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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국내여행

무의도 바닷길 여행

by 김민식pd 2019. 10. 8.

신문을 보다, 눈에 띄는 여행지가 있으면 휴대폰에 메모 해둡니다. '무의대교 개통'이라는 뉴스를 봤어요. 예전에 무의도 누릿길에 간 적이 있는데, 그때는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갔어요. 이제 다리가 놓여 섬까지 차로 들어간답니다. 

아침 일찍 전철을 타고 인천공항으로 갑니다. 아침 7시에 나왔어요. 놀 때도 아침 일찍부터 부지런하게 움직입니다. 평소 생활 루틴을 깨지 않아요.  

인천공항입니다. 당분간 해외여행은 못 갑니다. 2012년 파업으로 업무방해 형사 고발이 들어왔어요. 1심, 2심, 모두 무죄가 났는데, 최종심은 아직도 대법원에서 계류중입니다. 여권이 나오지 않아 실질적인 출국 금지 상태지요. 여권 없는 여행광이라니 아이러니입니다. 괜찮아요. 나는 국내 여행의 달인이니까요. 

인천공항에 새로 생긴 용유자기부상철도입니다.

'무료!'라는 글씨가 크게 반깁니다. 음하하하! 세상에 공짜가 이렇게 많다니!

상당히 쾌적해요. 시설도 깨끗하고.

자동운전이라 운전석에서 풍광을 보면서 가는데요. 갑자기 창밖으로 짙은 안개가 깔립니다.

'응?'하고 다시 보니

사생활 보호용 자동 창문 흐림 장치래요. 주거단지를 통과할 때 일시적으로 흐려지네요.

이야, 세상이 정말 좋아졌네요. 


자기부상철도 용유역에서 내려서 길을 건너 버스정류장으로 갑니다. 여기서 무의도로 들어가는 버스를 탑니다. 


'무의1번 2분 후 도착'이라고 뜨네요. 옆에 있던 등산객이 "맨날 2분이래."라고 웃습니다. 그런데 진짜로 2분 후 도착하는군요. 원래 30분 간격 배차라는데, 앗싸, 운이 좋아요. 

버스는 올 봄 새로 개통한 무의대교 위를 달립니다.

무의도 광명항에 오전 10시에 도착합니다. 이곳이 무의도 바닷길 여행의 시점입니다. 집에서 나와 3시간만에 도착했군요. 전철타고 버스타고 올 수 있는 바닷길이라니 정말 멋집니다.   

소무의 인도교, '소무의도 누릿길' 1코스입니다.

인도교를 건너면 지도가 나오는데요, 이때 지도에 나온 코스 번호 순서대로 가야 편합니다. '2구간 마주보는 길'을 걷습니다. 건너편 대무의도와 마주보고 걷는 코스입니다.

회사에서 힘든 시절을 보낼 때, 'PD 연합회 글쓰기 캠프'에 온 적이 있어요. 당시 저는 퇴직 후 작가의 꿈을 꾸고 있었어요. 꿈이 있을 때 먼저 하는 건 공부입니다. 글쓰기 캠프가 영종도 리조트에서 열렸고요. 근처 바닷길 산책이나 할까? 해서 찾아낸 곳이 소무의도 누리길이었어요.

2015년 배를 타고 들어오면서 다리를 짓는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언젠가 다리가 개통하면 또 와야지 했어요. 마음 먹으면 일단 실행에 옮기는 삶, 이것이 낙이지요.

멀리서보니 바닷가에 조약돌인가 싶어요.

가까이서 보니 하얀 조개껍질이 쌓여있네요.

<섬이야기 박물관>입니다. 예전에 와서 본 모습, 그대로네요.

2층에는 제가 좋아하는 공간이 있어요. 창 너머 바다가 보이는 휴게실. 이곳에 앉아 책을 펼쳐듭니다. 걷다가 지치면 언제든 책을 읽으며 쉽니다.

<그해, 여름 손님> 바닷가 휴양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을 해변 마을에서 읽습니다. 

2019/09/23 - [공짜 PD 스쿨/짠돌이 독서 일기] - 간만에 연애소설

 

바닷길을 따라 계속 걷습니다. 제주도 올레길 미니 버전 같아요.


