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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국내여행

영도 카페 투어

by 김민식pd 2019. 11. 5.

바닷가 산책을 좋아해서 부산 갈맷길을 자주 걷는데요. 오늘은 좀 독특한 여행을 즐깁니다. 영도 카페 투어!

그 첫번째 목적지인 젬스톤을 찾아갑니다.

전혀 카페가 있을 것 같지 않은 동네입니다.

외관을 보면 더더욱 미심쩍지요. 여기가 핫플레이스 맞나?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입이 딱 벌어집니다.

원래는 맨션 1층에 있는 수영장이었어요. 그런데 손님이 없어 문을 닫습니다. 14년간 버려진 공간이었어요. 그러다 카페로 새단장을 했어요.

영도 뒷골목을 걷다 허름한 건물 문을 열고 들어왔는데, 동남아 리조트에 온 기분입니다. 무슨 다이애건 앨리인가요? 어지간한 호텔 리조트보다 만족도가 더 높습니다.


동남아까지 가지 않아도 비슷한 분위기를 냅니다. 여기서도 독서 휴가를 즐길 수 있어요.

2층 북카페에는 읽을 책도 많아요. 

2층 대기실, 수영 강습하는 아이들을 엄마가 기다리는 공간이었겠지요. 이제는 책읽는 멋진 공간이 되었어요. 

오픈 시간에 오니, 사람이 없어요. 저는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데요. 멋진 공간에 가면 어디를 찍든 다 그림이 됩니다. 손님이 있다면 앵글 고민이 클 테지만, 지금 이곳은 저의 전용 스튜디오입니다. 이래서 아침 일찍 다니는 걸 좋아해요.


수영장 물을 빼니 바닥이 드러났어요. 물을 비우니 오히려 새로운 풍광이 보입니다. 욕심을 비우면 진면목이 드러날까요?

평생 살아온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변화를 꾀하는 삶, 그게 인생 2막이기를 바랍니다.

낡은 맨션의 수영장 입구를 다시 떠올려봅니다. 노후에 외양은 초라해도 하루하루 삶은 늘 새롭기를!

이제 나와서 걸음을 옮깁니다. <젬스톤> 바로 옆에 대한불교 진각종 복전심인당과 봉래성당이 나란히 이웃하고 있어요. 종교 화합의 정신을 몸으로 보여주는 두 건물~

<젬스톤>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영도 봉래 시장이 있습니다.

625전쟁이 끝난 직후, 부산에 피란민들이 내려와 삶의 터전을 일궜지요. 시장 한 구석에서 부산 어묵이 태어났고요.

영도에 가면 뭘 먹을까? 다이닝코드에서 영도 맛집을 검색했더니 1위가 삼진어묵이었어요.

어묵을 골라서 계산합니다. 저는 가성비 높은 어묵만 골랐어요. ^^

오전 11시 30분, 맞은 편에 있는 고객 쉼터에서 먹습니다.

맛살핫바 1000원
삼각당면 800원
떡말이 800원
총 2600원, 이게 오늘 저의 점심입니다. 짠돌이 배낭족~^^

어려서 부산 어묵이 간식거리였어요. 학교 앞에서 팔았지요. 돈이 없어 사먹지는 못하고, 집에서 할머니가 오뎅국을 끓이면 젓가락에 납작 오뎅을 꼬불이처럼 끼워 먹었어요. 사 먹는 기분을 내려고요. 그런데 학교 앞에서 파는 그 맛은 아니더라고요. ^^

삼진어묵을 나와 라발스 호텔로 갑니다. 걸어서 5분 거리입니다. 중간에 동해안국토종주 자전거길 표지판이 있어요. 영도에도 자전거길이 있군요. 언젠가는, 꼭 다시 달리고 싶어요.

이곳은 라발스 호텔 꼭대기 라운지인 맥심 드 파리라는 카페입니다.

저 아래 영도 대교와 바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져요.

커피를 즐기지는 않지만, 여기서는 한 잔 마십니다. 어려서는 이런 관광 명소에 가면 구경만 하고 슬쩍 나왔는데요. 요즘은 느긋하게 손님 행세를 합니다. 

오전 12시 정각, 이제 미션 완료하고 도서관으로 가야할 시간입니다. 오늘은 강연이 있어 바삐 걸음을 옮기지만, 언젠가는 이곳에서 바다를 보며 조용히 책을 읽고 싶어요. 이번엔 사전 답사 온 겁니다.

여행을 떠날 때, 설레임을 안고 떠나야해요.


지난 9월, 경향신문을 읽다 기사를 봤어요.

 

영도다리부터 봉래산까지··· 항구도시 부산의 진면목 보여주는 영도 카페투어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909251732001


젬스톤은 손님이 없어 문을 닫은 뒤 14년 동안 방치됐던 실내수영장을 개조한 카페다. 파란색 타일이 깔린 큼지막한 수영장 바닥에 그대로 탁자와 의자를 깔았다. 수영장 가장자리에 놓인 선베드와 1·2·3 번호가 적힌 다이빙대도 커피 마시는 테이블과 의자로 변했다. 벽에는 ‘수영장규격표지판’이 그대로 붙어 있다.

옛 모습을 최대한 살린 건 공간에 담긴 주민들의 추억을 배려해서다. 카페 한쪽에 옛날 신문으로 벽을 도배하고 <영웅본색> 포스터, 타블로이드 잡지 ‘주간부산’ 등으로 장식한 공간도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카페 2층엔 건축, 인테리어, 오디오 등 각종 분야 잡지와 사진집, 화집 등이 벽을 꽉 채운 서가가 있어 한 장씩 들춰보다 보면 시간이 금세 간다. 카페엔 1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행사장이 있고 청년영화제나 아트북페어 같은 문화행사 정보도 얻을 수 있어 복합문화공간이라 할 만하다.

14년간 버려진 공간이 카페로 태어났다는 이야기에 마구 설렜어요. 가보고 싶었어요. 인생 2막이 이랬으면 좋겠어요. 7년 간, 회사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며, 드라마 피디로서 경력이 끝났다고 생각했어요. 피디가 아니라면, 다른 길은 없을까? 퇴직 후 전업 작가가 되고 싶어 매일 블로그에 글을 쓰고 책을 읽습니다. 인생, 뜻대로 풀리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살아볼만 하다고 생각해요. 

인생 2막에서 숨은 보석 (젬스톤)을 찾아낼 수 있기를...

오늘도 여러분의 인생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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