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와 펭귄’처럼 서로 다른 두 여자가 있어요. 한 여자는 솔직하고 ‘앗쌀합니다’. 다른 여자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서 가식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 두 사람은 서로에게 끌립니다. 아, 저 언니, 재밌네. 아, 저 친구, 흥미롭네. 두 분 ‘교환일기’를 씁니다. 한 사람은 20권의 책을 낸 베테랑 작가, 임경선이구요. 또 한 사람은 뮤지션에, 작가에, 팟캐스트 진행에, ‘책방 무사’라는 독립서점 주인까지 하는 팔색조 요조입니다. 둘이서 고시랑고시랑 수다떨 듯 나누는 대화가 교환일기라는 편지의 형식을 빌어 책이 되어 나왔어요. 일과 사랑, 삶, 돈, 자유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얻어내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매일의 고통과 싸움에 이르기까지, 두 분의 이야기가 책에서 펼쳐집니다.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요조와 임경선의 교환일기 / 문학동네)

나이 들수록 우정의 소중함을 느낍니다. 어려서는 연애만 관심이 있었는데, 100세 시대는 연인과 가족만으로 버티기는 힘들어요. 편하게 함께 나이들어가며 일상을 공유하고 고민을 나눌 친구도 필수입니다. 요조와 임경선, 두 사람이 친하다고 하면 주위에서 놀랜답니다. 서로 안 맞을 것 같은데? 하고요. 

‘우리가 막역한 사이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대체로 놀라워했다. 마치 어떻게 낙타와 펭귄이 친구가 될 수 있냐는 듯 이해가 잘 되지 않는 표정을 짓곤 했다. “정말 의외네요”라고 사람들이 말할 때마다 “감사합니다”라고 대답했다.’
(7쪽)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서로의 마음에 조금씩 스며드는 과정이 참 다정하고 감동적인 침범입니다. 언니인 임경선 작가는 연애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기왕이면 다음 세 가지 유형의 남자를 두루 겪어봐도 좋지 않을까 생각도 해봐.
첫째, 아주 ‘어른’인 남자. 실제로도 나이가 나보다 위인 경우가 많겠지. 차분하고 지적이고 자신이 하는 일에 유능해. 그 사람과 같이 있으면 내가 절로 많은 것들을 배우고, 그를 통해 내가 한 명의 여자로서 더 성숙해지는 기분이 들기도 해.
둘째, 친구 같은 ‘또래’ 남자. ‘어른 남자’ 앞에서 긴장했다면 ‘또래 남자’는 그저 편하고 재밌지. 세대 차도 느껴지지 않고 공통관심사도 많아서 같이 즐겁게 노는 일이 가능하지.
마지막으로 셋째, 매력적인 ‘연하’ 남자. 어느 순간 ‘또래 남자’가 나에게 라이벌의식과 자격지심을 느끼는 것만 같고, 여자의 성공을 순수하게 기뻐해주지 못하는 속 좁은 모습을 보여서 좌절하게 될 때, 연하 남자는 쓸데없는 자존심이나 허세를 내세우지 않아서 좋다. 세상의 많은 것들이 뻔하거나 속물처럼 느껴질 때 연하 남자의 순수함과 열정에 감동하게 되고.‘
(242쪽 정리)

책을 읽으며 혼자 큭큭거리고 웃었어요. 아니, 이건 그냥 다 만나 보라는 이야기잖아! 여행을 많이 다녀본 친구 중에서 여행 가서 심하게 데인 에피소드를 늘어놓으며, 아시아는 지저분해서 싫고, 유럽은 비싸서 싫고, 미국은 위험해서 싫고, 단점만 늘어놓은 이가 있어요. 나는 가 봤는데, 너는 가지 마라. 하고 미리 산통을 깨는 사람? 이런 사람보다는 여긴 이래서 좋고, 저긴 저래서 좋아 라고 얘기해주는 사람이 좋은데요. 임경선 작가님이 그런 친구 같아요. 연상, 또래, 연하 이 세 가지 범주를 벗어나는 남자는 없으니 일단 연애를 해보고 볼 일이라는 말씀이잖아요.



<난 이런 사람들이 싫어요>라는 글에서 요조는 두 가지 타입의 사람들을 경계한다고 해요. 극단적인 사람들, 즉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요. 또 하나는 빈정대고 조롱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인데, 이유는 그런 태도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지요. 요조가 말하는 너그러움의 기준도 있어요. 

