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활자와 영상의 세계를 오가며 삽니다. 그런 제가 요즘 안고 사는 질문이 있어요.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 (김성우 X 엄기호 / 따비)

유튜브의 시대, 문해력은 어떻게 될까요? 책을 읽는 사람은 점점 줄어드는데, 누군가를 비난할 때 흔히 쓰는 말이 '너는 글도 못 읽냐?'에요.

'정치적 입장에 따라, 세대에 따라, 성에 따라, 서로에게 '난독증이냐'며 비아냥거리는 댓글을 단다.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려는 낌새만 보여도 '꼰대'가 '가르치려 든다'고 경계한다. 리터러시가 혐오를 정당화하는 무기가 아니라 성찰의 도구가 될 수는 없을까?'

책에 대한 리뷰를 올릴 때, 극단적인 평가는 피하려고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좋은 책이 누군가에게는 실망스럽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조심스럽게 글을 써요. '이런 점도 있고요, 한편으로는 이런 점도 있어요.' 그렇게 쓰다보면, 글이 길어지죠. 그럼 사람들이 답답해 합니다. '그래서 좋다는 거야, 아니라는 거야? 글 좀 짧게 쓰시지!'

SNS에서 짧은 글만 소비하고, 책 대신 유튜브를 보는 시대에 글을 읽고 쓴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김성우 : 공론장에서 글을 읽는 행위가 요즘은 편을 가르기 위해서인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이 무척 자극적인,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읽는 글을 썼어요. 그러면 그 글에 대한 평가가 갈리는 거죠. 홍해 갈리듯 갈리고 나면, 그 텍스트에 대한 독법이 갈려요. 이쪽 편에 있는 사람은 이렇게 읽어야 되고, 저쪽 편에 있는 사람은 저렇게 읽어야만 내 편으로서 기능을 하게 되는 거죠. 특정 주장의 적절성을 하나하나 따져보는 것이 아니라 누가 말했느냐를 가지고 판단해버리는 경향을 '메신저가 메시지다'라고 표현하잖아요. 이게 점차 심회되는 것 같습니다. (...)

대화에서 쉼표의 시간과 마침표의 시간을 가늠하는 게 참 어려워요. 극심한 혐오의 표현이 아니라면 당장 비난하고 배척하기보다는 판단을 조금 유보하고, 나와 다른 생각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면서 시간차를 두고 신중한 결론을 끄집어내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분노가 판단을 흐리게 하지 않는 지혜가 필요한 거죠.'

(184쪽)

세상을 옳고 그름의 잣대로만 구분하면, 당장 내 삶은 편해질지 몰라도, 누군가를 쉽게 영웅으로 만들거나 악마로 만듭니다. 책과 유튜브도 마찬가지예요. 책은 무조건 좋고, 유튜브는 무조건 나쁘다? 그런 이분법적 구분은 없어요. 책 읽는 사람이 다 좋은 사람도 아니고, 유튜브 영상이 다 나쁜 것도 아니거든요. 그럼에도 유혹은 끊임없이 있죠. 세상만사를 쉽고 간단하게 좋고 나쁜 걸로만 구분하고 싶은 욕심. 복잡한 걸 복잡하게 이해하고 담아내는 능력을 기르는 게 문해력이라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모든 질문에 다 답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쏟아지는 이슈마다 명확한 입장을 찾는 건 불가능해요. '저 놈이 나쁜 놈이네!'하고 다같이 몰려가 욕을 퍼부었는데, 알고 보니 그가 억울한 피해자였던 적도 있잖아요? 정확한 답을 모를 때는 일단 분노하는 걸 잠시 멈추는 연습도 필요합니다. 세상은 참 복잡해요. 그래서 우리에게는 문해력이 필요하죠. 

'힘의 과시가 아니라 이해를 위한 다리로

경쟁의 도구가 아니라 공동체의 역량으로

읽기와 쓰기뿐 아니라 듣기와 보기의 가능성까지.' 

문화연구자 엄기호 선생과 응용언어학자 김성우 선생님이 함께 쓴 대담집이고요. 두 분이 나눈 대화의 밀도가 무척 높아요. 엄기호 선생의 경우, 그 분의 책도 읽고 강연도 들어 그 내공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번 책을 통해 김성우라는 학자를 발견한 게 성과였어요.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스마트폰 SNS에 올라온 글을 보고 화가 치민다면,

잠시 폰을 내려놓고 책을 펼칠 시간입니다. ^^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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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달빛마리 2020.10.30 06: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고민했던 내용 혹은 유념해야 하는 내용이 가득해서 놀랐어요. 이 책의 존재조차 몰랐는데 고맙습니다.

