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의 정의가 무엇일까요? 돈이 있거나 없거나, 신분이 높거나 낮거나, 일이 있거나 없거나, 사람을 가리지 않고 모두 품어주는 곳. 내게 아픔이 있으면 위로를 해주고, 내게 고민이 있으면 답을 보여주고, 내가 길을 잃고 헤맬 때 길을 일러주는 곳. 제게는 이런 곳이 바로 낙원이에요, 그런 점에서 저의 낙원은 도서관입니다. 매일 낙원에서 책을 읽으며 살아도 원이 없겠어요. 나름 도서관에 대한 애정은 누구 못지않다고 생각했는데요. 이 책을 읽고 겸손해졌어요.

<도서관 지식문화사> (윤희윤 / 동아시아)
문헌정보학자이자 도서관협회 회장이니 도서관에 대한 열정이 남다를 것이라 생각은 했지만, 책에서 보여주는 내공은 깊고도 넓습니다. 

"책이 없으면 신은 침묵하고, 정의는 잠자며, 자연과학은 정체되고, 철학은 불구가 되고, 문학은 벙어리가 되며, 모든 것은 키메리안Cimmerian의 어둠 속에 묻힌다."
지독한 독서광이던 덴마크 의사 바르톨리니의 말이다. 17세기 덴마크의 독서광이 했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책과 역사가 좋았다. 수험생 시절, 담임 선생님의 권유로 당시에 신학문으로 부상하던 '도서관학'을 전공으로 삼았다. 도서관이라면, 지식의 모든 역사가 기록되어 있는 곳이니 책과 역사를 사랑해온 나에게는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그렇게 40년을 오직 도서관을 좇으며 살았다.'
(5쪽 프롤로그에서)

도서관에 대한 저자의 사랑이 470쪽이 넘는 저서 곳곳에 넘쳐납니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저자의 행복과 열정이 온기로 전해지는 기분이에요. 도서관의 역사를 살펴보니, 중세 시대에는 종교 시설에 가까웠어요. 선지자의 말씀을 보관하고, 종교 지도자가 지식을 독점하던 시절이었지요. 유럽의 수도원, 이슬람의 모스크,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이 그 시절의 방대한 도서관입니다. 
수도원 monastery은 '홀로 생활하다'라는 뜻의 그리스어에서 유래했어요. 제게는 도서관이 수도원입니다. 어려서 꿈은 절에 들어가 책읽고 수행하는 삶이었어요. 제가 술 담배 커피를 멀리 하는 이유가 어려서부터 수행자의 삶을 꿈꿔왔기 때문인지도 몰라요. 나이 50에 저는 도서관에서 수행하는 자세로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이것이 지고지순한 행복입니다.
수도원의 책들은 수도사만 읽었고, 모스크의 책은 술탄만 읽었고, 해인사의 경전은 스님들이 읽었다면, 현대에 들어와 민주주의의 발달로 지식은 모두의 공유물이 됩니다. 공공도서관이 등장한 덕에 누구나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어요. (하지만 뒤따른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누구나 글을 읽을 수 있어도, 모두가 책을 읽는 건 아니라는...)

공공도서관의 확산에 지대한 공을 세운 사람이 있어요. 바로 철강왕 카네기! 미국의 갑부지요. 어려서 그는 가난한 탓에 학교를 다니지 못했어요. 방직공장 보조공, 전보 배달원, 증기기관 조수 등의 일을 했어요. 당시 예비역 대령 앤더슨이 장서 400권의 개인도서관을 매주 토요일 밤 노동자에게 개방하자 독서를 통해 경제 지식을 습득하고 인문학적 소양을 축적했어요. 

