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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작은 집을 꿈꾸는 삶

by 김민식pd 2020. 9. 4.

대구 진책방에 저자 강연을 갔어요. 작고 아담한 책방의 풍경이 마음에 들었어요. 서점 주인이 책을 들여놓으며 얼마나 고민을 했을까요. 독립서점의 경우, 꼭 필요한 책, 꼭 권하고 싶은 책만 들여요. 작은 책방을 보면, 주인장의 취향이 보여요.

 

 

이런 멋진 공간의 주인이 권하는 책이라면 읽어봐도 좋겠다는 생각에, 그 자리에서 책을 3권 샀어요. 스콧 니어링과 헬렌 니어링의 <조화로운 삶>, 다카무라 토모야의 <작은 집을 권하다> 그리고 강화길의 소설집 <화이트 호스>.

<작은 집을 권하다> (다카무라 토모야 / 오근영 / 책읽는수요일)

처음 본 책이지만 제목을 보는 순간, 마음이 움직였어요. 이제 제 나이, 쉰 셋, 노후에 어떻게 살까, 고민인데요. 저는 행동반경을 줄이고, 자동차 없이, 걷고 자전거를 타고, 오로지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살고 싶어요. 욕망을 통제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요. 저자는 그 경지에 이미 이르렀네요.

'나는 스물일곱살에 '땅도 있고 집도 있는' 사람이 되었다. 승자의 무리 중에서도 승자가 된 것이다. 내가 구입한 땅은 도심에서 오토바이로 반나절 정도 걸리는 잡목림 안에 있다. 10만 엔이 채 되지 않는 돈으로 세 평 정도의 오두막을 직접 짓고서 거리낌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8쪽)


요즘 부동산 문제가 이슈인데요. 일본도 집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던 시절이 있었어요. 버블이 터지고 경제는 침체기에 빠져들었지만, 여전히 일본의 집값은 비쌉니다. 저자가 생각해낸 대안은, 시골에 작은 집을 짓고 사는 겁니다. 우리 돈 100만 원으로, 이분은 집을 지었어요.

 

 

(저자가 지은 세 평짜리 오두막...)

'솔직히 말하자. 집이라는 건 조금 작아도 된다. 일단은 집값이라는 것이 너무 비싸다. 일본의 경우 주택의 평균 가격(신축 1층 단독)이 토지를 포함해 4천만 엔이라고 한다. 여기에 융자에 대한 이자와 수수료로 1천만 엔 이상이 들고, 또 세금이며 관리 유지 비용까지 포함하면 결국 집을 짓겠다는 결정을 하고 나서 평생 드는 돈은 6천만 엔 이상인 셈이다. 그러니 일생 동안 벌어들이는 급료가 2억 엔이라 가정한다 해도 그 액수의 3분의 1에 이르는 것이다. 어째서 모두들 이런 상황을 감수하면서까지 집을 사려고 하는 걸까.'

(18쪽)

이자가 1만 엔 이상이면, 우리돈으로 1억 원 이상인데, 너무 많지 않아? 싶었거든요. 3억원을 금리 3%, 30년 상환으로 빌리면 총이자는 155,332,356원 (직접 인터넷 검색해서 계산해봤어요.^^) 3억을 빌릴 경우, 이자가 절반인 1억 5천만 원인 거죠. 이쯤되면 책에서 스몰하우스를 짓고 사는 셰퍼의 말이 매우 설득력있게 다가옵니다.

'너무 큰 집은 집이라기보다 채무자의 감옥입니다.'

(63쪽)

작은 집을 지어 사는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소개되는데요. 그 중 디 윌리엄스의 집도 인상적이에요.

 

 


사진을 책에서 보고 놀랐어요. 진짜 이렇게 작은 집에서 산다고?

 

 

이 집은 캠핑 트레일러처럼 끌 수 있게 바퀴가 달려있어요. 디 윌리엄스가 집을 짓는 데 든 비용은 우리돈 400만 원도 안 된다고요. Dee Wiliams small house를 검색하면 그녀의 근황을 찾아볼 수 있어요. 스몰하우스 운동의 전도사로군요. 

 

 


(2층 침실에 있는 디 윌리엄스, 세상 다 가진 사람의 웃음이로군요.)

'공짜로 즐기는 삶'을 부르짖는 이유, 돈을 들이지 않고도 삶을 즐기는 사람은, 돈을 벌기 위해 불행을 감내할 이유가 없습니다. 스몰하우스를 지을 생각은 없어요. 다만 내가 가진 작은 공간에 만족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풍족하게 돈이 있다면야 그 경제 안에서도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는 자유, 예를 들면 큰 집에서 살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를 거머쥘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부의 편중 현상을 개개인이 극복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이 긴 세월 동안 꽤 많은 돈을 벌었다 하더라도, 그로 인해 얻어지는 자유를 누리려 할 즈음엔 그의 인생이 만년으로 접어들기 십상이다. 하물며 빚을 내서 물건을 사는 행위는 미래의 시간까지 구속하는 일이므로 아무리 호화로운 것을 산다 해도 그걸 자유라고 말할 수는 없다.'

(138쪽)   

비싼 집을 사고, 평생 빚을 갚으며 사는 삶... 그보다는 더 일찍 경제적 자유를 얻는 삶을 꿈꿉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크지만, 책을 통해 그런 삶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 감사드려요. 멋진 책을 소개해주신 진책방 주인장님 덕분이에요. 고맙습니다! 대구 수성시장에 가신다면, 진책방에 들러 사장님의 추천도서를 구경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다음엔 강화길 작가님의 <화이트 호스>를 소개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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