섬의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에 인도교가 보입니다.

'아, 내가 건너온 다리가 저렇게 생겼구나'싶어요. 길을 걷는 동안에는 모릅니다. 끝에 가야 보입니다. 인생도 그래요. 사는 동안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날이 많아요. '나는 피디인데 왜 글쓰기 캠프에 온 거지?' '남들은 촬영하느라 바쁜데 왜 나는 바닷길을 걷고 있는 거지?' 그런 날들이 쌓여서 여행에 대한 책을 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11시가 넘어 이제 시장합니다. 혼자 바닷길을 걸을 때, 가장 난감한 점이 점심 메뉴에요. 바닷가에는 횟집만 줄지어있습니다. 커플 데이트 온 손님들을 받는 곳이지요. 회덮밥이나 물회 같은 1인메뉴를 파는 식당이 안 보이네요.

나가서 편의점 컵라면으로 점심을 때워야 하나? 하던 차에 눈에 띈 곳이 있어요.

뗌리국수, 잔치국수 3900원, 비빔국수 5천원. 저같은 짠돌이 도보 여행자를 위한 최고의 메뉴로군요! 맛있게 먹고 다시 걷습니다.


소무의도 누리길, 걷기만하면 1시간 정도 소요되고요. 먹고 쉬고 오면 2시간 예상하시면 됩니다. 나오니 12시네요. 이제 버스를 타고 하나개 해수욕장으로 갑니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노인들 단체 산행팀이 옵니다. 버스가 언제 오나 설왕설래를 하는데요. 한 명이 "버스 배차간격이 3, 4시간이네." 라고 합니다. 그러자 친구가 "기다리다 까무라치겠네"합니다. 또 한 명이 "왜 그리 길어?" 하니까 "시골 버스가 다 그렇지 뭐."합니다.

남자 노인들은 귀가 잘 안 들려요. 그래서 다들 목소리가 크지요. 동시에 큰소리로 떠드는데 정작 들어주는 사람은 없어요. 이럴 때 누군가 센 소식을 말합니다. 그러면 그 사람에게 이목이 집중됩니다. "버스 간격이 3시간이야."라고 하면 모두가 "뭐라고?'하거든요. 이때 조용히 "여기 버스는 30분마다 옵니다."하고 소심하게 말하는 목소리는 묵살됩니다. '젊은 사람이 어디 어른들 말씀하시는데 함부로 끼어들어?'하고 눈총사기 쉬우니까요.  

버스는 10분 뒤에 왔어요. 배차 간격이 4시간이라고 했던 양반은 "내가 잘못 알았나보네."라고 정정하지 않아요. "아이고, 우리가 운 좋게 시간을 딱 맞췄네."하고 탑니다. 누구도 잘못된 정보에 대해 사과하지 않아요. 그냥 그 순간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으면 된 거죠. 이래서 가짜 뉴스가 퍼지는 건가? 조금 씁쓸해집니다. 

'하나개 해수욕장'입니다. 저는 철지난 해수욕장의 모래사장을 걷는 걸 좋아합니다. 겨울 바다도 좋아하고요. 한때 화려했던 추억를 품고 서서히 쇠락해가는 풍광을 볼 때마다 '이런 게 인생인가?' 합니다. 

무의도 해상관광탐방로라고 있군요. '바다 위를 걷는 해상탐방로' 


제가 좋아하는 바다 위 데크길입니다! 바다위를 걸으며 해안가 절벽 등의 경치를 즐길 수 있어요. 


길의 끝에서 사진 한 장을 찍습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에요. 

용유역에 도착하니 오후 2시 20분. 총 여행 소요 시간은 5시간이네요. 집에가면 오후 5시, 딱 좋네요. 

오늘 걸으면서 언젠가 쓸 여행책의 제목이 나왔어요. 
<짠돌이 무전 여행> 
퇴직한 후, 전철과 버스로 다니는 당일치기 여행 코스를 찾아볼까 합니다. 그걸로 블로그에 연재를 하고 책을 내어도 좋을 것 같아요. 

2015/07/18 - [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국내여행] - 소무의도 누리길 여행

돈 안 들이고 떠날 수 있는 여행지가 많아, 행복한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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