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 작가님의 페북을 즐겨찾습니다. 작가님도 정말 많이 읽으시고요. 믿을만한 서평이 자주 올라오거든요.

'요네자와 호노부의 《진실의 10미터 앞》을 읽었다. 프리랜서 기자를 주인공으로 삼은 연작 추리 단편집. 여섯 편이 다 가볍지 않다. 특히 고독사와 이웃의 죄책감을 다룬 〈이름을 새기는 죽음〉이 울림이 있었다. 일독 권유지수 ★★★(5점 만점)'

기자 출신 소설가가 추천하는 기자가 주인공인 추리집이라니 안 읽을 수가 없습니다. 바로 찾아읽었어요.

<진실의 10미터 앞> (요네자와 호노부 / 김선영 / 엘릭시르) 


여섯 편의 사건을 기록한 단편집입니다. 주인공은 신문사에 소속된 기자가 아니라 프리랜서로 일하는데요. 그러기에 자신이 관심이 있는 사건을 찾아다닐 수 있어요. 신문에 난 기사를 보고, 뭔가 의혹을 느끼면 찾아가 심층 취재를 해요. 그 과정을 통해 경찰이 놓친 사건의 이면을 발견해냅니다.

<이름을 새기는 죽음>은 노인의 고독사를 다룹니다. 죽은 노인을 발견한 건 중학생인데요. 유족을 인터뷰하러 간다는 기자에게 자신도 데려가 달라고 하죠. 주인공 다치아라이는 이렇게 말해요.

"별로 기분 좋은 경험은 못 될 거야. 마음 상하지 않으려면 그만두는 게 좋을 텐데."

"마음이 상하다니, 왜요?"
"너도 꽤 시달렸잖아. 그런데 기자가 좋아?"

교스케는 대답할 수 없었다. 취재를 받고 좋았던 기억은 하나도 없다.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 상대를 찾아가는 것도 일이야. 하지만 권하지는 않겠어. 어쩔래?"

(198쪽)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 상대를 찾아가, 유쾌하지 않은 질문을 던지는 것. 그게 기자라는 직업의 속성인데요. 20대에 영업사원으로 일하며 비슷한 감정을 느꼈어요. 내 밥벌이를 위해 바쁘다는 사람을 억지로 쫓아다니는 일이 쉽지는 않았거든요. 10대에 아버지에게 시달린 것만으로 충분히 불행한 삶을 살지 않았나. 적어도 어른이 되어 직업만큼은 좀 더 즐거운 일을 선택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사표를 쓰고 나왔고요. 독하게 마음 먹고 6개월간 영어 공부해서 통역사가 되었어요. 프리랜서 통역사는 적어도 일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으니까요. 기자와 소년은 고독사한 노인의 아들을 찾아가 무척 당황스러운 이야기를 듣습니다. 아들은 아버지를 '그 인간'이라고 칭합니다.

"그 인간은 병자였어. 자기 말고는 다 쓰레기로 보이는 병에 걸려 있었지. 우리 집안은 할아버지 대부터 정원사로 일했어. 그 인간은 정원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어. 정원수도 분간 못 하면서 장인들을 업신여겼지. 그러면서 나한테 그러는 거야. 너는 좀더 멀쩡한 인간이 되어라, 하고. 

안타깝게도 난 머리가 나빴어. 그래도 일은 구했지. 목수였어. 재능이 있다고 칭찬받았어. 하지만 아버지 마음에는 들지 않았어. 그런 건 제대로 된 일이 아니라고 그러는 거야. 내 친구는 부모님한테 농가를 물려받았는데 그것도 제대로 된 일이 아니라는 거야. 내 사촌형은 도리사키 시청에 들어갔어. 아버지가 뭐라고 했을 것 같아? 공무원은 세금 도둑이다. 제대로 된 직업이 아니다.

내가 일했던 목공소는 도산했어. 의뢰인이 달아나는 바람에 부도가 났거든. 불행한 일이지. 거의 사기였어. 사장님은 목을 매달았어. 좋은 사람이었는데. 그렇게 좋은 사람은 본 적이 없어. 하지만 아버지한테 그런 일은 아무 상관도 없었지. 회사가 망해서 내가 직업을 잃은 것만 마음에 안 드는 거야. 만날 때마다 '백수라니 쓰레기다'라고 퍼부어댔어."

(220쪽)

네, 주위에 이런 어른 가끔 있지요.... 책에 수록된 6편이 다 좋았는데요. 저 역시 <이름을 새기는 죽음>이 오래오래 남습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하게 되었고요.

주위 사람들에게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어 상처주는 일은 삼가야겠다고 결심했어요. 타인에게 더 너그러운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다른 책도 찾아읽고 싶어졌어요. 좋은 책 추천해주신, 장강명 작가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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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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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달자 2020.08.26 06: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믿보작가님 두 분께서 추천해 주시는 책이니 두 말 할 것 없이 읽어봐야겠습니다.

    사람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바로 자식에게 '나' 보다 나은 사람이 되길 기대하죠.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그져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할 줄 아는 현자가 되도록 소매를 붙잡아봐야겠습니다.

  2. 달빛마리 2020.08.26 06: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진실은 언제나 하나라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 이 문장이 마음에 와 닿아요. 같은 사람이어도 보는 측면에 따라 다른 사람이 되기도 하죠. 문득 매일 마주하는 가족에게 상처주지 않고 친절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양한 시선의 책들이 무궁무진하네요. 오늘도 좋은 책 소개에 고맙습니다 :)

  3. 아솔 2020.08.26 07: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 소개를 보니 소설 속 부자간의 뒷 이야기가 궁금해지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4. 섭섭이짱 2020.08.26 08: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앗..... 이 책을 지나쳤다니....
    요즘 얼굴책에 장작가님 글이 피드에 안보였더니만.....
    ( 장강명 : https://www.facebook.com/kangmyoung.chang )

    이 책도 바로 읽을 책 목록에 저어장~~ 해놓을께요.

