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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세상의 모든 가르침을 한 권으로

by 김민식pd 2020. 4. 10.

코로나로 인해 바뀌는 것들이 많은데요. 앞으로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요? 고난의 시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고전에서 배우는 지혜입니다. 수많은 고전을 읽어 수천 년에 걸쳐 인류가 쌓아온 지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 사람이 둘 있어요. 하나가 유발 하라리, 또 하나가 채사장입니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자신만의 언어로 인류의 역사를 정의하지요. ‘인간은 말이야!’ 채사장은 <지대넓얕>을 통해 세상의 지식을 총망라합니다. 지적인 대화를 위해 필요한 모든 지식을 모으지요. 누적 판매 200만 부를 돌파한 베스트셀러 시리즈, 5년만의 신작입니다. <지대넓얕 제로> 이번 책에서 저자는 위대한 스승들과 그들의 사상에 초점을 맞춥니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제로편> (채사장 / 웨일북) 

‘위대한 스승은 수많은 시대와 장소에서 탄생했다. 그중에서 특히 경이로운 시기가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 축의 시대라고 불리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인도에서는 우파니샤드와 고타마 싯다르타가 등장했고, 중국에서는 노자와 공자가 활동했으며, 고대 그리스에서는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이, 그리고 이스라엘에서는 엘리야, 예레미야, 이사야가 태어났다.’
(174쪽)

저는 책 중에서도 고전을 좋아하는데요. 그중에서 종교의 경전을 즐겨 읽습니다. 어려서부터 성경, 불경, 도덕경, 논어를 읽었는데요. 성경이나 불경은 익숙한데, 여러분, 힌두교 경전은 좀 아시나요? 오늘 힌두교 경전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릴게요. <바가바드 기타>라고, 가끔 영화 제목 <바그다드 카페>랑 이름이 헷갈리는 힌두교의 경전이 있습니다. 
왕들끼리 형제지간인 두 왕국이 전쟁을 벌입니다. 각 나라의 왕자가 동시에 신 크리슈나를 찾아가 자신의 편이 되어달라고 합니다. 크리슈나가 두 왕자에게 선택지를 줍니다. “무적인 나의 백만 군대를 가질 것인가? 아니면 다만 마부로 참전하는 나를 선택할 것인가?” 한 사람은 백만 군대를 선택하고요, 경전의 주인공인 현명한 왕자는 마부의 역할을 하는 크리슈나를 선택합니다. <바가바드 기타>는 왕자와 마부가 된 크리슈나가 나눈 대화를 기록한 책입니다.
결전의 날, 왕자는 적진에 서 있는 장군과 병사들의 얼굴을 보는 순간, 전의를 잃어버립니다. 적국의 왕은 큰아버지며, 왕자들은 어려서 같이 놀던 사촌형제들이에요. “어떻게 저 사람들을 죽이고 피를 솟구치게 한단 말인가. 그냥 나라를 넘겨주자. 그러면 전쟁 대신 평화를 얻을 테니까.”
그랬더니 마부가 된 크리슈나가 말합니다.

“인간이 신에 이르는 길에는 수많은 방법이 있다. 그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세 가지 방법으로, 선정과 요가의 길, 의무의 길, 그리고 박애의 길이다. 모든 개인은 자신의 본성에 알맞게 자신의 길을 선택해야 하고, 신에 이르러야 한다. 그런데 특히 당신과 같은 크샤트리아, 즉 왕과 무사의 계급에 속하는 사람들과 보통 사람들 대부분은 신에 이르는 방법이 의무의 길을 걷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 자신의 직업 안에서 의무를 다하는 과정을 거치며 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대의 의무는 정의를 위해 싸우는 것이다. 의심을 위한 시간은 지나갔다. 지금은 행동을 위한 시간이다. 거기에 머뭇거림은 있을 수 없다.”

(228쪽)

전쟁에서 이기는 데 있어 무기나 병사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각오라는 거죠. 영어 공부도 전쟁과 비슷한 것 같아요. 집에 좋은 교재 수백 권 쌓아놓고 원어민 교사 수십 명을 불러놓아도, 공부하려는 사람이 의지가 없으면 절대 안 느는 게 영어입니다. 도서관에 책이 수 만권이 있으면 뭐하나요, 책을 읽겠다는 각오가 없으면 무용지물인데. 의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바가바드 기타>가 나오기 전 인도에서는, 많은 사람이 가정과 사회를 떠나 유랑하고 고행하며 초월적인 해탈을 추구했답니다. 일은 하지 않고 그늘에 앉아 명상만 해요. 개인에게는 구원이지만 국가로서는 골치지요. 이때 <바가바드 기타>가 등장합니다. “세상이 너에게 준 의무를 행하라.”

