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1일 토요일, 쌍문동 청소년 문화의 집에서 진로 특강을 했어요. 

주말 강연 요청이 오면 저는 네이버 지도에서 검색을 먼저 합니다. 지도 주변 화면을 늘려서 보며 근처에 여행을 즐길 곳이 있는지 찾아봅니다. 주말에도 일만 하면 억울합니다. 일을 놀이로 연결시킬 방법을 찾아봐요. 

지도를 보니 강연장은 도봉구에 있는데요. 도봉구는 면적 절반이 산입니다. 북한산과 도봉산이 있고, 서울둘레길과 북한산 둘레길의 시작점이 있지요. 오랜만에 북한산 둘레길을 걷고 싶습니다. 강연장에서 우이동 계곡까지 걸어서 1시간, 북한산 둘레길 1코스를 걷는데 2시간, 총 3시간의 걷기 여행을 즐길 수 있어요. 그런데 아침에 나서기 직전 아내가 불러요.

"오늘 저녁에는 내가 일이 있으니까, 당신이 애들 밥 차려줘."

낭패입니다. 갑자기 계획이 틀어져요. 북한산 둘레길은 포기해야겠네요.  

이럴 때, 그냥 집으로 오면 안 됩니다. 뭐라도 해야해요. 다시 네이버지도를 검색해봅니다. 뭐라도 걸려라,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지도를 보니 중랑천이 보입니다. 중랑천에는 한강까지 이어지는 자전거 전용 도로가 있어요. 주말 강연 퇴근길이 중랑천 자전거 여행으로 바뀝니다.

다만 문제는 자전거를 타고 강연장에 갈 수 없다는 거죠. 땀에 절은 모습으로 강연을 할 수는 없잖아요? 가급적 최상의 컨디션으로 독자를 만나야합니다. 갈 때는 전철을 타고, 올 때는 자전거를 탑니다. 이럴 때 우리에겐 서울시 자전거 공유 서비스 '따릉이'가 있어요. 네이버 지도에 '도봉구 따릉이'를 검색하니 무수한 점이 뜹니다. 강연장 가까운 곳에서 '따릉이'를 빌려 먼저 방학천으로 갑니다. 실개천을 달린 후, 중랑천까지 달려요.

가을의 초입이라, 중랑천 자전거길 옆으로 들꽃이 흐드러졌어요. 여름에는 더워서 한동안 자전거를 타지 못했어요. 이렇게 일 나온 김에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귀가하니 좋네요. 

중랑천을 따라 달리다 한강을 만납니다. 오른쪽으로 가면 옥수역이나 잠수교 건너 고속터미널역이 나옵니다. 고속터미널역 따릉이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반납해도 되지만, 오늘은 주말이니 왼쪽으로 길을 꺾어 서울숲으로 향합니다.

서울숲에서 아기 노루에게 먹이를 주는 아이들을 보고, 꽃밭에서 인증샷 찍는 커플들을 봅니다. 가족 나들이나 데이트 나온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저도 주말 오후 여유를 함께 즐기는 기분입니다. 이제 서울숲 전철역 앞에서 따릉이를 반납합니다.  


방학천에서 서울숲까지 라이딩 시간은 1시간 45분입니다. 서울에서 자전거 여행이 목적이라면 따릉이 정기권을 구매할 때 2시간권을 선택하는 편이 좋습니다. 그래야 여유롭게 다닙니다. 1시간권은 출퇴근 때 전철역에서 회사까지 연결하는 단거리 이동으로 적합합니다.  

'쌍문동 청소년 문화의 집' 화장실에서 만난 글귀입니다.

'가정은 사람이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표시할 수 있는 장소이다'

청소년들에게 마음의 위안이 되는 글 아닐까요? 엄마 아빠는 자신을 보고 맨날 뭐라 그러지요. '넌 왜 그렇게 허구헌날 침대에 누워 게임만 하니?' 아이 입장에서는 억울합니다. 집은 내가 가장 편안한 자세로 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에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기 에 학교나 학원은 마음 편한 공간은 아니에요. 유일하게 쉴 수 있는 집에서 쉬는 걸 보고 뭐라고 하면 좀 억울하지요.  

민서와 다니다, 가끔 길에서 저를 알아보고 인사하는 분들을 만납니다. "작가님, 책 잘 읽었습니다!"하고 반가워하시는 분들을 볼 때마다 민서는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하루는 대놓고 물어보더군요. "사람들이 왜 아빠를 좋아할까?" 도통 이해가 안 가는 거지요. 집에서 매일 보는 아빠는 한심하기 짝이 없거든요.

"저 분은 아빠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아빠가 쓴 책을 좋아하는 거야."

가정이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표현하는 장소라면, 책은 가장 훌륭한 나의 모습을 모아놓는 곳입니다. 집에서 가족들에게 인정받는 사람이 되자고 결심하지만, 갈 길이 너무 멀군요. 

날이 선선해지고 있어요. 주말에 가까운 곳으로 가벼운 여행을 떠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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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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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리아리짱 2019.09.19 07: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식PD님 아리아리!

    일과 놀이를 접목하시는 피디님!

    '따릉이 써비스'를 새롭게 또 알려주시네요!

    요즘 저의 가장 많은 생각 비중은 블로그 글감이랍니다.
    주말여유 시간은 글감 사냥을 위해 약간의 압박감을 가지며
    집중해서 독서를 하고 있고요. 그러니 좋아하는 여행이 자꾸
    뒤로 미루어진답니다. 완전 행복한 고민이죠~!

