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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국내여행

제주 카멜리아힐 여행

by 김민식pd 2020. 2. 25.

아버님 모시고 떠난 설맞이 제주 여행 2일차 여행기입니다.

이번 여행 일정을 짤 때 가장 고려한 것은 팔순이 된 아버님의 건강입니다. 몇 년 전, 낙상 사고 이후, 오래 걷는 게 힘들어요. 2016년 뉴욕 여행할 때만 해도 하루 3만보씩 걷던 분이였는데요... 제주에서 차를 렌트하고, 주차장에서 도보 30분 이내 볼 수 있는 여행지로 일정을 꾸렸어요.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새연교와 새섬입니다. 새섬이라고 작은 섬이 있는데, 새섬을 연결하는 다리를 놓았어요. 밤에는 야경 명소고요. 낮에 가면 새섬의 아기자기한 산책로를 즐길 수 있어요. 아버지는 2009년 준공된 새연교가 처음이시래요. '제주도는 뭐하러 또 가냐'고 말하시는 부모님 세대를 모시고 다닐 때는 최근에 뜨는 여행지 위주로 다니면, 좋습니다.

 

 


다음으로 모실 곳은 동백이 화창한 카멜리아힐입니다. 겨울철 제주 여행의 테마는 역시 동백꽃이지요.

 

 

영어로 카멜리아 camellia는 동백나무의 속명이에요. 꽃잎이 하나하나 따로 지는 게 아니라 송이째 툭 떨어지는 꽃이지요. 1월에 꽃구경하시려면, 제주 카멜리아힐로~^^

 

 

걷기 여행하기 좋은 곳이에요. 다양한 코스를 조합할 수 있는데요. 평소라면 이곳저곳 헤매겠지만 오늘은 최단코스, 하이라이트 위주로 다닙니다. 몸이 불편한 어르신을 모시고 올 때는 전에 몇번 와본 곳이 좋습니다. 초행길에 헤매면 힘들어하시니까요. 

 

 

2년 전, 드라마 <이별이 떠났다>를 만들 때, 카멜리아 힐에 두 번 왔어요. 한번은 사전 답사, 또 한 번은 촬영. 봄에 왔더니 동백은 없더군요. 동백의 개화 시기는 1월에서 3월, 다음에는 겨울에 와야지, 했지요. 한번에 다 보는 것보다, 이런 식으로 다음을 기약하는 여행을 좋아합니다. 그래야 또 가도 좋아요. 인생도 그렇지 않나요? 한번에 하나씩, 또각 또각.

 

 


지팡이를 짚고 걸으시는 아버지의 모습. 아버지는 한 번 간 곳을 다시 가지 않지만, 저는 한번 가서 좋은 곳에 몇 번이고 다시 갑니다. 아버지 세대는 여행이 귀했고, 그래서 한번 갈 때는 무조건 안 가본 곳을 가고요. 저는 여행이 일상인지라, 익숙한 곳을 자꾸 가는 걸 좋아해요.

 

 


날이 추우면 이곳 온실 카페에서 차 한잔 하고 꽃구경을 하고 가도 좋겠지요. 하지만 1월에 제주는 춥지 않더군요. 이것도 기후변화의 징조일까요? ㅠㅠ

 

 

제가 좋아하는 제주 비경, 바로 송악산입니다. 아버지랑 같이 걷고 싶었는데 점심을 드신 후, 피곤하신지 차 안에서 쉬시겠다고 하시네요. 혼자 30분간 송악산 올레길 구간을 걷습니다. 연로하신 아버님을 모시고 다닐 땐 렌트카 드라이브 여행이 좋은데요. 송악산에서 산방산 가는 해안도로는 제주도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 중 하나입니다.

이번 여행을 준비하는데 있어 도움을 받은 신문 기사가 있습니다. 1월 16일자 한겨레 신문 ESC '제주 당일치기 여행의 발견'. 제가 몰랐던 곳도 꽤 있더군요.  

http://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924616.html

[ESC] 제주 당일치기 여행의 발견

5년차 제주도민이 짠 3가지 하루 여행 코스숙박도 휴가 신청도 필요 없는 투어“제주의 안 유명한 곳에서 발견한 우연한 기쁨”

www.hani.co.kr

위는 도입부 기사고요. 세부 일정은 아래 기사에 있어요.

http://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924615.html

[ESC] 눈꽃 사진 찍고 노루 만나고…제주 하루 여행의 진수

하루면 다 돌아볼 수 있는 제주의 숨겨진 곳들

www.hani.co.kr

지도에 보이는 3코스, 한라수목원, 천왕사, 1100고지가 첫째날 코스였지요.

자주 가 본 곳을 새롭게 돌아보는 건 역시 정보 덕분입니다.  

 

 


신문 기사를 보고 끌렸던 곳, 군산 오름으로 갑니다. 아버지를 모시고 갈만한 오름은 없을까 고민하다, 군산오름을 발견했어요. 차로 오를 수 있고, 주차장에서 정상까지 걸어서 5분 거리라는 기사를 보고 이곳을 선택했어요. 계단의 경사가 가팔라서 아버지는 그냥 아래에서 쉬셨어요. 다시 한번 느낀 점, 여행은 젊고 몸성할 때 다녀야 합니다. 

군산오름 정상에 오르니 북으로는 한라산이 보이고 남으로는 산방산과 바다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제주도의 4분의 1이 다 보인다는 말이 과장은 아니네요. 다만 오르는 길이 1차로라, 가끔 오르내리는 차가 만날 경우, 교행이 쉽지 않습니다. 운전이 서툰 여행자라면 당황스러울 것 같아요. 참고하세요. 

 

 

아버지와 묵는 숙소는 서귀포 라마다 앙코르 이스트호텔입니다. 사진은 호텔 누리집에서 퍼왔고요. 트윈룸 객실 1박에 3만원을 줬어요. 코로나 이후 중국에서 오는 여행자가 줄어 저렴한 가격에 좋은 방을 얻은 듯... 요즘 제주도 편도 항공권이 1만원도 안 된다는 소식도 있더군요. 

 

 


호텔 체크인할 때 1층에 있는 치킨집 생맥주 500cc 2잔 무료 쿠폰을 받았습니다. 마침 비가 와서 나가기 애매하기에 숙소에서 치맥을 즐깁니다. 저나 아버지나 평소 술은 안 합니다. 하지만 둘 다 짠돌이라 공짜 술을 마다하지는 않아요.

아버지가 10년만에 마시는 술이라고 말씀하시기에 제가 씩 웃으며 "아닐텐데요?"했어요. 그러고는 오키나와 여행기에 올라온 사진을 보여드렸지요. 

 

 


2016년 추석, 오키나와 피자집에서 생맥주를 마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사진으로 보여드리니 깜짝 놀라십니다. 너는 그걸 어떻게 기억하냐고. 블로그를 만든 후, 삶이 몇 배 풍성해진 기분입니다. 여행을 할 때도 즐겁고, 평소에는 예전 여행기를 읽으며 또 즐겁거든요. 내가 올린 사진과 글 덕분에 추억이 풍성해지고, 일상이 즐거워집니다. 블로그는 나의 기억용량 증대에 큰 도움을 주는 보조메모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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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또 겨울 제주에서 맞은 둘째날이 저뭅니다. 다음엔 3일차 여행기로 돌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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