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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위기를 기회로 만들려면

by 김민식pd 2020. 11. 2.

코로나 이후의 세상은 어떻게 바뀔까요? 저널리스트 안희경이 그간 인류의 미래에 대해 전방위 비평을 해온 이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았어요. 제러미 리프킨, 원톄쥔, 장하준, 마사 누스바움 등. 어제까지와는 다를 오늘부터의 세계에 대한 갈급함을 가지고 이 일곱 명의 석학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위기의 원인은 무엇이고, 인류 앞에는 어떤 선택지가 놓여 있는가, 그리고 그 선택이 가져올 우선적인 변화는 무엇인가. 궁금한 마음에 저도 책을 펼쳤습니다.

<오늘부터의 세계> (안희경/메디치미디어)

디아스포라, 고향을 떠나 세계 곳곳으로 흩어진 민족, 하면 유태인이 떠오릅니다. 수천년전부터 예루살렘에서 쫓겨나 살아온 민족. 이스라엘로 돌아가기를 소망하지만, 이미 미국이나 유럽에서 경제적 터전을 내렸기에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들은 아마 노후에 이스라엘의 대학에서 히브리어 수업을 듣거나 유대교 경전 공부를 하고 싶을 거예요. 이스라엘의 대학에 재직중인 유발 하라리는 이런 말을 해요.

'제가 근무하는 대학교에서는 몇 개의 온라인 과정을 개설하는 안건을 두고 수년 간 토론해왔습니다. 하지만 많은 문제점과 반대에 부딪혀 이를 실행하지 못했습니다. 열흘 전 이스라엘 정부는 모든 대학 캠퍼스를 폐쇄하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단 일주일 만에 우리 학교는 모든 과목을 온라인으로 옮기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어제 저는 수업 세 개를 온라인으로 진행했고, 꽤 잘 운영되었습니다. 이 위기가 지나가고 저는 우리 대학이 보름 전 상태로 돌아가리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위기가 어서 끝나기를 소망합니다. 다시 예전의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기를요. 하지만, 어쩌면 지난 몇 달간 혹은 앞으로 한동안 우리가 겪었고 겪게 될 변화는 어쩌면 불가역적인 전환일지 몰라요. 이번 위기를 기회로 더 나은 세계로 나아가자는 장하준 교수의 말씀이 마음에 남습니다. 

'이번에 한국 참 자랑스럽죠. 전 세계에서 코로나 19 방역을 제일 잘 했어요. 하지만 우리에게는 아직도 창피한 세계 최고 기록이 너무 많아요. 자살률 1위, 간단히 볼 일이 아닙니다. 코로나19로 사람 죽는 건 안 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어서 죽는 건 괜찮은가요? 출생률은 거의 세계 최저에, OECD에서 남녀 임금 격차는 최고예요. 젊은이들이 좌절하고 이민 가고 싶다는 나라입니다. 잘한 거는 자화자찬이라도 해야 하지만 잘한 걸로 못한 것을 덮을 수는 없어요. 

복지제도도 제대로 도입하고, 교육 제도도 최대한 공정하게 개선하고, 세제도 최대한 공평하게 사람들의 노력을 인정하면서 연대도 조성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하고, 할 일이 많죠.'

지금 아무것도 안하면 이 위기가 끝나고 5년이 지난 후에도 자살률 1위, 출생률 최저, 남녀 임금 격차 최고, 그런 나라로 머물거라는 말씀이 경종을 울립니다. 영국의 역학과 교수, 케이트 피킷은 "미래에 감염병이 팬데믹으로 확산되는 상황을 막고자 한다면 먼저 사회 구성원들이 회복 탄력성을 갖추도록 사회 조건을 변화시켜야한다"고 말합니다. 바이러스는 모두에게 평등하지는 않다고요.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알려준 것이 있습니다. 기저 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 치명적이라는 거죠. 사망률이 훨씬 높아요. 심장병이나 당뇨병, 호흡기 질환같이 이미 기본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들에게 코로나 19는 위험합니다. 비만 또한 코로나19에 걸릴 확률을 높이고 사망할 확률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밝혀졌어요. 이 모든 위험 요소들은 불평등한 사회에서 지위가 낮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뚜렷한 병증입니다. 지난 40년 가량 진행해온 공공 역학 연구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이 사회를 돌아가게 만드는 핵심 인력이 누구인지 인식하게 되었어요. 대부분이 저임금인 이들의 노동을 재평가하고, 성장의 과실을 고루 나누는 재정과 분배 정책이 필요한 때입니다. 

사람은 언제 변할까요. 고난과 시련이 왔을 때입니다. 변화는 고통을 수반합니다. 평소에는 사소한 습관 하나 바꾸는 것도 쉽지 않아요. 위기가 터지면, 그걸 기회로 변화를 모색하지요.

오늘부터의 세계, 모쪼록 시련을 디딤돌 삼아 더 낳은 세상을 꿈꾸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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