    추석연휴 책 읽기 대신 딸집으로의 동탄 나들이에서 글감 3개를
    건져 올렸어요. ㅋㅋ
    이젠 날도 시원해 졌으니 독서도 여행처럼, 여행도 독서처럼
    해볼 참입니당!

    참! 저희아들 딸도 저보고 그런답니다.
    엄마는 집에서의 모습과 블로그 글에서의 모습이 너무 다르다나요!
    글에서는 가장 좋은 모습만 담아 놓아서 그런것이겠쥬~! ㅎㅎ

  2. 김밥과 팥빙수 2019.09.19 07: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우! 저 그때 pd님 강연들었던 1인입니다! ^^ 입구에서 자전거 안전모를 들고 열심히 걸어 오시길래 자전거 타고 오셨나? 했었던 기억이 나요. 그때의 강연날이 이렇게 블로그 글로 탄생하는군요! 저는 글쓰기가 매우 어렵고 두려운 일이에요. 그래서 방금도 댓글을 달까 말까 고민 엄청했지요. 댓글 달면 pd님도 반가우시지 않을까 라는 저만의 생각에 이렇게 간단하게라도 pd님 강연에 감사함을 전하네요.
    영어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고, 아이들에게 책도 열심히 읽어주고있습니다! 오늘 하루도 재미있게 보내보려구요!
    감사해요 pd님!

  3. 보리랑 2019.09.19 07: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화만사성'이 이해가 가는 나이입니다. 집에서 자기 기분대로 하지 않고 남에게 하듯이 친절하여, 선순환으로 가족으로부터 얻은 에너지로 성공한다. 이게 쉽지 않은데 피디님은 잘하고 계시는데 가족분들이 더 더 더 하시는 듯요 ㅎ

  4. 나사풀린여자 2019.09.19 08: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람들은 왜 아빠를 좋아할까.

    ㅎㅎ 공감백배입니다.

    사람들은 왜 당신을 좋아할까.
    제가 늘 남편에게 하는 말이거든요.ㅎㅎ

  5. 꿈트리숲 2019.09.19 08: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전거...!!! 언젠가 꼭 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자전거와 부딪치고 다치고 했던
    기억들이 많아서 평생 안타고 살거라
    생각했는데요. 작가님 글 보면서 또 다른분들
    자전거 타고 마실 간 얘기 들으면서
    타고 싶다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집에서 썩은 개그 치는 엄마를 보며 딸이
    그래요. '엄마 이런 거 다른 사람도 알아?'
    하고요.ㅋㅋㅋ
    모르지~~~ 또 그렇다고 알면 어떠냐?
    사람은 이런 면도 있고 저런 면도 있는거
    아니겠어?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요.

    집에선 세상 편한 차림으로 세상 편하게
    그래야 밖에서 격식도 차리고 예의도 차리고
    그러죠.^^
    오늘도 있는 그대로의 사실적 모습으로 댓글
    씁니다.ㅋㅋㅋ

  6. 린스마일 2019.09.19 10: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 통영캐나다 자매언니예요
    둘레길 이야기 나오니 반가워서 글 올려요~~
    김민식 작가님과 둘레길 걷기에서 뵈었습니다!!
    어디에서나 여행자 모드로 변신하는 피디님 멋져요~~~
    저는 자전거를 못타는데 피디님 글을 읽다보면 자전거 배우고 싶어지네요^^;
    유튜브 잘 보고있습니다~~그때 둘레길 걷기하고 커피숍에서
    유튜브 준비중이시라고 하셨는데 꼬꼬독 볼때마다 용기 내신 피디님께 너무 감사드려요!!
    멀리에서도 늘 가까이에서 피디님을 뵙는 기분이라 정말 감사합니다.
    매일아침 피디님 글 한편씩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제게 정말 매일 매일이 선물같네요 ^^

  7. 섭섭이짱 2019.09.19 11: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저 날 기억에 선명해요.
    자전거 타시는 피디님을 만나 너무 반가웠더라는 ㅋㅋㅋ
    그날 걷기나 자전거 타기에 정말 좋았던 날씨였었죠.

    빨리 전국적으로 자전거 공유하는 플랫폼이 생기면 좋겠어요.
    자전거 구입이나 보관이 신경쓰이는데....
    공유하는거면 맘 편하게 걷다 쉬다 자전거 타다 걷다 하는 식으로
    전국일주도 쉽게 할 수 있을거 같은데 말이죠 ^^

    민서 어린이의 말 뭔지 알거 같아요 ㅋㅋㅋ
    그래도 전 피디님의 있는 그대로 모습이 좋습니데이~~~~

  8. 그리움 2019.09.19 11: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간만에 따릉이 타고 싶어져요 ㅎㅎ

  9. 오달자 2019.09.19 23: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앗. 피디님 말씀 듣고 살짝 찔립니다.
    누구 눈치 안보고 유일하게 집이 쉴 수 있는 공간인 아이들에게 핸드폰 하지마라고 잔소리 하는 대한민국 엄마입니다. ㅋㅋ

    출근길도 여행길로 만드시는 신비한 재주를 가지신 피디님~

    저도 요즘 일이 바빠져서 책읽을 시간 확보를 못해서 고민인데요.
    못읽는 다면 듣는 책으로라도 방법을 달리해봐야겠습니다.

    오늘도 재미난 포스팅^
    감사합니다.

  10. 봄처녀 2019.09.20 19: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집에 놀고 있는 자전거를 째려봅니다 이참에 배워봐??

  11. 세라피나장 2019.09.21 08: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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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굿 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