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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국내여행

수덕사 + 충남도서관 여행

by 김민식pd 2019. 10. 31.

홍성에 있는 충남도서관에서 강연 요청이 왔어요. 지방에서 강연 요청이 오면,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 계획을 짭니다. 일하러 가는 게 아니라 놀러가듯. 네이버 지도를 살피고, 인근 추천 여행지를 검색해봐요. 충남도서관 근처에 우리 나라 5대 사찰 중 하나인 수덕사가 있군요.

수덕사는 백제 시대 사찰로 유명합니다. 수덕사는 높은 산 속에 있어 여러차례 전란을 겪고도 버텼어요. 높은 산 오르느라 선조님들은 고생했지만, 그 덕에 후손들은 건축유산을 얻었어요. 

수덕사는 백제 시대 창건된 사찰로 천년 사찰이라 하는데 남아있는 건물 중 가장 오래 된 것은 고려 시대에 지어진 대웅전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인데요. 1308년에 지어졌다는 기록이 있어요.

수덕사 경내에 있는 삼층석탑은 고려 초에 세워졌대요. 오랜 세월의 무게를 견딘 모습에 경건해집니다. 

수덕여관입니다. 경내 박물관에 이응로 화백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어요. 동양화와 서양화 양쪽에 통달한 드문 예술가라는 이야기에 사연이 궁금했는데요. 이응로 화백이 동백림 사건 후 머물던 곳이 수덕여관이라는 문화해설사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동백림 사건'을 검색해봤어요 

'1967년 중앙정보부 요원들에 의해 동백림 간첩단 사건이 조작되었고, 이응로 화백은 한국 전쟁 때 헤어진 아들을 만나기 위해 동독의 동베를린에 갔다가 고국에 납치돼 감옥생활을 하게 된다. 감옥에서도 그의 예술혼은 시들지 않았다. 그는 감옥안에서도 나무 도시락을 이용해 작품을 만들었다. 나무 도시락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떼어내고 베니어 합판 위에 먹다 남은 밥풀로 붙이고, 덕지덕지 붙은 나무조각들 위로 배식용 고추장과 간장을 발라 색깔을 입혀 도시락 콜라주 작품을 만들었다. 1969년 3월 석방 후 예산 수덕여관에서 요양하다가 프랑스로 돌아갔다.'


(출처: 위키백과)

전란 때 헤어진 아들을 만나러 간 아버지를 납치해서 간첩으로 조작한 시대라니, 정말 너무 비극적이군요. 수덕여관은 산 속 깊이 자리잡고 있어 그런가 다들 세상을 멀리할 때 오고싶은 곳인가 봐요. 작가 최인호의 소설 <길 없는 길>도 수덕사에서 시작합니다.수덕사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이름이 '일 없는 일'과 '길 없는 길'인데요. 속세를 잠시 벗어나고 싶다면 이곳에서 쉬었다 가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제 충남도서관으로 갑니다.

도착해서 도서관을 둘러보다 눈이 휘둥그레 해졌어요.

세상에! 우리 나라에 이런 도서관이 있었나요?! 작년(2018년 4월 25일)에 개관한 곳인데요. 이제껏 다니며 본 도서관 중 가장 멋지고 화려한 곳이에요. 이런 곳에서 책을 읽으면 신선이 되어 날아갈듯!

도서관을 둘러보는 게 마치 여행하는 것 같아요. 건축 디자인부터 남다르고요. 수험생 열람실로만 빼곡하게 채운 닭장같은 공간과는 사뭇 다르네요.  

이런 멋진 공간에서 저자 강연을 하게 되다니, 책을 쓴 보람을 느낍니다.

충남도서관에서 놀랐던 점 또 하나! 도서관 관내에 아이들을 위한 물놀이장과 4계절 모래놀이터가 있어요. 아이들은 도서관 뜰에서 놀고요. 실내 열람실에 책을 들고 앉아 창밖으로 보이는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처음 이 공간을 만들었을 때, 도서관 이용자의 항의도 많았답니다. "아이들 시끄럽게 노는 소리가 방해되니 저 공간을 없애라"고요.

앞으로 도서관은 수험생이 시험 공부하는 공간에서 모든 세대의 이용자가 어울리는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서관이 너무 조용한 곳일 필요는 없어요. 시험 공부도 좋고, 취업 준비도 좋지만, 어린 아이들이 와서 마음껏 뛰어노는 장소여야 해요. 중고생들이 학교 끝나고 학원 가기 전에 피씨방이나 코인노래방 대신 친구들과 몰려와서 속닥속닥 놀다 가는 곳이어야 해요. 책으로 둘러 쌓인 공간에서 수다도 떨고 편하게 눕기도 하고요. 음악이 흘러나오고, 사람들이 수다를 떠는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어요. 도서관이 너무 정숙만 추구하면 젊은 사람들이 공간을 어려워하고 멀리할 수 있어요. 모든 이들에게 더 친근한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아이도, 소리도, 품어야 합니다. 

제일 마음에 들었던 공간입니다. 너른 열람실에 캠핑용 쿠션과 베개가 있어요. 누워서 책을 읽거나 휴대폰을 보는 이도 많았어요. 이런 자유로운 분위기가, 아이들을 도서관으로 불러모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용자들이 다양한 포즈로 누워 있는데, 다른 분들의 모습을 찍을 수 없으니 제 다리를 찍습니다. 도서관에서 이런 자세를 취할 수 있다니, 충남도서관 정말 대박입니다!

도서관 강연 왔다가 충만한 여행까지 즐기다 갑니다. 인근 덕산 스파 캐슬이나 예산 수덕사에 놀러오신다면 충남도서관도 꼭 한번 찾아보세요. 아이들과 잠시 쉬어가며 책과 친해질 수 있는 멋진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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