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에 있는 충남도서관에서 강연 요청이 왔어요. 지방에서 강연 요청이 오면,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 계획을 짭니다. 일하러 가는 게 아니라 놀러가듯. 네이버 지도를 살피고, 인근 추천 여행지를 검색해봐요. 충남도서관 근처에 우리 나라 5대 사찰 중 하나인 수덕사가 있군요.

수덕사는 백제 시대 사찰로 유명합니다. 수덕사는 높은 산 속에 있어 여러차례 전란을 겪고도 버텼어요. 높은 산 오르느라 선조님들은 고생했지만, 그 덕에 후손들은 건축유산을 얻었어요. 

수덕사는 백제 시대 창건된 사찰로 천년 사찰이라 하는데 남아있는 건물 중 가장 오래 된 것은 고려 시대에 지어진 대웅전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인데요. 1308년에 지어졌다는 기록이 있어요.

수덕사 경내에 있는 삼층석탑은 고려 초에 세워졌대요. 오랜 세월의 무게를 견딘 모습에 경건해집니다. 

수덕여관입니다. 경내 박물관에 이응로 화백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어요. 동양화와 서양화 양쪽에 통달한 드문 예술가라는 이야기에 사연이 궁금했는데요. 이응로 화백이 동백림 사건 후 머물던 곳이 수덕여관이라는 문화해설사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동백림 사건'을 검색해봤어요 

'1967년 중앙정보부 요원들에 의해 동백림 간첩단 사건이 조작되었고, 이응로 화백은 한국 전쟁 때 헤어진 아들을 만나기 위해 동독의 동베를린에 갔다가 고국에 납치돼 감옥생활을 하게 된다. 감옥에서도 그의 예술혼은 시들지 않았다. 그는 감옥안에서도 나무 도시락을 이용해 작품을 만들었다. 나무 도시락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떼어내고 베니어 합판 위에 먹다 남은 밥풀로 붙이고, 덕지덕지 붙은 나무조각들 위로 배식용 고추장과 간장을 발라 색깔을 입혀 도시락 콜라주 작품을 만들었다. 1969년 3월 석방 후 예산 수덕여관에서 요양하다가 프랑스로 돌아갔다.'


(출처: 위키백과)

전란 때 헤어진 아들을 만나러 간 아버지를 납치해서 간첩으로 조작한 시대라니, 정말 너무 비극적이군요. 수덕여관은 산 속 깊이 자리잡고 있어 그런가 다들 세상을 멀리할 때 오고싶은 곳인가 봐요. 작가 최인호의 소설 <길 없는 길>도 수덕사에서 시작합니다.수덕사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이름이 '일 없는 일'과 '길 없는 길'인데요. 속세를 잠시 벗어나고 싶다면 이곳에서 쉬었다 가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제 충남도서관으로 갑니다.

도착해서 도서관을 둘러보다 눈이 휘둥그레 해졌어요.

세상에! 우리 나라에 이런 도서관이 있었나요?! 작년(2018년 4월 25일)에 개관한 곳인데요. 이제껏 다니며 본 도서관 중 가장 멋지고 화려한 곳이에요. 이런 곳에서 책을 읽으면 신선이 되어 날아갈듯!

도서관을 둘러보는 게 마치 여행하는 것 같아요. 건축 디자인부터 남다르고요. 수험생 열람실로만 빼곡하게 채운 닭장같은 공간과는 사뭇 다르네요.  

이런 멋진 공간에서 저자 강연을 하게 되다니, 책을 쓴 보람을 느낍니다.

충남도서관에서 놀랐던 점 또 하나! 도서관 관내에 아이들을 위한 물놀이장과 4계절 모래놀이터가 있어요. 아이들은 도서관 뜰에서 놀고요. 실내 열람실에 책을 들고 앉아 창밖으로 보이는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처음 이 공간을 만들었을 때, 도서관 이용자의 항의도 많았답니다. "아이들 시끄럽게 노는 소리가 방해되니 저 공간을 없애라"고요.

앞으로 도서관은 수험생이 시험 공부하는 공간에서 모든 세대의 이용자가 어울리는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서관이 너무 조용한 곳일 필요는 없어요. 시험 공부도 좋고, 취업 준비도 좋지만, 어린 아이들이 와서 마음껏 뛰어노는 장소여야 해요. 중고생들이 학교 끝나고 학원 가기 전에 피씨방이나 코인노래방 대신 친구들과 몰려와서 속닥속닥 놀다 가는 곳이어야 해요. 책으로 둘러 쌓인 공간에서 수다도 떨고 편하게 눕기도 하고요. 음악이 흘러나오고, 사람들이 수다를 떠는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어요. 도서관이 너무 정숙만 추구하면 젊은 사람들이 공간을 어려워하고 멀리할 수 있어요. 모든 이들에게 더 친근한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아이도, 소리도, 품어야 합니다. 