'카네기는 '재산을 모으면 앤더슨처럼 가난한 소년들에게 기회를 주겠다'고 다짐했다. 
이후 성공한 산업자본가로 세계 최고 재벌이 된 카네기는 '부자로 죽는 것은 수치'라는 소신에 따라 은퇴 후 18년 여생을 자선사업에 몰두하며 많은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
(211쪽)

재산의 90%를 기부했는데요, 그중 많은 돈은 도서관을 짓는데 사용됩니다. 뉴욕 공공도서관의 건립을 지원하기도 했고요. 총 1,689개 공공도서관을 지원했다는군요. 아, 정말 놀라운 이야기네요. 저는 카네기처럼 재산을 모을 자신이 없습니다. 능력도 없고 의지도 없거든요. 짠돌이로 살며 그저 도서관에서 돈 안드는 독서라는 취미를 탐닉할 뿐이지요. 이런 제가 도서관에서 평생 얻은 행복을 갚을 길은 없을까요? 

'아리스토텔레스가 <수사학>에서 주창한 설득의 3가지 요소, 에토스, 파토스, 로고스는 대중에게 공공도서관의 개인적 가치와 사회적 편익을 인식시키고 방문과 이용을 유도하는데 매우 유효하다. 
먼저 에토스는 화자와 관련된 것으로 명성과 권위, 매력과 카리스마, 메시지의 일관성과 진정성 등 인간적 신뢰감을 말한다. (...) 예컨대 국가 지도자나 기업체 대표가 가난하던 시절에 공공도서관을 많이 이용한 경험을 바탕으로 성공했다는 사실을 대중에게 역설하면 설득력이 커질 수 있다. 다음으로 파토스는 화자의 내용이 정서적 호소력을 지닐 때 청자가 표출하는 공감 등 주관적 정념을 말한다. (...) 가령 유명한 문인이 자신의 작품과 연계해 독서 및 도서관과 함께 하는 삶의 가치와 중요성을 진솔하게 표현하고 대중이 그에 공감한다면 파토스가 설득력을 발휘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로고스는 화자가 객관적 사실 또는 논리적 근거에 입각하여 주장함으로써 청자에게 믿음을 주는 설명력을 뜻한다. (...) 이를테면 문헌정보학자가 지역주민에게 도서관이 지적 욕구와 문화적 갈증의 충족, 평생학습 촉진 등을 통해 사회경제적 발전에 기여한 사실을 투입 대비 성과로 계량화하여 제시하는 것.'
(297쪽) 

도서관에 갈 때마다 제 책을 찾아봅니다. 책이 있어도 반갑고, 없어도 반가워요. 누군가 대출해서 읽는 중일 거라 믿거든요. ^^ 더 많은 책을 읽고, 더 부지런히 글을 쓰고 싶습니다. 도서관의 서가에 꽂힐 좋은 책 한 권 남기는 것이 평생의 꿈입니다. 

<도서관 지식문화사> 도서관을 사랑하는 저자의 마음이 담뿍 담긴 책이에요. 

'문자는 눈의 확장이고, 책은 기억의 확장이며, 독서는 사유의 확장이라면, 도서관은 인간다운 삶의 확장이라 할 수 있다. 다양한 독서 자료를 제공하고 지식정보 입수에 기여하며, 사유의 폭을 넓히고 창의력을 촉진하며 평생을 함께해야 할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287쪽)

주말에도 도서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남은 평생 나의 작은 낙원 도서관에서 행복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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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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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리아리짱 2019.12.30 07: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식 PD님 아리아리!
    음~!
    도서관이 지상의 낙원! 공감합니다.^^

    책이 없는 삶, 도서관이없는 삶은
    상상하기 힘듭니다.
    각종 유익한 강좌는 물론 업그레이드 되는 부대 서비스까지!
    도서관이 많아지면 낙원의세계가 넓어지는 것인거죠~!

  3. 제니스라이프 2019.12.30 07: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주로 책을 사서 읽었는데,
    피디님의 블로그를 읽다 도서관 쇄뇌를 당해서~~~ ^^;;;
    이제는 종종 도서관 출타를 합니다.