  2. 나겸맘 리하 2020.10.30 08: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메신저가 메시지가 되어버린다는 말씀이 크게 와닿습니다.
    어떤 메시지를 가지고 있는가 보다
    그것을 전달하는 사람에게 좌우되는 일들도 많으니까요.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도록 하려면,
    분노가 당연한 것을 어렵게 만들지 않도록 하려면
    부지런히 살펴야 할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읽고 쓰면서 이해의 폭을 넓혀나가야겠습니다.
    좋은 책 소개 감사드려요~

  3. 초록지붕 2020.10.30 08: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분노하는것을 멈추고, 책을 펼칠 시간!
    저 개인적으로는 요즘 스마트폰이 없던시대가 그립기도합니다~그러면서도 피디님의 글을 폰으로 읽고 댓글을 달고있지만^^; 책을 펼쳐야겠네요~ㅎㅎ

  4. 섭섭이짱 2020.10.30 08: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앗~~~ 제목이 흥미로워서 구매는 했는데 아직 읽지는 ㅋㅋㅋ
    요즘 리터러시란 단어에 꽂혀서 이런 글을 많이 찾아보는데요
    참 어렵더라고요. 너무 정보 과잉시대라....
    내가 읽고 보는 내용 자체가 사실이 아닌것도 많고 가짜 정보도 많고....

    하여간 이럴때 일수록 독자가 더 열심히 공부해서
    제대로된 판단을 해야 하는거 같아요.
    잘못된건 잘못되었다고 말도 해야 하고요...

    그런의미에서 리터러시를 공부해야 하는 저에게
    피디님 강연은 정말 좋았습니다.
    고퀼 강연을 그것도 무료로 24시간 볼 수 있는곳이 있더라고요.
    이런건 널리널리 알려야 하기에 여기에 적어봅니다.


    [모두미리] 미디어 콘텐츠 이해하기 (김민식)
    https://edu.kcmf.or.kr/main/index.jsp

    미디어 리터러시에 관심 있으신분들을 꼭 보시길 추천합니다 ^^


    그리고, 문해력 키우려면 공부가 필요한데
    이럴수록 혼자서도 공부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비법을 김민식 피디님의 생생한 목소리로
    배울 수 있는 빅찬스가 이번주말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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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학의 즐거움 - 코로나 시대,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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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s) 김성우 작가님을 더 알고 싶으신분들은
    얼굴책도 함 가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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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리아리짱 2020.10.30 09: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섭섭이짱님 아리아리!

      늘 좋은 피드백으로 영양가 뜸뿍있는
      답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부산의 청년으로 피디님
      강연 신청했답니다. ^^
      날마다 좋은 날들 보내세요!

  5. 아리아리짱 2020.10.30 09: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식 피디님 아리아리!

    오늘도 어김없이 좋은 책으로 우리의 양식을
    날라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느 고승이 하신말씀 "오직 모를 뿐"을 되새기며,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문해력'을 꾸준히
    키워나가야 겠습니다.

  6. summerlover 2020.10.30 10: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 기사를 읽거나 유튜브를 본 후에 밑에 보이는 댓글들 때문에 피곤할때가 많았는데
    “ 모든 질문에 다 답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쏟아지는 이슈마다 명확한 입장을 찾는 건 불가능해요. '저 놈이 나쁜 놈이네!'하고 다같이 몰려가 욕을 퍼부었는데, 알고 보니 그가 억울한 피해자였던 적도 있잖아요? 정확한 답을 모를 때는 일단 분노하는 걸 잠시 멈추는 연습도 필요합니다. 세상은 참 복잡해요. 그래서 우리에게는 문해력이 필요하죠.“ 👉 이 말씀 보고 특히 확 와 닿아서 너무 좋습니다 😉

  7. 언젠가 2020.10.30 11: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

  8. 꿈트리숲 2020.10.30 11: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상과 글을 쉽게 접하는 시대가 되면서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쓰는 사람이 권력 아닌
    권력을 갖는 걸 가끔 보는데요.
    그들이 바로 메신저가 곧 메시지이다를 잘
    보여주는 것 같아요.

    메신저의 메시지를 잘 듣고 해석하고 이해하는
    노력을 기울이기 보다는 메신저에만 초점이
    맞춰져 나와 같은 편이면 열렬히 지지하고
    나와 다른 편이면 비난하고 욕하는 게 우리
    모습이더라고요.

    누가 옳다 그르다 판단하기 전에 피디님 말씀처럼
    문해력을 키워 문제를 바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게 도움되는 일 같다 싶어요.
    메신저가 누구신지는 잘 모르지만 삶을 위한 말귀
    꼭 귀 기울여봐야겠습니다.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9. 창작동화세상 2020.10.30 12: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이가들수록 세상을 옳고 그름의 이분법으로 판단할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이 좋은 가을날...작가님의 생각을 읽고 또 깨달을 수 있어서 참참참 좋습니다~

  10. 아솔 2020.10.30 13: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

  11. 아빠관장님 2020.10.30 16: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추진력 못지않게

    '정확한 답을 모를 때는 일단 분노하는 걸 잠시 멈추는 연습도 필요합니다. ' 잠시 멈춤 능럭도 중요한 거 같습니다.

    그것처럼 책이냐, 영상이냐 따질 것 없이 적절하게가 최선이겠지요~^^

  12. 두잇두잇 2020.11.03 23: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식 피디님 반갑습니다~ ㅎ 피디님 책 읽고 블로그 찾아 봐 봤어요. 책 재밌게 읽었습니다~ 종종 들어올께요.^^

  13. 보리랑 2020.11.09 12: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린아이를 잘 키우면 세상의 고통이 사라진다> 유튜브에서 봤어요. 우리가 사랑받고 자라 세상을 신뢰할 수 있다면 더 공감할 수 있고 세상이 살만할듯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