제일 마음에 들었던 공간입니다. 너른 열람실에 캠핑용 쿠션과 베개가 있어요. 누워서 책을 읽거나 휴대폰을 보는 이도 많았어요. 이런 자유로운 분위기가, 아이들을 도서관으로 불러모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용자들이 다양한 포즈로 누워 있는데, 다른 분들의 모습을 찍을 수 없으니 제 다리를 찍습니다. 도서관에서 이런 자세를 취할 수 있다니, 충남도서관 정말 대박입니다!

도서관 강연 왔다가 충만한 여행까지 즐기다 갑니다. 인근 덕산 스파 캐슬이나 예산 수덕사에 놀러오신다면 충남도서관도 꼭 한번 찾아보세요. 아이들과 잠시 쉬어가며 책과 친해질 수 있는 멋진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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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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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보리랑 2019.10.31 08: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캬~ 도서관에 어린애 있는 부모들을 위한 넓적한 공간이라니, 널부러져도 수군수군 재잘대도 좋은 도서관이라니, 카공족도 있으니 도서관이 꼭 조용해야만 할 이유도 없네요.

  3. 엔시아 2019.10.31 08: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 정말 도서관 좋네요~~ 꼭 가보고싶어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4. 오달자 2019.10.31 08: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
    충남 도서관!
    대박입니다!
    아이들 어릴때 덕산 스파만 다녀왔었는데요....
    이런 멋진 도서관이!
    진짜 멋집니다.
    꼭 한번 가보고 싶은 충남도서관이네요.

    강연 겸 여행~~
    피디님은 이미 꿈을 이루신건가요~ ㅎㅎ

    매일매일의 일상을 여행처럼다니시는 피디님의 삶!
    응원합니다.
    오늘 하루도 생애 최고의 날 되시길~~

  5. 바른생활눈사람 2019.10.31 08: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희 선산이 있는 홍성에 다녀오셨네요. 항상 선산만 다녀왔지 홍성관광은 거의 못했는데 좋은 정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은 '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를 읽고 있습니다. 책을 읽다보니 저랑 비슷한 부분이 많으셔서 반갑습니다^^ . 저는 68년생입니다. 대학도 PD님과 비슷한 시기에 다녔고(다른대학이지만), 유럽배낭여행도 혼자 1992년 갔었습니다. 그리고 어려서 작가가 되고 싶었는데 부모님께서 의사가 먼저되어서 글도 쓰라고하셔서 지금은 의사로 살고 있습니다. 앞으로 글도 다시 쓰고싶습니다. PD님은 자신의 길을 일찍 찾으셌지만 저는이제
    조금씩 하려고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언제 PD님 식사라도 같이하면서 이야기 하고싶습니다. 좋은 책 만들어 주셔서 잘 읽겠습니다^^ lasikpia@empas.com

  6. 나겸맘 리하 2019.10.31 08: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수덕사와 충남도서관. 환상의 커플같은데요^^ 꼭 가봐야겠습니다!!!
    요즘 짓는 도서관은 자연친화적이면서도 어른 아이의 휴식공간 설계를 필수로 하나 봅니다.
    올려주신 충남도서관 내부를 보니까요... 광교푸른숲도서관이랑 비슷해 보여요.
    거기도 산책로와 실내 공간 설계가 아이들이 놀 수 있게 잘 되어 있거든요.^^
    천장까지 꽉 짜인 책장에서 파주 '지혜의 숲'의 모습도 보이고요.
    도서관 좋아하시는 피디님. 마포중앙도서관 가보셨을까요?!
    서울자치구 최대 규모인데 지하에 식당도 있고
    하루종일 책읽으며 시간보내기 좋았습니다~

  7. GOODPOST 2019.10.31 09: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전과 현대의 만남.
    예천 수덕사와 충남도서관 조합!

    세상이 바뀌어도 옛날의 멋스러움과
    현대의 바뀐 도서관 문화에서 시대의 흐름을 읽습니다.

    소개해주신 장소는 과거와 미래를 생각하는 즐거운 여행이 될듯합니다. 감사합니다.