‘남의 험담을 하는 사람을 다들 조심하라고 하지만, 저는 어떤 사람하고의 우정과 사랑을 확인하는 데 남 뒷담화만큼 좋은 건 없다고 봐요. 
아니 세상에 나랑 맞지 않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 화를 참고 있나요. 친한 사람들과 투덜투덜하면서 풀어야죠. 
그리고 아부하고 가식적으로 구는 사람도 예전에는 좀 피곤하고 싫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그것도 하나의 노력으로 보이고, 어쨌든 애쓰는 거잖아요. 마음에 없는 소리라는 게 너무 티가 나더라도 아부하고 가식적으로 구는 그 사람의 노력이라는 걸 가상하게 보게 되고, 그래서 칭찬해주어 고맙다고 진심으로 말하곤 해요.‘

(118쪽)

이 대목 읽으면서, 아, 요조님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멋진 사람이구나, 싶었어요. 저도 이렇게 너그러운 사람이 되고 싶어요. 요조는 언니인 임경선 작가에게 무엇이든 물어보고요. 임경선 작가님은 시원시원하게 대답도 잘 해줘요. 직장인과 프리랜서, 어느 쪽이 더 낫냐고 물어보니 이렇게 대답하는군요.

‘아무래도 직장생활은 여러 가지 경험을 하고 일을 배울 수 있는 사회 초년생 시절부터 적게는 7년, 많게는 10년 정도는 다양한 업무와 스트레스를 경험해봄직 해. 하지만 직급이 올라갈수록 일에서 조직관리와 사내 정치의 비중이 많아지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체질적으로 맞지 않는 ‘독고다이’ 기질, 예민하거나 완벽주의자 기질을 가진 사람들은 업무 경험을 살려 차라리 혼자서 스스로를 책임지는 프리랜서를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자기 실력이 액면 그대로 드러나니까. 개인적으로는 남의 회사에 다니지 않고도 자기 밥벌이를 할 수 있는 대안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사회라고 생각해. 수명이 점점 길어질 앞으로의 시대는 그 누구나가 언젠가 한 번쯤은 프리랜서의 계절을 반드시 겪게 될 테고 말이야. 하나의 직업만이 아닌 두세 개의 직업을 거치게 될 확률도 높겠지.‘

(138쪽)

참 현명한 조언 아닌가요? 스승이 될 수 없는 사람은 좋은 친구가 될 수 없다, 라는 말이 있던데, 두 사람의 우정을 설명하는 좋은 비유 같아요. 제게 이 책을 소개해준 친구도 귀한 정보를 알려줬다는 점에서 스승이기도 하고요. 좋은 책이 그렇지요. 친구 같고, 스승 같아요.
   
가끔 글쓰는 후배들이 악플 때문에 힘들어 하면 임경선 작가는 이렇게 물어본대요. 

‘만약 네가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과 무언가를 판단(비판)하는 사람,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어느 쪽을 선택하겠냐고. 그럼 가만히 생각해보다가 다들 이렇게 대답하더라? 억울하게 욕먹는 한이 있더라도,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고.’

(196쪽)

책을 읽으며 우정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되새겼습니다. 같은 점을 공유하는 사이도 좋지만, 서로 다른 모습에서 배울 수 있는 관계 또한 참 멋진 우정이라는 걸 책에서 배웠어요. 두 분의 즐거운 수다를 엿듣다 문득 제가 평소 갖고 있던 고민에 대한 답을 얻은 기분이에요. 현명하고도 따듯한 친구를 책으로 만났네요.  

https://youtu.be/yHwjG2yFGEw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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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북모닝 2020.04.03 07: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서로 다른 두 분의 이야기가 매우 흥미로워요.
    저도 한 번 읽어보고싶어집니다.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

  2. 제니스라이프 2020.04.03 07: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를 읽으며
    한 시간씩 영어 회화를 외우고, 한 시간은 노팅힐 스크립트를 듣고
    밤에는 세바시 라이브 강연을 듣고
    새벽에는 블로그에 올라온 글을 읽고
    독학하며 주 5회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오무라이스 잼잼 새 책을 중고 거래로 득템하여 주말에 가족이 읽을 계획중이고...

    제 삶이... 피디님화되어가네요. ㅎㅎㅎㅎㅎ

  3. 보리랑 2020.04.03 07: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말하는거 무조건 오케이 하는 친구가 몇 있어요. 보니까 제가 닮고 싶고 존경하는 친구들이예요. 전생에 마을을 구했나 봅니다.

  4. 아프리칸바이올렛 2020.04.03 07: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편지가 아니라 교환일기 형식은
    좀 더 서로의 진짜 감정을 느끼고 싶어서일까
    주변 사람들 디스할 때 언제나 내편이
    되어주어 매일 만나서 수다 떨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친구, 만나서
    아무 이야기 안해도 그냥 편한 친구만으로도
    좋은데
    이 둘처럼 서로의 성장을 돕고 배울 수 있고
    맘껏 물을 수 있다면 더 멋진관계가
    될 거 예요
    둘 사이 적당한 거리마저
    부러우면 지는거라는 이 우정 참 부럽다

  5. 아리아리짱 2020.04.03 08: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식PD님 아리아리!

    낙타와 펭귄도 친구가 될 수 있음은
    서로에게 스승이 될 수 있기에 가능한 것이군요! ^^
    '친구 같은 스승, 스승같은 친구'

  6. 꿈트리숲 2020.04.03 09: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툭 터놓고 일기를
    교환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도 얼마든지
    친한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 솔직하고
    배려가 있으면 가능할 것 같아요.