    맞다맞다
    오늘 저녁 중요한 일정이 있네요 ^^
    짜자자자자자자자자자자잔

    ✍️김민식 시회 x 장강명 작가 인문학 강연

    ✍️‘이야기꾼을 경계하라’라는 주제로
    장강명 작가의 기자 시절 경험을 토대로 한
    ‘이야기’의 탄생 과정과, 그 안에 내재되어
    있는 힘, 그리고 우리가 경계해야 할 이야기꾼들에 대한 내용

    ✍️일정 : 8. 26일 오후 7시

    ✍️시청방법 : 강남문화재단 홈페이지와
    강남구립도서관 유튜브 채널

    김민식 피디와 장강명 작가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무조건 무조건 들으세요.
    자주오는 강연이 아니니
    환상의 콜라보 강연 놓치지 마세요

    피디님 이따 뵈요~~~~~~ 😍😘🥰

  5. 보리랑 2020.08.26 08: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독사한 '그인간'이 부모로부터 또는 어느 한사람으로한테서라도 따뜻한 사랑을 받았다면, 세상을 신뢰하고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응원했을 텐데요

  6. 김주이 2020.08.26 08: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좋은 책 추천해주신 PD님께 감사드립니다.
    사랑받고 인정받으며 자라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네요.

    저 역시 타인에게 너그러운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7. 꿈트리숲 2020.08.26 09: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어제 유튜브 라이브 초반에 못찾아서
    헤매다 잠시 아이와 얘기 나누며 3~40분이
    흘러버렸어요. 라이브 끝물에 접속했더니
    재방송을 시청하게 됐습니다.

    외모에 제대로 물오른 피디님을 보며 딸과 함께
    점점 잘 생겨지신다는 얘기도 하고요. 피디님
    말씀이 너무 좋다며 아이는 보는 중간에 멈추고
    필사도 했었어요.

    구독자들의 질문에 어쩜 그리 멋진 답을 해주실까
    감탄하며 역시 독서의 힘이구나 느꼈습니다.
    실시간에 참여 못해 아쉬웠지만 재방은 또 재방의
    매력이 있더라고요. 되돌려보기가 가능해서
    좋은 부분 보고 또 보고 했습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떤 어른이 될 것인가?
    저에겐 롤모델이 있어서 그분따라 책을 읽으며
    아이에게 멋진 뒷모습을 보여주는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제 핸드폰 화질이 좋아서일까요?
    피디님 피부가 연예인급 물광을 뿜으시던데,
    그 비결 뭐가 있을까요~~~ ㅋㅋ

  8. ㅋㅔ이 2020.08.26 11: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 하세요 유익하고 좋은 글 잘보고 갈께요
    다음에도 자주자주 놀러 놀러올게요
    좋은글 많이 부탁드려요
    리트리버도 한수 보고 배울께요 ㅋㅋ
    초보라 부족하지만 열심히 좋은글로 공유해 볼께요
    시간 나실때 한번 방문해 주세요!!

  9. 아빠관장님 2020.08.26 14: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 어제 수고하셨습니다.
    정신 없으신 와중에도 반갑게 인사도 해 주시고~ ^^

    전 어제의 라이브 방송에서 가장 기억 남는 가르침은
    "박수칠 때 떠나라"였습니다. 잘 나갈 때 이직해라!^^

  10. 봄처녀 2020.08.26 16: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이 들수록 너그러워질줄 알았는데 별로....^^;; 마음을 좀 더 넓게 써보겠습니다~~

  11. 초현 2020.08.26 16: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타인에게 좀더 너그러운 사람...나이를 먹을수록 그래야겠어요. 그런 사람이 되도록 의식하고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12. 아리아리짱 2020.08.26 22: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식 피디님 아리아리!

    책 표지에 '진실은 언제나 하나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의
    문장이 제 마음에 콕 박힙니다.
    장강명 작가님과 김민식피디님 두 다독가님 덕분에
    부지런히 좋은 책 부지런히 읽고 또 읽겠습니다.

  13. 보라코치 2020.08.29 11: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신에게 엄격할 수록 타인에게 엄격한 것 같아요.
    잣대에 따라 스스로 부합하지 못하는 것을 견디지 못하기에
    타인이 그러하면 자신에게 화내듯 타인에게도 화를 내게 되고요.

    마치 자신을 대하듯 타인을 대하는 거죠.

    타인에게 너그러워지기 위해서는
    자신에서 너그러워져야 하는 것 같아요.

    나를 오롯이 모든 모습을 안아줄 수 있을 때
    타인도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니까요. ^^

    나에게 진실은 늘 언제나 하나가 아니었음을.
    그래서 타인도 그럴 것임을.

    인정하면서요.

    오늘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
    김민식PD님 사랑합니다. ^^

  14. 새벽부터 횡설수설 2020.08.30 12: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기 자신에게 너그러운 사람이 타인에게도 너그러울 수 있다고 들었는데요.
    자기 자신에게 너그럽다는 게 어떤 의미인 걸까요??

  15. 슬아맘 2020.08.31 10: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타인에게도 너그럽고 , 내게도 너그러운
    이제는 그렇게 너그럽고 둥근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16. Rachel_ann 2020.09.07 15: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왠지 책 내용보다 감상평이 더 좋은 느낌!
    타인에게 너그러운 사람이라... (역시 제 인생의 멘토다운 생각이네요.)

    오늘도 감사합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