이어서 크리슈나가 왕자에게 해주는 말이 있어요. 

“그대는 두려움 없이 행동해야 한다. 그리고 그대는 그 행위에 대한 보상과 영광과 성공에 대한 그 어떤 바람 없이 행동해야 한다. 올바른 행동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어떠한 기대, 어떠한 성공을 위한 바람조차도 없는 것이다.”
이것이 크리슈나가 말하는, 인간이 신으로 향하는 길이다. 겸허히 의무를 행하고, 결과를 기대하지 말라.

(229쪽)

최선을 다한 후, 결과는 하늘에 맡기라는 뜻이겠지요.

고행은 속세를 떠나는 탈속이고요, 세상의 의무를 다하는 건 세속이지요. 이 차이가 중국의 고전에서도 나타납니다. 2500년 전, 중국은 춘추전국시대를 맞았습니다. 세상이 혼란할 때, 두 명의 스승이 나타납니다. 노자와 공자.

‘노자와 공자는 혼란한 세상이라는 공통분모 위에 발 딛고 있었지만, 그것에 대응하는 방법은 정반대였다. 노자는 신체적으로나 정서적으로 그곳에서 떠나고자 했다면, 공자는 그곳을 바꾸고자 했다.
당신은 어떠한 삶의 태도가 더 마음에 드는가? 질문을 바꾸면 당신은 지금까지 어떠한 삶의 태도로 현실을 살아왔는가? 우리는 주변에서 두 종류의 사람을 본다. 직장, 사회, 학교, 종교 등의 크고 작은 모임에서 부조리한 문제점에 봉착했을 때 그것을 대하는 두 종류의 사람 말이다. 어떤 이들은 그곳을 떠난다. 자신의 고결함과 올바름을 지키기 위해 진흙탕 싸움을 피한다. 반대로 다른 이들은 그곳에 남는다. 그들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으며 첨예한 논쟁과 갈등 속으로 뛰어든다. 그들은 어떻게든 그곳을 지켜내고자 한다.‘

(283쪽)

와, 유가와 도가, 노자와 공자의 가르침을 이렇게 쉽고 간단하게 설명하다니. 이게 채사장이 가진 내공입니다. 대승 불교와 소승 불교의 차이, 소크라테스의 죽음이 어떻게 플라톤의 이원론에 영향을 줬는지, 동양의 사상이 ‘세계와 자아의 통합’으로 수렴된 반면, 서양은 플라톤 이후 이원론적 세계관을 토대로 철학을 발전시켰다는 것 등, 채사장은 조목조목 설명해갑니다. 책의 결론은 세계와 자아의 합일이고요, 그걸 향해 수천 년의 시간을 통과해 7개의 대륙을 가로지릅니다. 왜 이렇게 먼 길을 떠나야 할까요?

‘우리는 이렇게 물을 수 있다. 왜인가? 21세기 기술문명의 최전선에서 우리는 왜 이토록 오래된 고대의 지혜를 들춰보아야만 하는가? 우리는 왜 일원론의 세계관을 알아야만 하는가?’

(547쪽)

세상과 나의 관계를 알아야, 삶에서 나아갈 방향을 알 수 있으니까요.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으니까요. 옛날엔 활자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지식은 소수의 전유물이었습니다. 그 시절에는 스승을 만난 사람이 지식을 전수받을 수 있었어요. 소크라테스의 제자 플라톤이 그러했고, 노자를 찾아간 공자가 가르침을 구할 수 있었듯이. 이제 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은 누구나 책에서 고전의 지혜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이 부족하지요. 그 많은 책을 다 읽을 수가 없으니까. 네, 이럴 땐 선수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2500년 된 수많은 경전에서 핵심을 추려냅니다. 그리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고요. 인도의 베다, 중국의 도가, 서양 철학, 기독교에 이르기까지 총정리해줍니다. 이게 가능하냐고요? <지대넓얕>의 채사장이잖아요. 이번에도 실망시키지 않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칩거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는 요즘, 세상과 내가 어떻게 연결되어있는지, 깊이 사색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꼬꼬독, 꼬꼬독,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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