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연휴에 다녀온 제주여행 마지막 이야기를 이제야 올립니다. 한겨울 여행기를 여름의 초입에 올리네요. 

제주 여행을 갈 때는 3박4일 일정을 선호합니다. 2박 3일의 경우, 가는 날, 오는 날, 하루씩 빠지면 조금 빠듯합니다. 올라가는 비행기는 오후 4시입니다. 오전에 숙소를 나와 한 곳 정도 보고, 제주공항으로 갑니다. 오늘 갈 곳은 에코랜드입니다.

곶자왈이라는 한라산 기슭의 숲속에 있는데요. 서귀포보다는 제주시에 더 가깝기에 공항에서 오는 날, 혹은 제주 공항 가는 날 들르면 좋습니다. 

꼬마 기차를 타고 구불구불 협궤 철도를 따라 길을 떠납니다. 

중간에 내려 다음 역까지 걸어가는 구간도 있어요. 산책로 곳곳에 아기자기하게 꾸며둬서 사진 찍기 좋아요.

예쁜 장난감 같은 기차를 타고 달립니다.

아버지를 모시고 둘이서 떠난 제주여행이었고요. 에코랜드는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테마파크라 일정에 넣었습니다. "제주도는 많이 가봤는데 뭐하러 또 가냐?"하시는 아버지를 모시고 갈 때 좋아요. "아, 이런 데도 생겼구나." 하거든요. '제주도가 옛날 그 제주도가 아니라고요, 아버지.' ^^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호빗의 마을 샤이어  같네요. 예쁜 사진을 찍을 포인트들이 많아 다음에 따님들 모시고 다시 오려고요. 딸들이 좋아할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가보고 좋은 곳은 다른 사람과 또 옵니다. 


사람이 없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마음껏 찍어도 걱정이 없어요. 다른 때라면 사람을 피해서 앵글을 잡거나 줄을 서서 찍었겠지요. 1월인 겨울에, 그것도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에 오니, 사람이 없어요. 날이 좋으면, 너무 번잡하고, 사람이 없으면, 날씨가 안 좋고... 결국 인생은 이런 것이죠. 모든 걸 다 가질 순 없어요. 여행도 마찬가지에요. 한번에 다 가지려 하지 않습니다. 목표를 딱 하나만 정합니다. 이번 설 여행의 목표는, 아버지에게 즐거운 추억 선물하기에요. 둘이 와서 아버지만 챙깁니다.

물론 이것도 쉽지는 않아요. 팔순의 아버지는 나이 들어갈수록 고집이 느는지, 남의 말을 잘 듣지 않아요. 대화 중에도 툭툭 말을 자르고 들어옵니다. 순간 순간 어지러운 마음이 이는데요. 최근 책을 읽다 그 이유를 알았어요. 노화가 진행되면, 기억력이 감퇴합니다.

'요즘 동창회에 나가보면 친구들이 경쟁하듯이 상대방 말을 끊고 들어가 자기 할 말을 하려고 합니다. 혹시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있더라도 너무 무례하게 여기지 마십시오. 지금 이야기를 안 하면 까먹어버려서 그렇습니다. 머릿속으로 자신이 할 이야기만 반복해서 되새기느라 상대방 말에 집중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를 보고 남의 말에 집중하지 않는 예의 없는 사람으로 단정하지 마십시오.'

(<벌거벗을 용기> (김경록) 264쪽)

노후대비를 위해 읽은 책 덕분에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이제 다시 바다로 향합니다. 에코랜드에서 네비로 제주공항을 찍으면 중산간도로나 산업도로를 연결해줍니다. 출발시간이 여유가 있다면 공항 대신 함덕해수욕장을 검색해보세요. 함덕해수욕장을 찍고 공항으로 향하면, 해안도로 드라이브를 즐기며 공항까지 갈 수 있어요. 

바닷가를 달리는데, 옆에 바다에 서핑하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세상에! 1월에, 겨울 바다에서 서핑을 하는 사람들이 있군요. 야, 저게 청춘이지요. 저도 이제 늙었나봐요. 예전에는 저런 모습을 보면, "와! 나도 하고 싶다!" 그랬는데, 요즘은 "아이고, 날도 추운데... 괜찮을려나?" 하고 걱정부터 듭니다. 늙었어요, 늙었어.......

