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짠돌이 독서 일기/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대체불가능한 존재가 되는 길

by 김민식pd 2020. 3. 31.

10년 전 어느 날, 재미삼아 인터넷에 검색해봤습니다. ‘김민식 피디’ 네이버 지식인에 올라온 질문이 떴어요. “김민식 피디와 누구누구 피디, 둘 중에서 누가 더 연출을 못하나요?” 아니, 누가 또 나를 욕보이는 글을! 악플을 지울 길은 없습니다. 대신 선플을 만들어야죠. 나에 대해 가장 좋게 써줄 사람은 누구일까요? 바로 나 자신입니다! 블로그를 만들고 열심히 글을 썼습니다. ‘김민식 피디의 연출일기’, ‘스타 캐스팅하는 방법’, ‘김민식 피디의 독서 일기’ 등등. 1년 동안 꾸준히 글을 올렸더니 인터넷에 김민식 피디를 검색하면 내가 쓴 글이 상단에 뜹니다. 검색 첫 페이지에 뜨는 내용이 가장 중요합니다. 나에 대한 악플을 찾기 위해 다음 페이지까지 계속 뒤지는 사람은 어차피 소수일 테니까요. (희망사항입니다.) 나에 대해 칭찬하는 글을 가장 잘 쓰는 사람은 역시 나 자신입니다.

‘구글에서 당신의 이름을 검색했을 때 당신이 원하는 결과, 나에게 필요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지금부터 바꿔라. 검색 결과는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 실천하기, 관계 맺기, 베풀기를 통해서만 바꿀 수 있다. 과도할 정도로 많은 정보를 인터넷에 띄워라. 당신의 전문 영역에 대한 통찰력 있는 글을 올려 다른 사람들이 계속해서 참고하고 인용하도록 만들어라. 그러면 사람들이 당신을 인용하고 자신의 웹사이트에 링크를 걸 것이다. 이로써 당신에 대한 검색 결과를 바꿀 수 있다.’
 
(린치핀 147쪽)


<린치 핀 Linchpin> (세스 고딘 / 윤영삼 / 라이스메이커)


 
책 제목을 보고 궁금했어요. ‘린치핀이 무엇일까?’ 검색해보니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한미동맹을 ‘린치핀’(linchpinㆍ핵심축)에 비유한 적이 있네요. 린치핀은 바퀴가 빠지지 않도록 축에 꽂는 핀으로, 핵심을 뜻합니다. 그렇다면 린치핀 같은 사람이 된다는 건 세상에 꼭 필요한 핵심 인재가 된다는 뜻이겠지요? 저자 세스 고딘이 말하는 린치핀은 예술적 크리에이터입니다. 대량생산을 위한 공장의 시대를 지나 새로운 게임의 룰을 만드는 예술적 크리에이터의 시대가 왔어요. 

‘린치핀이란, 조직만을 위해 일하지 않는 사람, 노동과 임금을 맞바꾸는 데 머물지 않는 사람, 자신의 넘치는 예술적 재능을 세상에 기부하는 사람, 인공지능은 넘볼 수 없는,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다채로운 능력을 가진, 자신을 둘러싼 주변 모든 이들에게 공헌할 수 있는, 세상 모든 크리에이터들이 탐내는,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예술적 크리에이터라고 하면 왠지 우리와 거리가 먼 이야기 같지만 생각해보면 지금 시대에 우리는 모두 예술가입니다. 예쁜 풍경 사진 한 장을 찍어 인스타에 올리는 내가 사진작가고, 출근길에 떠오른 생각을 한 줄의 글로 표현하는 내가 작가고, 최신 케이팝에 맞춰 춤추는 영상을 올리는 내가 안무가니까요. 