    도서관 사랑을 부르짖는 이유... 알 것 같아요 ^^

  4. 아프리칸바이올렛 2019.12.30 07: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의 재미있는 북소개와 책 이야기를 듣다보니 어느 새 2019년 마지막 주입니다
    5월부터 블로그에 들어왔는데
    책 읽는 재미가 붙었어요
    전 재밌는 책을 바로 보고 싶어서
    도서관보다 밀리나 알라딘,예스24를 주로
    이용했지만 새해엔 근처 도서관에도 자주
    들려보고 싶어요
    책을 통해서
    불안과 두려움을 도전으로 재미와 즐거움으로 바꾸고 의미를 찾아가는 시간들을 갖고 있어요
    지금 여기에서 낙원을 찾는 날을
    기다립니다

  5. 김주이 2019.12.30 08: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희 사무실 건물에 구립도서관이 들어와서 삶의 질이 올라갔어요.
    예전에도 작은 도서관이 집앞에 있었는데 그것만으로 정말 행복했는데, 이번에 장소를 옮겨 크고 깨끗하게 리뉴얼되서 얼마나 행복한지 모릅니다.
    아이들 책도 제 책도... 읽을거리가 정말 많아요^^
    상호대차서비스도 넘 편하게 잘 되니 진짜 감동감동
    강남구 통합 도서관 만세
    열린 도서관 만세

  6. 오달자 2019.12.30 08: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옛날 제가 다니던 학창시절만 해도 도서관은 공부하러 가는 곳이라 생각했었어요.
    그리고 대학 졸업 후엔 도서관 근처에는 얼씬도 하질 않다가....아이들 때문에 최근10 년간 도서관을 뻔질 나게 다녔는데요
    사실, 나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다니기 시작한 건 피디님과의 만남이후부터였어요.

    피디님 말씀처럼 도서관에서 생활 하는 게 무엇보다도 마음 편하고 행복한 일임을 제 나이 오십을 바라보기전에 알게 된거죠.
    100세 시대 향후 50 년은 지상낙원 도서관에서 행복한 노후를 꿈꿔 보아요~~

  7. 더치커피좋아! 2019.12.30 08: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늘 곁에 있어서 특별한 공간이라
    생각하지 못했는데,
    피디님 글 읽고보니
    저희 가족 모두가 정말 유용하게
    이용하고 있는곳이 도서관이네요^^

    과거를 추억하고 현재를 즐기며
    미래를 계획할수 있는 곳!
    우리가족 도서관~♡

    오늘도 응원합니다.
    피디님~ 파이팅^^

  8. GOODPOST 2019.12.30 09: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의 작은 낙원~ 도서관!
    그곳에서 인간다운 삶을 사는 것이 제가 미래에 꿈꾸는 삶입니다.

    나만의 작은 낙원을 꿈꾸며
    지고 있는 2019년의 끝자락에서
    2020년엔 더 많이 낙원을 방문하리라는 의지를 불태워봅니다.

  9. 보리랑 2019.12.30 09: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향 진주에 책나눔사랑나눔(나눔터)이라는 사설도서관이 있었습니다. 학교 집 외에 갈 곳 없는 우리들은 그곳에서 함께 책읽고 토론하고 풍물도 배웠습니다. 30년을 넘어 한친구의 변호사비도 같이 내주는 우정으로 남아있습니다.

    나눔터를 만들고 운영해주신 분들, 후원해주신 진주시민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10. 브릭 2019.12.30 09: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인간다운 삶의 확장'이라...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뛰는 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 이 말을 곱씹으며 보낼것 같습니다. 도서관의 책 냄새, 지하매점의 커피향기, 사람들의 열기 등이 생각나는 아침이네요. 피디님~ 늘 감사해요

  11. 새벽부터 횡설수설 2019.12.30 10: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독서는 우리에게 생각 할 기회를 준다."

  12. 인대문의 2019.12.30 11: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 책을 읽어주시면 시끄럽다고 그만하라며 자던 아이였는데 지금은 시키지 않아도 틈만 나면 책을 읽는 독서광이 되었습니다. 본인이 원해야 하지, 싫은 걸 억지로 시키면 더 하기 싫어지는 것 같습니다.