나이 든다는 건 그런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할 수 있게 됩니다. 어려서는 다 하고 싶었는데, 이제는 하고 싶은 게 적어요. 그냥 지금 내가 하고 즐기는 일상의 소중함을 되새기려 합니다.

다음번에는 가족들과 떠난 여수 여행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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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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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솔 2020.06.11 07: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모든 걸 다 가질 수 없는데 어떻게 선택해야 하는지 어렵습니다 ㅎㅎ 코로나 때문에 어디 가기 힘든데 제주 여행기를 보니 반갑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

  2. 보리랑 2020.06.11 07: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적이 없었는데, 스카이다이빙 패러글라이딩 뭐든지 다하고 싶었던 용기가 그립습니다. 😅

    저도 말자르기 선수인데 2가지 방법을 씁니다. 1) 전화중일 때는 하고픈 말을 메모합니다. 보조기억장치네요. 2) 묵언수행을 작정합니다. 이번에는 당신과 온전히 있겠다고, 당신 말을 잘 듣겠다고요. 그런데 호기심과 뭘 많이 아는척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올라와 말자르기 하고 있네요. 😅

  3. 최수정 2020.06.11 08: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코로나로 인해 여행이 제한되다보니 이렇게 여행이야기를 읽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됩니다. 여수이야기도 벌써부터 궁금해지네요 ^^

  4. 인대문의 2020.06.11 08: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If I were the worker who built the toys, train and house etc, I would feel fruitful imagining people feel happy.

    I've never been to Jeju Island.
    Thank you for your travel story and pictures.
    I felt like traveled indirectly through pictures.

    Thank you and enjoy your day~*

  5. 바람향기 2020.06.11 08: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부지랑 함께 떠난 피디님의 여행기는 읽을 때마다 존경심이 마구마구 듭니다.
    맞아요...노인들은 대화를 하다가 중간에 자르는데 그 이유를 덕분에 알게 되었네요.
    기억력감퇴...
    그런데 어쩌죠?
    저도 그런 증상이 나타나는데...
    오늘도 피디님 글 잘 읽고 갑니다.
    남부지방은 흐리고 비가 오락가락 합니다.
    습도가 꽤 높지만 덕분에 정신적인 청량감을 얻습니다.
    좋은 날 되셔요^^

  6. 오달자 2020.06.11 08: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안그래도 제주도 못가서 병이났는데 말입니다. ㅎㅎ
    에코랜드~~저 너무 좋아합니다.
    에코랜드는 한국판 네덜란드같다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더 넓은 벌판에 기차타고 풍경을 바라보며 매번 역마다 새로운 테마로 사람을 맞이하는....아주 예쁜 곳이죠~~

    잊고 있었던 제주도 한 달 살이때의 추억을 소환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7. 섭섭이짱 2020.06.11 09: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맞아요. 제주도는 3박은 해야 아쉽지 않은거 같아요.
    에코랜드 저도 좋아라하는 곳인데... 언제가도 좋은거 같아요
    상쾌한 공기 마시며 숲 속을 거닐던 그길이 생각나네요.

    서핑 사진보니 배우다 말아 아쉬웠었는데
    제대로 다시 배우고 싶은 생각이 막 드네요.
    아직은 젊은가 봐요 ㅋㅋㅋ

    제주도의 푸른밤을 생각하며
    오늘의 노래는 이걸로 픽해봅니다...

    --------------------------------
    < 제주도의 푸른밤>
    떠나요 둘이서 모든 걸 훌훌 버리고
    제주도 푸른 밤 그 별 아래
    이제는 더 이상 얽매이긴 우리 싫어요
    신문에 TV에 월급봉투에

    아파트 담벼락보다는
    바달 볼 수 있는 창문이 좋아요
    낑깡밭 일구고 감귤도
    우리 둘이 가꿔봐요

    정말로 그대가 외롭다고 느껴진다면
    떠나요 제주도 푸른 밤 하늘 아래로

    떠나요 둘이서 힘들게 별로 없어요
    제주도 푸른 밤 그 별 아래
    그 동안 우리는 오랫동안 지쳤잖아요
    술집에 카페에 많은 사람에

