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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국내여행

중랑천 자전거 여행

by 김민식pd 2019. 9. 19.

8월 31일 토요일, 쌍문동 청소년 문화의 집에서 진로 특강을 했어요. 

주말 강연 요청이 오면 저는 네이버 지도에서 검색을 먼저 합니다. 지도 주변 화면을 늘려서 보며 근처에 여행을 즐길 곳이 있는지 찾아봅니다. 주말에도 일만 하면 억울합니다. 일을 놀이로 연결시킬 방법을 찾아봐요. 

지도를 보니 강연장은 도봉구에 있는데요. 도봉구는 면적 절반이 산입니다. 북한산과 도봉산이 있고, 서울둘레길과 북한산 둘레길의 시작점이 있지요. 오랜만에 북한산 둘레길을 걷고 싶습니다. 강연장에서 우이동 계곡까지 걸어서 1시간, 북한산 둘레길 1코스를 걷는데 2시간, 총 3시간의 걷기 여행을 즐길 수 있어요. 그런데 아침에 나서기 직전 아내가 불러요.

"오늘 저녁에는 내가 일이 있으니까, 당신이 애들 밥 차려줘."

낭패입니다. 갑자기 계획이 틀어져요. 북한산 둘레길은 포기해야겠네요.  

이럴 때, 그냥 집으로 오면 안 됩니다. 뭐라도 해야해요. 다시 네이버지도를 검색해봅니다. 뭐라도 걸려라,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지도를 보니 중랑천이 보입니다. 중랑천에는 한강까지 이어지는 자전거 전용 도로가 있어요. 주말 강연 퇴근길이 중랑천 자전거 여행으로 바뀝니다.

다만 문제는 자전거를 타고 강연장에 갈 수 없다는 거죠. 땀에 절은 모습으로 강연을 할 수는 없잖아요? 가급적 최상의 컨디션으로 독자를 만나야합니다. 갈 때는 전철을 타고, 올 때는 자전거를 탑니다. 이럴 때 우리에겐 서울시 자전거 공유 서비스 '따릉이'가 있어요. 네이버 지도에 '도봉구 따릉이'를 검색하니 무수한 점이 뜹니다. 강연장 가까운 곳에서 '따릉이'를 빌려 먼저 방학천으로 갑니다. 실개천을 달린 후, 중랑천까지 달려요.

가을의 초입이라, 중랑천 자전거길 옆으로 들꽃이 흐드러졌어요. 여름에는 더워서 한동안 자전거를 타지 못했어요. 이렇게 일 나온 김에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귀가하니 좋네요. 

중랑천을 따라 달리다 한강을 만납니다. 오른쪽으로 가면 옥수역이나 잠수교 건너 고속터미널역이 나옵니다. 고속터미널역 따릉이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반납해도 되지만, 오늘은 주말이니 왼쪽으로 길을 꺾어 서울숲으로 향합니다.

서울숲에서 아기 노루에게 먹이를 주는 아이들을 보고, 꽃밭에서 인증샷 찍는 커플들을 봅니다. 가족 나들이나 데이트 나온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저도 주말 오후 여유를 함께 즐기는 기분입니다. 이제 서울숲 전철역 앞에서 따릉이를 반납합니다.  


방학천에서 서울숲까지 라이딩 시간은 1시간 45분입니다. 서울에서 자전거 여행이 목적이라면 따릉이 정기권을 구매할 때 2시간권을 선택하는 편이 좋습니다. 그래야 여유롭게 다닙니다. 1시간권은 출퇴근 때 전철역에서 회사까지 연결하는 단거리 이동으로 적합합니다.  

'쌍문동 청소년 문화의 집' 화장실에서 만난 글귀입니다.

'가정은 사람이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표시할 수 있는 장소이다'

청소년들에게 마음의 위안이 되는 글 아닐까요? 엄마 아빠는 자신을 보고 맨날 뭐라 그러지요. '넌 왜 그렇게 허구헌날 침대에 누워 게임만 하니?' 아이 입장에서는 억울합니다. 집은 내가 가장 편안한 자세로 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에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기 에 학교나 학원은 마음 편한 공간은 아니에요. 유일하게 쉴 수 있는 집에서 쉬는 걸 보고 뭐라고 하면 좀 억울하지요.  

민서와 다니다, 가끔 길에서 저를 알아보고 인사하는 분들을 만납니다. "작가님, 책 잘 읽었습니다!"하고 반가워하시는 분들을 볼 때마다 민서는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하루는 대놓고 물어보더군요. "사람들이 왜 아빠를 좋아할까?" 도통 이해가 안 가는 거지요. 집에서 매일 보는 아빠는 한심하기 짝이 없거든요.

"저 분은 아빠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아빠가 쓴 책을 좋아하는 거야."

가정이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표현하는 장소라면, 책은 가장 훌륭한 나의 모습을 모아놓는 곳입니다. 집에서 가족들에게 인정받는 사람이 되자고 결심하지만, 갈 길이 너무 멀군요. 

날이 선선해지고 있어요. 주말에 가까운 곳으로 가벼운 여행을 떠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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