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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의 경제 공부

매일 아침 가계부 써봤니?

by 김민식pd 2022. 1. 5.

오늘의 질문 : 은퇴 후 경제적 불안은 어떻게 해결할까?

가끔 그런 질문을 받습니다. "퇴직하고 나면 불안하지 않으세요?" 당연히 불안하지요. 수십년 동안 꾸준히 받은 월급이 사라지는데... 그렇다면, 그 불안을 없애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수입이 줄면, 마땅히 지출도 따라 줄여야 합니다. 월급쟁이로 살던 시절처럼 쓰고 살면, 은퇴 생활은 힘들어집니다. 지출을 줄이기 위해 시작한 습관이 있습니다. 매일 아침 가계부 쓰기지요. 명예퇴직을 신청한 직후, 2020년 12월 3일에 광화문 교보문고에 가서 가계부를 골랐어요.

<2021 월급쟁이 부자들 가계부>(월급쟁이 부자들 카페 / 위즈덤하우스)

예전에 월급쟁이 부자들 팟캐스트에 출연한 적이 있어요. '우와! 월급 모아 부자가 된다면 진짜 좋겠다.'라고 생각했죠. 재테크 정보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만든 가계부라면 믿을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월급쟁이 부자', 참 멋진 말이지요. 하지만 월급쟁이 부자의 궁극적인 목표는 월급쟁이를 떼고 그냥 부자가 되는 것 아닐까요? 평범한 월급쟁이가 부자가 되는 비결은 이 책 첫머리에 나옵니다.

'돈을 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돈을 모으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들어오는 돈 > 나가는 돈

들어오는 돈, 즉 수입이 나가는 돈, 지출보다 많으면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돈을 적게 벌기 때문에 돈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돈이 없는 것은 단지 적게 벌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물론 수입이 많으면 좋지만, 우리가 원하는 대로 당장 월급을 올릴 수도 없는 일이지요. 사실 돈을 모으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을 모아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목표도 제대로 세우지 않고, 기억도 제대로 나지 않는 자잘한 것에 쉽게 돈을 쓰기 때문입니다. 즉 새어나가는 돈을 막지 못하는 것입니다. 돈은 의식하고 지출을 통제하지 않으면 쉽게 주머니에서 빠져나가고 맙니다. 

우리 힘으로 들어오는 돈을 바로 키우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돈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은 결국 나가는 돈을 막는 것입니다. 월급쟁이가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지출을 줄이고 푼돈을 모아 종잣돈 만드는 것을 우선순위로 두어야 합니다. 그 첫걸음이 바로 가계부를 작성하는 것입니다.'

(10쪽)

퇴직자 연수를 받았는데요. 재테크 강사가 그러더군요. 은퇴할 때, 자신의 한 달 생활비가 얼마인지 파악하고 6개월치 생활비를 비상금으로 준비해두라고요. 2020년 12월 한 달 동안 가계부를 쓰니, 건강보험 40만원, 개인 연금 30만원, 대학생 큰딸 용돈 30만원 등을 포함해 한 달에 200만원 정도를 쓰더군요. 명퇴금을 받고 1200만원 (6개월치 개인 생활비)을 챙겨뒀어요. 2021년, 저의 경제적 목표는 이 비상금에 손대지 않고 1년을 버티는 것입니다. 

가계부를 쓰는 습관을 들이기위해 우선 스마트폰에 일정을 저장했어요. 아침 6시면 '가계부'라고 알람이 뜨고요. 그럼 스마트폰뱅킹 앱을 열어요. 전날 하루 입출금 기록을 가계부로 옮겨 적은 후, 카드 이용내역을 정리합니다. 5분 정도면 되더군요. 여행을 다녀오느라 밀린 경우, 사나흘치를 한번에 정리하기도 하는데요. 다행히 뱅킹앱에 들어가면 카드 이용내역과 입출금 기록이 날짜별로 뜨니까 가계부를 쓰기 편해요. 손으로 가계부를 적으며 돈의 흐름을 실감할 수 있었어요.

'아, 너무 비싼 걸 질러서 어제는 적자가 크게 났네...'

'아, 그때 새벽에 특강가느라 힘들었는데, 강의료 입금 된 걸 보니 뿌듯하네. 덕분에 이번주는 흑자 전환...'

30년 동안 나름 열심히 살았어요. 피디, 작가, 강연자 등 N잡러로 살았기에, 퇴직 후의 시간은 선물처럼 여기고 싶습니다. 사고 싶은 책은 사고, 가고 싶은 곳은 가고, 먹고 싶은 것은 먹으려고 하는데요. 가계부를 쓰면서 매일 입출금 내역을 기록한 후, 월요일이 되면, 지난 한 주를 결산합니다. 흑자인지, 적자인지 살펴보죠. 흑자라면 이번주는 여행을 다니며 즐겁게, 적자라면 집에 틀어박혀 책을 읽으며 즐겁게... ^^ 삶의 모드를 전환합니다.

가계부를 쓰는 습관에서 중요한 건 결산입니다. 주간, 월간, 분기별 결산을 하고요. 적자가 나면 그때마다 짠돌이 모드로 진입합니다. 돈을 쓰지 않고 버티는 거죠. 그럼 다음 결산 때는 흑자로 돌아서고, 남은 돈으로 여유롭게 삽니다. 아무래도 지출이 줄긴 해요. 오늘 돈을 쓴 나는 내일 아침 가계부를 쓰는 나에게 혼쭐이 나기도 하거든요. "너 때문에 적자야, 이 웬수야!" 

2022년 1월 1일 새해가 밝았어요. 가계부를 펼쳤습니다. 2021년의 마지막 지출은 건강보험 자동이체로군요. 12월 결산을 마치고, 이제 4분기 결산을 합니다. 그리고.... 1년 결산을 해봤어요. 계산기에 찍힌 숫자를 보며 두 팔을 번쩍 쳐듭니다. 네, 올 한해는 흑자였어요. 회사의 구조조정으로 명예퇴직을 했기에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었어요. 매달 170만원 정도 되는 돈이 꾸준히 들어온 덕분에 씀씀이에 여유가 있었어요. 고용센터 직원 여러분, 고맙습니다. 덕분에 실업 기간을 재충전하며 잘 보낼 수 있었어요.

은퇴자로서 가계부를 쓰며 목표가 생겼어요. 월말 결산을 하고 흑자가 나면, 그 돈은 다음달 국내 여행 경비로 쓰고요. 연말 결산을 하고 흑자가 나면 그 돈으로 다음해 해외 여행을 가는 게 꿈입니다. 흑자 폭이 크면 유럽에 가고, 흑자 폭이 적으면 동남아로 가고, 적자가 나면? 네, 서울 둘레길을 걸어야지요. ^^

얼마전 새 가계부를 사러 교보문고 강남점에 갔는데요. <월급쟁이 부자들 가계부> 2022년 판은 없더군요. 아쉬웠어요. 덕분에 불안하지 않은 한 해를 보낼 수 있었는데... 은퇴 준비중이라면, 가계부 쓰기를 권합니다. 매달 월급이 들어오는 시절에는 지출을 빡빡하게 관리할 필요가 없지만, 퇴직 후에는 필수입니다. 무엇보다 돈을 모으는 습관을 기르는데에는 가계부 쓰기가 최고입니다.

한 해의 시작을 가계부와 함께 해보세요.

언젠가는 우리 모두 부자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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