    도시의 침묵보다는
    바다의 속삭임이 좋아요
    신혼부부 밀려와 똑같은
    사진 찍기 구경하며

    정말로 그대가 재미없다 느껴진다면
    떠나요 제주도
    푸르메가 살고 있는 곳


  8. 백진호 2020.06.11 09: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모처럼 생각이 나서 들어왔습니다.
    김민식피디님 덕분에 바이크여행 잘 하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코로나땜시 외출자제로 몸이 녹슬고 있는데...
    아름다운 자연도 보고 여러잡념도 없어지고 참 좋습니다.
    감사드립니다. 항상.
    건강 잘 챙기시고 다음에 기회 되면 한 라이딩 하시지요.^^

  9. 정은 2020.06.11 09: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감독님!! 와우~ 제주 사진으로 힐링켜 주셔서 감사해요. 감독님 덕분에 에코랜드 처음 알았는데 너무너무 예쁘네요. 휴가 때 가 봐야겠습니다. 무엇보다.... 바다 사진♥ 와우~ 이 날씨에 진짜 위로 되네요.

    큰 소리로 말씀하시고, 말 자르시는 어머니를 이해하게되었습니다 ^^;;;

  10. GOODPOST 2020.06.11 09: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이가 들면서 하고 싶은일과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하게 된다.
    어쩌면 슬픈 현실처럼 느껴지지만,,,

    나이가 들면서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 행복합니다.
    블러그에서,,pd님의 글을 읽는 이순간도 내가 할수 있는 시간이기에
    감사합니다.

  11. 꿈트리숲 2020.06.11 09: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 또 추억의 한 자락을 떠올리게 해주십니다.
    에코랜드 저도 부모님 모시고 아이랑 갔던 기억이
    있어요. 아이도 부모님도 만족했던 곳이죠.
    피디님 말씀처럼 사진 스팟이 많아서 남긴 사진들이
    다 예쁘게 잘 나온 것 같아요.

    나이들면서 이야기의 맥을 끊는 맥가위버는 되지
    말자 다짐하는데 그게 자연스러운 노화현상이었다니?!!
    경청 모드를 습관으로 다져놓으면
    노화를 좀 지연시킬 수 있을까요?ㅎㅎ

  12. 아리아리짱 2020.06.11 10: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식 PD님 아리아리!

    피디님 덕분에 늘 아련함으로 간직하는
    제주도 여행 함께 합니다.
    곶자왈 에코랜드는 가본 적이 없는데
    손녀 손잡고 가고 싶어집니다.

    손녀랑 나들이 할 때는 '맥가위버' 되지
    않으려 노오력 해야겠습니다. ^^

  13. James K 2020.06.11 10: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국이 시국이라 여행도 못 가는데 눈으로 즐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14. 아프아프리칸바이올렛 2020.06.11 10: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보면서 가족들과 함께한 제주도
    여행 추억이 떠올라 좋았어요
    코로나가 끝나고
    제주도 비행기 티켓 예약할 날이
    더욱 기다려집니다

  15. 아빠관장님 2020.06.11 17: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 인스타에서 겨울에 서핑하는 사람들 본 것이 엊그제같은데... 그것이 1월이었군요. 코로나 시대에도 시간은 쏜살이네요~.

  16. Laurier 2020.06.11 21: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부모님과 여행을 자주 가는 편이기는 하지만 이 나이에 아직도 부모님이 가시자고 하셔서 어쩔 수 없이 따라가는 경우랍니다. PD님 책이나 블로그를 읽을 때마다 어쩜 저렇게도 부모님을 먼저 모시고 여행을 다녀오실 생각을 하시고 실천에 옮기실까라는 생각에 참 엄지척 백만개라도 드리고 싶습니다. 저도 PD님처럼 부모님이 더 연세 드시기 전에 제가 먼저 모시고 여행 떠나는 날을 잡아야겠단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PD님은 아직도 젊으십니다~~~

  17. 하울96 2020.06.11 23: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행복한 하루 되시길 바라요~.

  18. 나겸맘 리하 2020.06.13 15: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버님과 튀김드시던
    정겹던 그 제주여행의 마지막이군요^^
    말을 중간에 끊는 것이
    노화와 연관있다는 말씀.
    고개 끄덕여지네요.
    더불어 목소리도 엄청 커지잖아요.ㅎㅎ
    강릉여행때 겨울바다 서핑하시는 분들 보며
    저도 모르게 소름돋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렇게 나이들어가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