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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국내여행

제주 에코랜드 여행기

by 김민식pd 2020. 6. 11.

지난 설연휴에 다녀온 제주여행 마지막 이야기를 이제야 올립니다. 한겨울 여행기를 여름의 초입에 올리네요. 

제주 여행을 갈 때는 3박4일 일정을 선호합니다. 2박 3일의 경우, 가는 날, 오는 날, 하루씩 빠지면 조금 빠듯합니다. 올라가는 비행기는 오후 4시입니다. 오전에 숙소를 나와 한 곳 정도 보고, 제주공항으로 갑니다. 오늘 갈 곳은 에코랜드입니다.

곶자왈이라는 한라산 기슭의 숲속에 있는데요. 서귀포보다는 제주시에 더 가깝기에 공항에서 오는 날, 혹은 제주 공항 가는 날 들르면 좋습니다. 

꼬마 기차를 타고 구불구불 협궤 철도를 따라 길을 떠납니다. 

중간에 내려 다음 역까지 걸어가는 구간도 있어요. 산책로 곳곳에 아기자기하게 꾸며둬서 사진 찍기 좋아요.

예쁜 장난감 같은 기차를 타고 달립니다.

아버지를 모시고 둘이서 떠난 제주여행이었고요. 에코랜드는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테마파크라 일정에 넣었습니다. "제주도는 많이 가봤는데 뭐하러 또 가냐?"하시는 아버지를 모시고 갈 때 좋아요. "아, 이런 데도 생겼구나." 하거든요. '제주도가 옛날 그 제주도가 아니라고요, 아버지.' ^^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호빗의 마을 샤이어  같네요. 예쁜 사진을 찍을 포인트들이 많아 다음에 따님들 모시고 다시 오려고요. 딸들이 좋아할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가보고 좋은 곳은 다른 사람과 또 옵니다. 


사람이 없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마음껏 찍어도 걱정이 없어요. 다른 때라면 사람을 피해서 앵글을 잡거나 줄을 서서 찍었겠지요. 1월인 겨울에, 그것도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에 오니, 사람이 없어요. 날이 좋으면, 너무 번잡하고, 사람이 없으면, 날씨가 안 좋고... 결국 인생은 이런 것이죠. 모든 걸 다 가질 순 없어요. 여행도 마찬가지에요. 한번에 다 가지려 하지 않습니다. 목표를 딱 하나만 정합니다. 이번 설 여행의 목표는, 아버지에게 즐거운 추억 선물하기에요. 둘이 와서 아버지만 챙깁니다.

물론 이것도 쉽지는 않아요. 팔순의 아버지는 나이 들어갈수록 고집이 느는지, 남의 말을 잘 듣지 않아요. 대화 중에도 툭툭 말을 자르고 들어옵니다. 순간 순간 어지러운 마음이 이는데요. 최근 책을 읽다 그 이유를 알았어요. 노화가 진행되면, 기억력이 감퇴합니다.

'요즘 동창회에 나가보면 친구들이 경쟁하듯이 상대방 말을 끊고 들어가 자기 할 말을 하려고 합니다. 혹시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있더라도 너무 무례하게 여기지 마십시오. 지금 이야기를 안 하면 까먹어버려서 그렇습니다. 머릿속으로 자신이 할 이야기만 반복해서 되새기느라 상대방 말에 집중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를 보고 남의 말에 집중하지 않는 예의 없는 사람으로 단정하지 마십시오.'

(<벌거벗을 용기> (김경록) 264쪽)

노후대비를 위해 읽은 책 덕분에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이제 다시 바다로 향합니다. 에코랜드에서 네비로 제주공항을 찍으면 중산간도로나 산업도로를 연결해줍니다. 출발시간이 여유가 있다면 공항 대신 함덕해수욕장을 검색해보세요. 함덕해수욕장을 찍고 공항으로 향하면, 해안도로 드라이브를 즐기며 공항까지 갈 수 있어요. 

바닷가를 달리는데, 옆에 바다에 서핑하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세상에! 1월에, 겨울 바다에서 서핑을 하는 사람들이 있군요. 야, 저게 청춘이지요. 저도 이제 늙었나봐요. 예전에는 저런 모습을 보면, "와! 나도 하고 싶다!" 그랬는데, 요즘은 "아이고, 날도 추운데... 괜찮을려나?" 하고 걱정부터 듭니다. 늙었어요, 늙었어.......

나이 든다는 건 그런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할 수 있게 됩니다. 어려서는 다 하고 싶었는데, 이제는 하고 싶은 게 적어요. 그냥 지금 내가 하고 즐기는 일상의 소중함을 되새기려 합니다.

다음번에는 가족들과 떠난 여수 여행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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