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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노는 인간의 시대

by 김민식pd 2019. 12. 9.

(<꼬꼬독-꼬리에 꼬리를 무는 구독>에 올린 수험생 응원 메시지 영상입니다.)

수능생 여러분, 그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여러분 고생 한 건, 제가 잘 알아요. 제 큰 딸 민지가 여러분과 같은 고3 수험생이거든요. 여러분, 그동안 어른들이 하라는 일을 열심히 하면서 살아왔지요. 어려서 우리말도 서툰데 영어를 배우고, 초등학교 수학도 힘든데 중학교 수학을 선행하고, 수능이 참 어려운 게, 모든 과목을 다 잘해야 하잖아요? 그건 정말 어렵거든요. 네, 제가 공업수학에서 F학점을 몇 번 받아봐서 알아요.

그런데요, 인생에서 모든 걸 다 잘 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어요. 공부를 못해도 먹고 사는데 지장은 없어요. 일을 못해도 됩니다. 잘 노는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가 왔어요. 앞으로 인공지능이 우리보다 더 잘 배우고요. 로봇이 우리보다 일을 더 열심히 할 거예요. 인공지능의 시대는 달리 말하면 ‘노는 인간의 시대’, 즉 노는 게 직업이 되는 시대입니다.

앞으로 인간과 로봇의 일을 구분하는 척도는 재미입니다. 인간이 재미를 못 느끼는 일, 이를테면 단순 반복 작업은 로봇에게 맡겨질 공산이 커요. 재미없는 일은 로봇에게 맡기고 우리 인간은 이제 재미난 일을 찾아야합니다. 로봇이 대체하더라도 내가 좋으면 계속할 수 있거든요. 재미난 일을 찾는 게 앞으로 진로 탐색의 관건입니다.

노는 인간의 시대, 어떤 놀이를 해야 할까요? 제가 놀이를 찾을 때, 3가지 기준이 있어요.

첫째, 나의 즐거움이 타인의 괴로움이 되지는 않는가? 타인의 고통 위에 나의 행복을 쌓지는 말아야 합니다. 도박이 그래요. 내가 돈을 따면, 돈을 잃은 사람은 괴롭겠지요. 내가 돈을 잃으면 나의 가족이 고통 받을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도박은 안 합니다.

둘째, 현재의 즐거움이 미래의 괴로움이 되지는 않는가? 지금은 즐겁지만 궁극적으로 건강을 해치게 되어 미래의 내게 피해가 가는 놀이는 피합니다. 그래서 저는 술 담배를 안 해요.

셋째, 지금은 힘들어도, 언젠가 쉬워지는 일인가? 즉 나의 성장을 가져다주는 놀이인가? 놀수록 사람이 퇴보하는 놀이가 있고, 발전하는 놀이가 있어요. 저는 놀이를 통해 성장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 3가지 기준을 가지고, 제가 찾은 3가지 즐거움이 있어요. 바로 독서, 여행, 연애입니다. 여러분이 10년 후 일을 찾아 떠날 세상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어요. 이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는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탐험을 기꺼이 즐기는 자세입니다. 독서, 여행, 연애의 공통점이 바로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탐험입니다. 책을 한 권 펼치면 끝까지 읽기 전에는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알 수 없어요. 여행, 나를 낯선 공간, 낯선 사람들 속으로 보내는 일이지요. 연애, 특히 더 그래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건 새로운 우주를 만나는 일이거든요.

수능을 마친 여러분, 이제 책을 읽고, 여행을 다니고, 연애를 마음껏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세 가지는 50평생 동안 제가 찾은 저의 놀이고요. 여러분은 이제 여러분의 놀이를 직접 찾아나셨으면 좋겠어요. 그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이제 마음껏 놀이를 즐기시기 바랍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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