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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국내여행

분당 중앙공원 나들이

by 김민식pd 2019. 11. 28.

주말에 분당 AK플라자 문화센터에서 강연을 했습니다. 분당 서현역에 전철을 타고 갔고요. 30분 일찍 도착하여 책을 읽습니다.

잠깐 시간이 나면 저는 백화점 여성패션 코너를 찾아갑니다. 책 읽기 한 자리가 있거든요. 남들은 커피집에 갈 때, 저는 백화점의 빈 쇼파를 찾아갑니다. 짠돌이 독서광이 사는 법. 

부인이 쇼핑하는 동안, 남편더러 방해하지 말고 여기 앉아 편안하게 기다리라는 배려겠지요. ^^

백화점 문화 센터 강의 중에도 재미난 게 많더군요. 노후에는 이곳에서 취미 생활을 해도 좋을 것 같아요.

주말 오전 강의가 끝나고, 이제는 오후 여행을 떠납니다. 서현역 AK플라자 근처에는 제가 좋아하는 분당 중앙공원이 있어요. 반려견 놀이터가 새로 생겼네요. 동물을 좋아하는 민지가 반길 공간입니다.

분당 중앙공원, 일산 호수공원. 제가 좋아하는 공원들은 1기 신도시에 있어요. 계획적으로 조성한 공원이라 부지가 넓어요. 오래된 공원이라 수목이 우거지고 자연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한 시간 걷기에 딱 좋습니다.

중앙공원 연못 옆 정자입니다. 물가에 지어진 정자에 앉아 책도 읽고, 쉬었다 갑니다. 

연못에는 오리가 살아요. 주인과 함께 산책나온 강아지가 오리를 보고 짖습니다.

오리는 겁먹지 않습니다. 마치 강아지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아요.

"너와 난 노는 물이 달라." 

노는 물이 다르면 건드릴 수 없어요. 삶에 괴로움이 닥치면, 노는 물을 바꿉니다. 아버지를 피해 서울로 상경하거나, 직장 상사를 피해 대학원으로 달아났는데요. 그게 제 삶의 새로운 전환점이되었어요.

짖어대는 개에게 오리가 그러겠죠.

"자신 있으면 물속으로 들어오던가? 넌 여기 오면 죽어."

어떤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게 진짜 실력입니다.

개가 오리를 보고 짖도록 놔두는 것이 주인의 배려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파트에서 짖어대면 주민들이 싫어하지요. 공원에 온 김에 오리를 보고 실컷 짖도록 놔두는 겁니다. 가끔 개도 야성으로 돌아가야지요. 

분당 중앙 공원 안에 수내동 가옥이 있습니다. 오후 3시에 문화해설사 선생님이 설명을 해주십니다. 50년 전 우리의 주거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요. 

아이가 엄마에게 고시랑 고시랑 묻습니다. 

"여긴 뭐야?"
"사랑방이야."
"여긴 무슨 방이야?"
"행랑채야."
"여긴 뭐하는 곳이야?"

아이가 엄마에게 잘 묻는 걸 보니 평소 엄마가 대답을 잘해주나봅니다. ^^

마루에는 맷돌이 있고, 맷돌에는 나무로 잡고 돌리는 손잡이가 있어요. 저 손잡이의 이름이 바로 '어처구니'래요. 맷돌을 가져오라고 심부름을 시켰는데, 손잡이를 빼먹고 무거운 돌만 들고 오면 아무 소용이 없지요. 그때 생긴 말이,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경우가 다 있나!' ^^

예전에 실제로 사람이 살던 가옥입니다. 부엌에는 물독이 있어요. 우물에서 물을 길어와 저 독을 채우지요. 100년 전에는 수도가 없었어요. 가스 렌지 대신 불 때는 아궁이가 있고요. 밥하는 과정만 생각해도 예전에는 노동량이 엄청났어요.

겨울이 오기 전에 땅을 파고 김장 김치를 장독에 넣어 묻던 기억이 납니다. 요즘은 김치 냉장고가 있어 그런 수고도 사라졌지요. 세상은 확실히 좋아졌어요.

이 좋은 세상, 여행 다니듯 유유히 즐기며 살다 가고 싶습니다. 

어디를 가든, 어디에서 부르든, 그곳이 여행지가 되는 삶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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