  8. 아프리칸바이올렛 2019.10.31 09: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도서관의 진화 보기좋네요
    수덕사와 덕산 스파 그리고 충남도서관에서
    책도 보며 당일코스가 아니라
    1박 2일 2박 3일로 다녀오고 싶어집니다
    덕분에 좋은 여행 코스 얻습니다

  9. 안젤라입니다 2019.10.31 11: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맞아요 맞아요! 도서관이 조용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미국에서 놀란점은 도서관 주변 학교 끝날 무렵부터 아이들을 위해 도서관 자체에서 한 층의 테이블을 다 아이들 사용하라고 어른들은 못 앉게되어있고, 아이들은 우르르 몰려와서 대화하며 숙제도 하고 그러더라구요.
    도서관에서 친구들과 노는거죠. 좋지않은 시선으로 보기엔 너무 좋아보였어요.

  10. 봉공_ 2019.10.31 11: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 도서관 진짜 멋있어요!
    저런 곳에 하루종일 놔두면 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ㅎㅎㅎ
    구독도 꾹 누르고 갑니다~
    자주 소통하고 지내고싶어요^_^

  11. 아빠관장님 2019.10.31 11: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충남 도서관! 정말 대박이네요!

  12. 자부다 2019.10.31 14: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시 부지런한 피디님 여행과 강연을 동시에^^즐기는 인생 따라해 보려구요. 일의 노예처럼 말고 유희하는 사람으로 사는 방법을 보여 주시네요. 경상도에 살아서 충청도나 이런데 가기 어려운데 올 겨울 수능 마치는 큰 아이와 가족여행지로 미리 점 찍어 둬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3. 김주이 2019.10.31 14: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
    충남도서관 정말 멋집니다.
    그리고 아이도 소리도 품어서 모두에게 도서관이 친근한 공간이었으면 한다는 PD님의 생각도 멋지십니다.^^

    아이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저런 좋은 공간들이 많이 생겨났으면 합니다.
    좋은 곳 소개 감사드립니다.

  14. namhoiryong 2019.10.31 15: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충남도서관 분위기 정말 좋네요.
    서가도 아늑하고 예뻐요.
    저도 수험공부 하면서 소음에 민감했던 사람이지만 앞으로 도서관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피디님 생각에 동의해요.
    책을 혼자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책을 매개로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고 자신을 표현하는
    경험, 그럼 경험이 일상에서 계속 된다면, 그보다 나은 독서교육이 있을까요?

    춘천에 데미안 서점도 추천 드려봅니다. 맘에 드실 거 같아서요~^^

  15. 농돌이 2019.10.31 18: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우 저희 동네 다녀가셨네요
    수덕사도 단풍들면 아름답습니다

  16. 김밥과 팥빙수 2019.11.01 13: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작가님 글읽으면 마음이편해져서 좋아요 애들 교육 신경쓰면 마음도 조급해지고 불안한데 작가님 글보면 이 좋은세상 즐겁게 사는게 좋은거지라는 생각이 드네요...

    충남도서관 너무 좋네요 아이들과 여행차 가봐야겠어요 ^^

  17. 김나영 2019.11.01 20: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뉴스에서 충남도서관 소식을 들었는데 다녀오셨네요. 뉴스보다 더 생생하게 도서관의 모습이 전해졌습니다. 저는 종종 혼밥할 때 pd님 블로그에서 글을 읽으며 힐링하는 1인인데 덕분에 오늘도 몸도 마음도 풍족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18. 황희진 2019.11.03 05: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아이들과 스플라스 리솜.어제 왔는데~오늘 수덕사 가보렸는데~~ 충남도서관^^!! 너무 좋습니다~가봐야겠네오ㅡ

  19. 2019.11.10 17: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 고향이 홍성인데 이 글 보고 깜짝놀라고 기뻐서 남편한테 자랑했습니다 ㅋㅋ PD님께서 홍성에 방문해주셨다고요~^^ 대학생때부터는 서울에 있어서 새로운 도서관이 생겼는지는 PD님 통해서 알게 되었네요~^^

  20. 우물이 2019.11.13 17: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 친정동네에요
    친정은 면,리로 더 들어가야지만요..
    다음에 친정가는길에 들러봐야겠어요

  21. 제니스라이프 2019.11.24 11: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댁이 홍성이라 이 도서관에 갔더니 피디님 강연 포스터가 붙어있는 걸 보았어요.

    왠지. 잠시나마 연결되었던 느낌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