    솔직하다는 건 할말 다 한다는 아닐테고
    배려한다는 건 무조건 참는다는 아니겠죠.
    그 경계를 적절히 왔다갔다 하는 센스가
    임경선, 요조님에게는 있는 것 같더라고요.

    누군가에게 스며든다는 건 생각만해도
    흐뭇한 일입니다. 나의 지경이 넓어지는 일이라서요.^^

  7. 오달자 2020.04.03 10: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떤 사람들과의 우정을 가늠하기에는 뒷담화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라는 구절에 격하게 공감합니다.
    모든사람들과의 관계가 좋을 수는 없을진데...그럴때마다 배려한다고참는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걸요~~

    요조님과 임경선 두 분의 우정을 응원합니다~~

    • 새벽부터 횡설수설 2020.04.05 07: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회사에 불평불만만 일삼는 사람이 있었어요. 근데 제가 볼 때, 비판을 당하는 그 사람은 인간적으로는 괜찮은 사람이었거든요. 남들한테 피해주는 사람은 아니였으니까요. 그런데도 그 사람을 비꼬고, 헐뜯는 직장 동료에 혀를 내둘렀어요. 그래서 그 후로는 동조하지 않고, 멀리했거든요.

      뒷담화도 상황을 봐가면서 ^^

  8. 코코 2020.04.03 12: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제 피디님 세바시 북토크 너무 잘 봤습니다 !
    피디님 책을 이미 읽어서 말씀하신 것 중에 알고 있는 부분도 있었지만
    글로 만나는 것과 말로 만나는 건 참 다른 매력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피디님의 경험과 생각을 직접 들으니 뭔가 더 가슴에 깊이 들어오면서
    요즘의 저에게 가장 필요한 태도에 대해 배웠달까요..
    감사합니다. ^_^ 오늘도 건강한 하루 보내세요.~

  9. 섭섭이짱 2020.04.03 12: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예전에 피디님과 교환 댓글 주고 받은것들이 생각나네요. 고시랑고시랑 댓글로 얘기나눈것들이 재밌었는데 ㅋㅋ

    100세 시대 저도 즐겁게 얘기날 수 있는 취향 친구들을 많이 사귀도록 노력해야겠어요 ^^

  10. 불곰이된엄마 2020.04.03 13: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제 세바시 온라인북토크 정말 신기했어요. ^^
    시간대가 애매해서 아이들 중간 중간 보면서 보느라, 완전 몰입은 힘들었지만,
    정말 가까이 있는 느낌이 들었어요.

    작가님 블로그에 세바시 링크보고 신청했는데, 운이 좋게도 됐더라고요. ^^
    애들 보며 어찌해야하나 막막했는데, 비교적 괜찮았던 것 같아요.

    위에 언급하신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책 제 주변에서도 좋다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 감사합니다.

  11. 래 드 켐 2020.04.03 23: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공감 합니다 인새의 시간을 10로 분배해보면
    10살 20살 30살 40살 50살 60살 70살 80살 90살 100살
    한번 글짜를 써봤는데 ...

  12. 새벽부터 횡설수설 2020.04.05 07: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 그렇군요!!

    전 타인의 다양성을 최대한 존중하려는 태도를 취하는데요.
    그런데 그게 부모님에게만큼은 해당시키려고 하지 않는 것 같아요.
    나이 때문에 그걸 어떻게 하니?라고 말하시는 부모님에게 나이는 상관없어요. 그냥 하셔도 된다고
    하는데, 잘 안 되네요. 쉽지 않아요. 가족이라서 포기의 끈을 놓는다는게요.

    근데 이제는 놓아야 할 것 같아요. 간섭하면 더 역효과만 나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럼 좋은 하루 되세요^^

  13. 와코 2020.04.06 14: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꼭 읽어야겠습니다 ^^ 늘 좋은 책 추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14. 샘이깊은물 2020.04.07 09: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두 분이 교류하시는 방식이 흥미롭기도 하고, 두 다른 빛깔이 빚어내는 어울림의 매력에 빠져서 작년에 오디오클립을 재미나게 들었어요. 책으로 엮인 것을 보니 또 새로웠고요.
    연배 있으신 언니 오빠와도, 해맑은 어린 아이와도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이고 싶어요. 진솔한 마음을 툭 터놓을 수 있는 사람, 서로 마음의 결을 알아나가며 각자의 세계도 넓혀나가는 사람이요. 나 아닌 다른 존재로부터 영감이나 깨달음을 얻으며 조금씩 자라나고, 저 또한 미미하더라도 다른 존재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게 되는 순간들이 쌓여나가길 바랍니다.^^

  15. 봄처녀 2020.04.08 08: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편하게 그렇지만 생각해보며 읽게 될 책인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피디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