‘예술은 단순한 상품이 되어선 안 된다. 그것은 선물이어야 한다. 예술가는 아무런 보상을 기대하지 않고 널리 자유롭게 퍼져나갈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만들어내야 한다. 
예술은 예술학교를 나와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미술관이나 무대에만 제한되는 것이 아니다. 대가없이 줄 수 있는 고유한 아이디어는 모두 예술이다.‘
(173쪽)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건 시간입니다. 시간을 돈을 받고 파는 건 임금 노동, 즉 나의 시간과 임금의 맞교환이지요. 때로는 돈을 받지 않고 나의 시간을 내어줄 수 있어야 합니다. 열정 페이나, 착취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내가 즐거워서 자발적으로 나의 시간과 열정을 들이는 일을 해야 합니다. 

‘나는 무엇인가 돌려받기 위해서 블로그를 쓰는 것이 아니다. 글이라는 형식으로 공동체에 작은 선물을 주는 행동이 나 자신을 기쁘게 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즐거우면 나도 즐겁다. 어느 날 기대하지 않은 방식으로 선물이 내게 다시 돌아오면, 나는 두 배로 신나서 더 열심히 일을 할 것이다.’

‘나는 무엇인가 돌려받기 위해서 블로그를 쓰는 것이 아니다.’ 이 말이 와 닿습니다. 제가 인터넷 악플에 대응하기 위해 블로그를 시작한지 어언 10년.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세상이 내게 재미난 책을 선물하면 독서일기라는 감사 일기를 씁니다. 세상이 내게 사랑스러운 아이들이라는 선물을 주면 육아일기를 쓰고요. 즐거운 여행이라는 선물을 받으면 블로그에 여행기를 올립니다. 선물에 대해서는 항상 감사하다는 인사를 남깁니다. 블로그에 글로써. 그것이 다시 선물이 되어 제게 돌아옵니다.

사람들을 네 종류로 나누는 가장 쉬운 방법은 두 가지 기준을 만드는 일이지요. 이 책에도 나옵니다.

‘가로축은 열정, 세로축은 집착을 나타낸다. 
열정적이고 통찰도 있으면, 린치핀
열정적이나 집착에 가까우면, 근본주의 광신자
통찰은 있으나 열정이 부족하면, 관료
통찰 없이 집착만 하면, 징징대는 사람.‘

(347쪽)

두 축을 일상적인 질문으로 바꿀 수도 있어요. 가로축은 “얼마나 신경을 쓰는가?”, 세로축은 “얼마나 볼 수 있는가?” 열정적이면서도 통찰을 가진 린치핀이 되고 싶습니다.
  
이젠 인터넷에 지식이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전문지식만으로는 꼭 필요한 사람이 될 수 없어요. 

‘지식은 영리한 결정과 너그러운 헌신과 결합될 때에만 변화를 만들어낸다.’
(424쪽)

책의 끝에서 소개한 2가지 전략이 마음에 남습니다. 

‘1. 제대로 된 답과 내가 팔 수 있는 답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이해하라. 조직 내에서 이단으로 치부되는 아이디어는 대부분 폐기된다. 틀려서 폐기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파는 사람의 지명도나 업적이 없기 때문에 폐기되는 것이다. 상사 역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상사가 저항을 느낄 만한 제안을 한다면, 그로 인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먼저 생각해보라.
2. 위를 바꾸기보다 아래를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추라. 고객과 부하직원과 상호작용하는 것은 상사와 투자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보다 훨씬 쉽다. 시간이 가면서 자신의 통찰력과 관대함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윗사람들도 알아볼 것이고 더 많은 자유와 권위를 얻게 될 것이다.’

(438쪽)

사람들은 다 위를 바꾸려고만 하고, 위만 바라보고 삽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는 게 나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길입니다. 

우리는 모두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고,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고, 미래를 창조할 수 있습니다. 책을 읽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나는 린치핀인가?’ 세상이 필요로 하는 선물을 아낌없이 나눠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린치핀>표지를 합성해서 만들어주신 <꼬꼬독> 짤~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