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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국내여행

설맞이 제주 여행

by 김민식pd 2020. 2. 20.

매년 추석, 아버님을 모시고 해외 여행을 다닙니다. 사이판에 갔다가 깨달았어요. '동남아 어지간한 여행지보다는 제주도가 낫겠는데?' 그래서 작년 추석에는 아버지를 모시고 제주도에 갔어요. "제주도엔 많이 가봤는데 뭐하러 또 가냐?"며 내켜하지 않던 아버지도 막상 가보니 좋으셨나봐요. 올 1월에 전화를 하셨어요. "설에 제주도 어떠냐?" "좋아요!"

지난 설 연휴 기간 아버지를 모시고 제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촉박하게 항공권을 알아본 탓에 연휴 첫날 내려가는 비행기는 자리가 없고요. 설 당일 아침에 표가 있더군요. 12시 제주공항 도착해서 렌트카를 빌려 점심을 먹은 후, 가장 먼저 향한 곳은 한라수목원입니다.

국영 시설인지라 무료입장인 수목원을 동네 산책하듯 걷습니다. 아버지는 근검절약이 몸에 밴 분입니다. 처음부터 유료시설로 모시면 '뭔 돈이 그리 비싸냐?'며 불편해 하십니다. 첫날은 철저히 돈 안 내는 곳만 다니려고 일정을 짰습니다. 다행히 제주에는 그런 곳도 많거든요.

1100고지를 향해 가는데 도로표지판에 '신비의 도로'라고 있어요. 바로 핸들을 꺾었지요. 이렇게 즉흥적으로 다니는 걸 좋아합니다. 가보니 정말 신기하더군요. 어느 가족이 도로에 물을 붓는 데 물방울이 오르막(처럼 보이는 내리막)을 타고 오르는 건 정말 놀랍더군요. 다음에 아이들과 오면 꼭 해봐야겠어요.     

옛날엔 도깨비도로라고 불렸는데, 이제는 이름이 바뀌었네요. 도깨비도로는 영어로 번역하면 '귀신이 나오는 도로' Haunted road가 되니 거부감을 줄까봐 바꾼 걸까요?

다음으로 향한 곳은 천왕사입니다. 한라산 산자락에 안긴 대웅전의 모습이 웅장합니다. 

절 뒤편으로 산책로가 조성이 되어 있어요.

'절로 가는 길'이라고 제주 사찰 순례 도보여행 코스도 있네요. 

관음사 - 석굴암 - 천왕사 - 어리목 - 윗세오름 - 영실 - 오백나한사 - 존자암

언젠가 기회가 되면 이 길도 걷고 싶어요.

이제 천왕사를 뒤로 하고 1100고지로 향합니다. 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자연학습탐방로로 갑니다. 

저는 나무 데크길을 따라 걷는 걸 좋아합니다. 

1월에 가면 1100고지에서 눈꽃을 볼 수 있다고 해서 왔는데, 날이 너무 따뜻한 탓인지 설화는 안 피었네요. ㅠㅠ 

자전거로 오든, 올레길을 걷든, 늘 해안으로 다녀서 그런지 1100 고지는 처음입니다. 

이제 숙소로 향합니다. 첫날 일정은 단촐해요.

제주공항 - 한라수목원 - 신비의 도로 - 천왕사 - 1100고지 - 서귀포 

2014년 추석에 처음 아버지를 모시고 보라카이에 갔을 때, 사람들이 저를 보고 "와, 대단하시네요!"라고 했어요. 그때 조금 부끄러웠어요. 이제 겨우 처음 모시고 나온 건데... 그때 결심했지요. 매년 다녀야겠다. 이후 매년 추석에 아버지랑 여행을 다닙니다.

한라수목원 입구에 새겨진 글입니다.

<네가지 표준>

우리가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데 있어서

1. 진실한가?

2. 모두에게 공평한가?

3. 선의와 우정을 더하게 하는가?

4. 모두에게 유익한가?

 

이게 명절을 보내는 저만의 기준입니다.

모두에게 공평한가? 선의와 우정을 더하게 하는가? 모두에게 유익한가?

아버지랑 큰집에 가서 차례를 지낼 때마다 늘 불편했어요. 큰집 식구들 (특히 며느리들)에게 차례상을 차리는 명절 노동은 너무 과해요. 공평하지 않아요. 매번 고성이 오가며 싸우는 풍경을 보며 가족간의 우애를 돈독하게 하는데 별 도움이 되지도 않고요. 귀성전쟁을 치르느라 도로에서 고생하면 업무 복귀하고도 한동안 피로감이 오래 가니 유익하지도 않더군요.

그래서 이제는 아버지를 모시고 둘이 여행을 가고, 아내는 아이들과 친정에 가서 명절을 보냅니다. 이게 제 나름 찾은 해법인데요. 아버님 건강이 허락하는 한, 매년 명절마다 즐거운 추억을 쌓으며 살고 싶습니다.

다음에 2일차 여행기로 돌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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