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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독서로 돈을 벌 수 있을까?

by 김민식pd 2020. 9. 7.

코미디 프로그램 조연출로 일하던 시절, 고명환씨랑 일한 적이 있어요.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이라 늘 즐거웠어요. 다만 가끔 연출 선배에게 핀잔을 받고는 했어요. 대본이랑 너무 다르게 찍어온다고. 현장에서 코미디언들이 애드리브를 구사하면 그게 재미있어 다 받아주거든요. 얼마 전, 강연을 갔다가 담당자분에게 여쭤봤어요. 최근 가장 재미난 강연을 하신 분은 누구인가요? 고명환이라고 하더군요.

"네? 코미디언 고명환이요?"

"요즘 그분은 저자 고명환 선생님이에요. 책이 좋으니 한번 읽어보세요."

그래서 찾아읽었습니다.

<책 읽고 매출의 신이 된다> (고명환 / 한경 BP)

고명환은 원래 소심한 사람이래요. 맞아요. 제가 촬영장에서 만났을 때도 약간 쑥스러워하는 모습이 있었어요. 물론 저를 아는 사람도, 평소에는 제가 무척 조용하고 내성적인 사람이라는 걸 알죠. ^^ 부끄럼을 잘 타고 소심한 성격이던 고명환은 다른 사람 눈치를 심하게 살폈는데요. 어느날 책을 읽고 인생을 바꿉니다.

'<배짱으로 삽시다>를 읽고서야 비로소 다른 사람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내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
그 무렵 텔레비전을 보는데 KBS 대학개그제가 열린다는 광고가 나왔다. 대상은 상금이 자그마치 200만원! 그때 내 등록금이 딱 200만 원이었다. 막노동을 하면 하루에 3만 원을 받는데, 그나마도 용역회사가 3,000원을 때어가고 2만 7,000원이 내 손에 들어온다. 두 달 반을 하루도 안 쉬고 일해야 등록금을 벌 수 있다.'

이시형 선생님의 책을 읽고 배짱을 낸 고명환, 대회에 나가 금상을 탑니다. 상금 100만 원! 이제 그는 사람을 웃기는 걸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된 거죠. 코미디언으로 오래 가기 위해 그는 아이디어를 꾸준히 계발하고요. 그걸 위해 또 책을 읽습니다. 소재 발굴에는 책이 최고거든요. 저도 그래요. 드라마 피디로서 소재를 찾기 위해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찾는 건 한계가 있어요. 앉은 자리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이야기를 수집하는 방법이 독서입니다.

'내가 강의에 소질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물론 책 덕분이다. 난 책 한 권을 읽고 나면 그 내용을 여기저기 떠들고 다녔다. 그렇게 떠드는 게 좋았고 사람들도 내 얘기를 듣고 관심을 보이면 재미있어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렇게 떠드는 것 자체가 강의였다.'

저도 그래요. <행복의 기원>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너무 재미난 거예요.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라는 말씀이 참 좋은 거예요. 이 좋은 메시지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 그 즈음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의 강연 요청이 왔을 때, 나가서 그 얘기를 했어요. 그 강연 덕분에 요즘은 전국에서 강연이 쇄도(하다가 코로나로 잠시 주춤...^^)했으니, 결국 독서는 돈이 됩니다. <배짱으로 삽시다>를 읽고, 코미디언이 된 고명환, 어느날 방송사에서 코미디 프로가 다 사라져요. 이제 뭘 먹고 살아야하나? 다시 책을 읽습니다. 그리고 강사가 되기로 해요.

'1. 인생 후반을 나는 최고의 강사로 살겠다. 한 번 강의에 1억 원을 받자. 지금 내 강의료는 300만 원. 이제 9,700만 원 남았다.
2. 강의를 위해선 업적이 필요하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사람의 얘기를 누가 들어주겠는가?
3. 자본주의 사회에서 업적은 일단 돈이다. 돈을 벌자.
4. 그냥 벌지 말고 얘깃거리를 만들면서 벌자.
5. 난 책을 좋아하고 1,000권 넘게 읽었으니까 책이 시키는 대로 사업을 해서 돈을 벌자.
6. 난 작가가 되겠다. 글쓰기 훈련을 계속하고 내 경험과 생각을 꼼꼼히 기록하자. 개그맨의 장점을 살려 재미있게 쓰자. 아무도 대신할 수 없는 작가가 되자.
7. 책을 써서 출판하자.'

강의를 하려면 우선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장사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돈을 버는 게 쉽지 않아요. 그래서 다시 책을 읽습니다. 책을 읽고 매출의 신이 된 이야기. 이래서 책이 좋아요. 인생이 바뀌거든요. 언젠가 기회가 되면 고명환 저자의 강연회에 찾아가 옛날 촬영장에서의 추억을 나누고 싶어요. 인생 2막 준비에 대해 배울 겸 말이지요.

책 읽고 연출의 신이 되는 게 꿈이었는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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