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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유튜브와 책 사이를 오가는 삶

by 김민식pd 2020. 10. 30.

저는 활자와 영상의 세계를 오가며 삽니다. 그런 제가 요즘 안고 사는 질문이 있어요.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 (김성우 X 엄기호 / 따비)

유튜브의 시대, 문해력은 어떻게 될까요? 책을 읽는 사람은 점점 줄어드는데, 누군가를 비난할 때 흔히 쓰는 말이 '너는 글도 못 읽냐?'에요.

'정치적 입장에 따라, 세대에 따라, 성에 따라, 서로에게 '난독증이냐'며 비아냥거리는 댓글을 단다.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려는 낌새만 보여도 '꼰대'가 '가르치려 든다'고 경계한다. 리터러시가 혐오를 정당화하는 무기가 아니라 성찰의 도구가 될 수는 없을까?'

책에 대한 리뷰를 올릴 때, 극단적인 평가는 피하려고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좋은 책이 누군가에게는 실망스럽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조심스럽게 글을 써요. '이런 점도 있고요, 한편으로는 이런 점도 있어요.' 그렇게 쓰다보면, 글이 길어지죠. 그럼 사람들이 답답해 합니다. '그래서 좋다는 거야, 아니라는 거야? 글 좀 짧게 쓰시지!'

SNS에서 짧은 글만 소비하고, 책 대신 유튜브를 보는 시대에 글을 읽고 쓴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김성우 : 공론장에서 글을 읽는 행위가 요즘은 편을 가르기 위해서인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이 무척 자극적인,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읽는 글을 썼어요. 그러면 그 글에 대한 평가가 갈리는 거죠. 홍해 갈리듯 갈리고 나면, 그 텍스트에 대한 독법이 갈려요. 이쪽 편에 있는 사람은 이렇게 읽어야 되고, 저쪽 편에 있는 사람은 저렇게 읽어야만 내 편으로서 기능을 하게 되는 거죠. 특정 주장의 적절성을 하나하나 따져보는 것이 아니라 누가 말했느냐를 가지고 판단해버리는 경향을 '메신저가 메시지다'라고 표현하잖아요. 이게 점차 심회되는 것 같습니다. (...)

대화에서 쉼표의 시간과 마침표의 시간을 가늠하는 게 참 어려워요. 극심한 혐오의 표현이 아니라면 당장 비난하고 배척하기보다는 판단을 조금 유보하고, 나와 다른 생각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면서 시간차를 두고 신중한 결론을 끄집어내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분노가 판단을 흐리게 하지 않는 지혜가 필요한 거죠.'

(184쪽)

세상을 옳고 그름의 잣대로만 구분하면, 당장 내 삶은 편해질지 몰라도, 누군가를 쉽게 영웅으로 만들거나 악마로 만듭니다. 책과 유튜브도 마찬가지예요. 책은 무조건 좋고, 유튜브는 무조건 나쁘다? 그런 이분법적 구분은 없어요. 책 읽는 사람이 다 좋은 사람도 아니고, 유튜브 영상이 다 나쁜 것도 아니거든요. 그럼에도 유혹은 끊임없이 있죠. 세상만사를 쉽고 간단하게 좋고 나쁜 걸로만 구분하고 싶은 욕심. 복잡한 걸 복잡하게 이해하고 담아내는 능력을 기르는 게 문해력이라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모든 질문에 다 답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쏟아지는 이슈마다 명확한 입장을 찾는 건 불가능해요. '저 놈이 나쁜 놈이네!'하고 다같이 몰려가 욕을 퍼부었는데, 알고 보니 그가 억울한 피해자였던 적도 있잖아요? 정확한 답을 모를 때는 일단 분노하는 걸 잠시 멈추는 연습도 필요합니다. 세상은 참 복잡해요. 그래서 우리에게는 문해력이 필요하죠. 

'힘의 과시가 아니라 이해를 위한 다리로

경쟁의 도구가 아니라 공동체의 역량으로

읽기와 쓰기뿐 아니라 듣기와 보기의 가능성까지.' 

문화연구자 엄기호 선생과 응용언어학자 김성우 선생님이 함께 쓴 대담집이고요. 두 분이 나눈 대화의 밀도가 무척 높아요. 엄기호 선생의 경우, 그 분의 책도 읽고 강연도 들어 그 내공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번 책을 통해 김성우라는 학자를 발견한 게 성과였어요.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스마트폰 SNS에 올라온 글을 보고 화가 치민다면,

잠시 폰을 내려놓고 책을 펼칠 시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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