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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주식 투자를 시작하신다면

by 김민식pd 2020. 11. 6.

지금도 눈을 감으면 선하게 떠오르는 장면이 있습니다. 동네 부동산 창가 풍경이죠. 저는 원래 마포에서 살았어요. 예능 피디로 일하며 너무 바빠 출근이라도 여유롭게 하자는 마음에 여의도 회사 근처에 집을 구했죠. 결혼 후, 아내가 처가가 있는 분당으로 이사를 가자고 했어요. 2007년 당시 버블세븐이라해서 분당 아파트 값이 마구 오르던 시점이었거든요. 하필 그때 저는 드라마국으로 옮겼는데 사무실이 일산이었어요. 일산 분당 간 출퇴근을 생각하니 아득하더군요. 아이를 처가에 맡겨야 해서 어쩔 수 없이 이사를 했는데요. 2007년 당시 꼭지점일 때 분당 수내동 34평 아파트를 빚을 내어 샀어요. 제가 산 후, 값이 떨어지기 시작하더군요.
매일 아침 출근길에 보이는 부동산 사무실 창에 붙은 매물 안내를 볼 때마다 미칠 지경이었어요. 주택 담보 대출의 이자를 매달 낼 때도 속이 쓰렸고, 떨어지는 집값을 볼 때는 속이 뒤집혔지요. 아내가 2012년에 강남으로 이사 가자고 해서 분당 아파트를 팔고 전세로 갔는데요. 1억 넘게 손해 보고 팔았습니다. 다짐을 했죠. '내가 두번 다시 빚내서 집 사나 봐라.' 집을 팔고 나니 다시 집값이 오르더군요. '내가 사면 떨어지고, 내가 팔면 오르네?' 그때 생각했어요. '아, 나는 주식은 하면 안되겠구나.' 

요즘 주위에 주식 투자하는 사람이 늘었어요. 제게 이런 질문을 하는 분도 있어요.

"아니, 노후 대비 열심히 하는 분이 재테크는 왜 안하세요?"

'내가 저 판에 끼어야하나?' 궁금한 마음에 책을 펼쳤습니다.

<주식하는 마음> (홍진채 / 유영)

책 첫머리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의 마음은 투자에 실패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안타깝지만요. 사실이 그렇습니다. 우리는 야수를 피해서 도망치고 공동의 유대를 형성하여 협업을 통해 생존하도록 진화했습니다. 오랜 진화의 역사에서 '돈'이라는 걸 다뤄본 시기는 아주아주 짧습니다. 우리는 얕은 경험으로 잘못된 학습을 하고, 잘못된 학습에 따른 잘못된 의사결정을 합니다. 그 의사결정의 결과를 놓고서도 잘못된 해석을 하고, 또다시 잘못된 학습으로 이어집니다. 끝없는 반복이지요. 이러한 우리 마음의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장기적인 성공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

(14쪽)

아, 위로가 되네요. 내가 바보라서 재테크를 못하는 게 아닌 거죠. '우리의 마음은 투자에 실패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책의 1부를 읽는 동안 작은 위로를 받았어요. 하지만 여전히 씁쓸한 건 어쩔 수 없군요. ^^ 아파트는 그나마 사고팔기가 쉽지는 않은데요. 주식은 수시로 사고 팝니다. 이게 사람의 마음을 지옥으로 만들죠. 올라도 불안하고 내려도 불안해요. 오르면 더 많이 사지 않은 걸 후회하고, 내리면 이걸 왜 샀을까 한스럽죠.

'행동경제학에서 밝힌 인간의 편향 중 하나로 '근시안적 손실 회피'가 있습니다. 단기적으로 손실을 자주 볼수록 위험 회피 성향이 커진다는 의미입니다. 손실을 볼 때의 고통은 이익을 볼 때의 기쁨보다 큽니다. 매일매일 주가를 확인한다면, 좋은 주식을 골라서 샀더라도 (주가가 내려갈 때) 당장의 고통을 참지 못하고 주식을 팔아버릴 가능성이 큽니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든 시세 조회가 가능합니다. 내 계좌의 잔고가 얼마인지도 실시간으로 조회할 수 있고, 매매도 빠르게 할 수 있습니다. 근시안적 손실 회피 성향을 부추기는 시스템입니다.'

(71쪽)

매일 출근길 부동산 시세표를 보며 나는 괴로웠어요. 그 괴로움이 결국 더 나쁜 선택으로 이어졌지요. 차라리 부동산 시세를 모르고 살았으면 행복했을 겁니다. 저자는 책의 첫 머리에서 주식투자에 관심 없는 삶이 훨씬 더 윤택하다고 말합니다. 주식으로 돈을 벌기란 무척 힘들다고요. 

'주식이 쉽다고 호도하는 사람들을 경계해야 합니다. 주식투자로 돈 벌기 쉽다고 말하는 사람은 두 부류입니다. 세월의 검증을 거치지 않은 초보자이거나, 사람들을 주식시장으로 꾀어내서 자기 이득을 취하고자 하는 사람입니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언제나 존재하는데, 이런 사람들이 갑자기 많아지고 다른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때 시장은 위험해집니다.'

(242쪽)

드라마 촬영장에는 수많은 프리랜서들이 오고갑니다. 누가 주식으로 큰 돈을 벌었다는 소문은 금세 퍼집니다. 밤을 새워 일한 일당보다 불로소득이 더 크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누구라도 그 판에 뛰어들고 싶죠. 결국 쉬는 시간에 다들 각자 스마트폰으로 주식 시황을 들여다봅니다. 그 과정에서 점점 불안해지죠. 차라리 그 시간에 눈을 좀 붙이면 몸과 마음이 편해질텐데 말이죠.  

'윤택한 삶이란 어떤 것일까요? 최소한의 노력으로 먹고사는 일을 해결하고, 남는 시간을 사랑하는 사람과, 혹은 취미 생활을 하며 보낼 수 있는 삶 아닐까요?'

(245쪽) 

 
저는 이 책을 읽고 주식을 하지 않기로 결심했어요. 저같은 좀생원은 주식이랑 안 맞는 것 같아요. 
이제라도 시작할까 고민하는 분들 일단 이 책부터 읽고 시작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무엇을 선택하든, 당신의 행복이 우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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