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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소리내어 읽고 싶은 책

by 김민식pd 2020. 11. 9.

보통은 조용히 눈으로만 책을 읽습니다. 하지만 가끔 소리내어 읽고 싶은 책을 만날 때도 있어요. 온 몸을 울림통으로 쓰며, 작가의 글을 내 몸에 통과시킵니다. 정좌하고 앉아 가만히 소리내어 책을 읽는 것은 공부이자 수행입니다. 낭송하기 좋은 구절이 가득한 책이 있어요.  

<승화> (배철현 / 21세기 북스)

코로나 19 팬데믹을 보며 묻습니다. 왜 우리에게 지금 이런 시련이 닥쳤을까요? 인류 전체를 고통에 빠뜨린 전염병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 걸까요?

 

'지혜로운 자에게 역경은 기회다. 그는 그것이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을 동반한다는 사실을 예상한다. 그는 그 고통을 극복하려는 진정한 노력을 통해 자신도 놀랄 만한 인간으로 승화한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안다.

어리석은 자는 그런 역경을 상상한 적이 없다. 그는 모든 것들이 자신의 생각대로 '순조롭게' 흘러갈 거라고 착각한다. 우주와 자연은 인간의 상상대로 돌아가는 법이 없다. 인간의 생각은 언제나 부족하고 편협하기 때문이다.'

(40쪽)

 

위기의 시간에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어요. 달아나려해도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고, 그대로 버티자니 두렵기만 합니다. 이럴 때는 책을 들고 눈으로만 글을 읽으면, '위험해! 어서 달아나!'라는 외침이 어느새 머리를 가득 채웁니다. 불안함이 책을 밀어내어 버리죠. 이럴 때, 자세를 바로 잡고 호흡을 가다듬은 후, 소리내어 책을 읽습니다. 소리내어 글을 읽으며 그 파동으로 내 주위 세상을 가만히 흔들어봅니다.

다음은 세네카의 말입니다.

 

'행운이라는 것은 대중에게도, 비열한 사람에게도, 훌륭한 사람에게도 옵니다. 그러나 위대한 사람들만의 특권은 따로 있습니다. 인생의 역경과 공포를 고삐로 채우는 것입니다. 정신적인 죽음을 경험하지 않고 항상 행복하고 번창한 가운데 인생을 보내는 것은, 인생에 담긴 본질의 다른 반을 모르는 것입니다. 

당신은 위대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만일 운명이 당신에게 당신의 덕, 당신의 실력을 발휘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제가 당신이 위대한지 알겠습니까?'

(44쪽)

 

승화란 스스로를 더 높은 차원의 삶으로 이끄는 노력입니다. 더 나은 나를 만드는 것이 사람이 평생 기울여야 할 노력이라고 믿습니다. 

 

'자신이 지닌 최대의 잠재력을 발휘하는 일에 몰입하지 않는 한, 인간은 불행하다. 만일 그가 자기실현의 임무를 찾지 못했다면, 그래서 그저 그런 일을 수년간 지루하게 반복한다면 그는 자기파괴적이며, 언제나 변명을 일삼는 인간으로 전락할 것이다.

자기 실현은 자신의 생각을 반드시 행동으로 옮겨 시행착오를 거치며 자신에게 도전적인 일을 지속하는 인내다.'

(263쪽)

 

저자 배철현 선생님은 하버드에서 고전문헌학을 전공한 학자입니다. 수많은 고전의 지혜를 가져와 소개하고,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살펴봅니다. 매일 묵상을 하며 정신을 가다듬고 매일 걷기를 일상화하여 육체를 단련합니다. 그렇게 벼려낸 저자의 글은 고전과 닮아있습니다. 성경, 불경, 논어 등의 고전은 다 입말로 전해지던 텍스트였습니다. 그렇기에 소리내어 읽기에 좋죠. 이 책 역시 소리내어 읽어보기 좋은 구절로 가득합니다. 

몸과 마음을 수련하는 자세로, 오늘도 스승의 글을 소리내어 읽습니다.

책으로 좋은 스승을 만날 수 있어 행복한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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