪽)

주식 투자로 10% 수익을 얻기는 쉽지 않아도, 한 달 지출을 줄여 10% 수익률을 기록하는 건 마음 먹기에 따라 가능합니다.

우리 모두 가계부 쓰기로 부자가 되어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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