    저에게 도서관이 낙원까지는 아니고, 대학교 때 수업 시간 전에 심심하거나 할 것 없을 때 도서관에 가서 쉬는 휴게소 정도였는데 그 습관 덕분인지 책이 좋아져 지금은 도서관이 놀이터처럼 느껴집니다.

    여행을 좋아하는데 도서관 여행을 다녀보는 것도 재미있더라고요. 혹시 pd 님께서 가보셨을지 모르겠지만, 세종시에 있는 세종 도서관에서 저녁때 강연하시고 바로 앞에 있는 호수 공원을 야경으로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야경도 야경이지만 주변에 행복을 만끽하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도서관에 가보면 백발의 어르신들도 여전히 책을 읽으러 다니시는 모습이 보이는데 저도 그렇게 늙고 싶습니다. pd 님도 건강하게 오래 즐기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3. 옥이님 2019.12.30 11: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직 도서관이 그리 평안한 공간은 아니지만
    한해 한해 나이들며 놀거리 읽을거리로 습관만들어가는중입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14. 아빠관장님 2019.12.30 12: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도서관 예찬이네요~^^

    전 책에 막~~~~~~~~~ 밑줄에 메모에 접기에... 별 짓을 다해서 일는 스탈이라.. 도서관 이용이 망설여 지는 게 사실입니다.ㅜㅡ 그래서 전 알라딘 중고서점을 애용하지요~ 살짝 읽다가, 맘에 들면 부담없이 사서 막~~ 별짓을 하거든요!^^

    피디님 책 4권 중 3권은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입양했다는 것은 비밀입니다. ㅎㅎ;;;;;;;

  15. 섭섭이짱 2019.12.30 14: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저는 이책 신간소개보고 이책은 도서관에 가서 읽어야
    제대로 책 내용을 이해할거 같아 찜해놓고 기다리고 있어요 ^^
    다음주에 도서관 가서 찐하게 도서관책에 풍덩 빠져보려고요

  16. 남쪽숲 2019.12.30 15: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의 낙원은 책을 읽을 수 있는 제 골방이죠.
    물론 책은 도서관에서 빌립니다ㅎㅎ

  17. silahmom 2019.12.30 17: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의 낙원은 어디일까? 생각하게 하는 글이네요.
    PD님의 도서관 낙원도 너무 좋네요.
    2020년 제 낙원을 찾는 한해가 되길 바래 봅니다.
    오늘도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19년 좋은 글로 많은 생각의 확장을 열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2020년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18. 타이거맨 2019.12.30 18: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젊었을땐 몰랐네요..
    책읽는 즐거움을.. 그때 알았더라면 나의 인생이 조금은 나은 방향으로 바뀌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나이를 먹으니 생각이 많아지는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일요일이면 도서관으로 향합니다.
    주말에 사람들과의 만남도 중요하지만,반나절 정도는 사유의 시간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제는 고독과 마주하는 시간이 그리 나쁘지는 않네요..

  19. 언제나 봄날 2019.12.30 21: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희 동네에 새로운 도서관이 생겨서
    매주 토요일은 도서관에서 행복하게
    시간을 보낼려고 합니다.

    아직은 도서관이 낙원까지는 아니지만
    혼자서 재미나게 시간을 보낼수 있는
    아지트가 생겨서 너무 행복합니다.

    모두들 2020년에도 변함없이
    행복하세요~^^~

  20. 꿈트리숲 2019.12.31 10: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의 작은(실은 무척이나 큰) 소망이
    하나 있다면 도서관을 짓는 것인데요.
    저 개인에게도 낙원이지만 수많은 사람들에게도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줄거라 믿기
    때문입니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수많은 꿈을
    꾸게 해줄 그곳 지상낙원, 천상낙원...
    꿈트리 도서관!! ㅎㅎ

    작가님의 이전 책, 앞으로 내실 책들
    서가에 다 꼽아놓고 저자 특강하는 상상
    가끔합니다. 꿈은 이루어진다~~~

  21. 2020.01.03 11: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