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호스>를 읽고 블로그에 글을 올렸더니 반가워하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평균의 종말>을 쓴 그 작가로군요!'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평균의 종말>을 찾아읽었어요. 음, 안 읽었으면 후회할뻔 했어요. <다크호스>는 <평균의 종말>의 속편이더라고요.

<평균의 종말> (토드 로즈 지음 / 정미나 옮김 / 이우일 감수 / 21세기북스)
 
저자인 토드 로즈의 소개를 보면, 
'중학교 때 ADHD 장애 판정을 받은 뒤 성적 미달로 고등학교를 중퇴했으나 그 이후 대학입학자격 검정시험을 통과해 지역대학에 입학했다. 야간 수업을 들으며 주경야독한 끝에 하버드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인간발달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어려서 ADHD 판정을 받은 이 분, 지금은 하버드 교수님이에요. ADHD, 언젠가 저 병명을 들었을 때, 그런 생각을 했어요. '시대가 발전하니까, 참 별 게 다 질병이 되는구나.' 70년대 저의 어린 시절, 교실에 산만하고 집중을 잘 못하는 아이도 많았어요. 하지만 그 시절에는 그게 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런 애들도 있는 거지요. 저자는 사람을 평균이라는 잣대에 맞춰 평가하지 말고 각자의 다양성을 봐야한다고 주장합니다. 

'내가 개개인성의 개념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인생에서 번번이 좌절을 겪으며 영문을 몰라 막막해하면서였다. 나는 나름대로 노력한다고 하는데도 매사가 꼬이기만 하는 것 같았다. 열여덟 살 고등학생 때는 GPA 0.9점으로 평균 점수 D-를 받으며 낙제의 쓴맛을 봤다. 그러다 음주 허용 연령도 되기 전에 아내와 아들을 부양하느라 10가지나 되는 최저임금 일자리를 이리저리 전전했다. 스물한 살에는 아들을 하나 더 얻게 됐다. 인생이 밑바닥까지 추락했을 때는 생활보호 대상자로 전락한 상황에서 시간당 6달러 45센트의 가정방문 간호 보조사로 일하며 관장을 하러 다니기까지 했다.
주위 사람들은 열이면 아홉은 내가 문제라고 했다. 나를 게으르고 한심한 아이로 취급했고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문제아'라는 핀잔이었다. (...) 하지만 가장 밑바닥으로 추락해 있던 순간에도 나는 이런 평가가 어쩐지 부당하다는 느낌을 떨치지 못했다. 진정한 나와 세상 사람들이 바라보는 나 사이에 커다란 괴리가 있는 것 같았다.'

(위의 책 36쪽)

학교 교사였던 아버지 역시 저를 항상 문제아라고 평가하셨어요. '너처럼 소설나부랭이만 읽는 놈은 세상에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요. 1990년에 울산시립남부도서관에서 다독상을 받고 위로를 얻었어요. 책을 많이 읽는 걸로 상을 받다니! 나를 무시하는 사람의 말에 상처받기 보다, 나를 존중해주는 곳으로 가자고 생각했어요. 그때 느꼈어요. 남은 평생 도서관에서 책만 읽으며 살아도 좋겠다고.

2015년, 나이 50이 다 되어 다시 상처를 받습니다. 노조 활동을 이유로 드라마국에서 쫓겨났어요. 마치 회사가 '너는 우리에게 쓸모없는 인간이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괴로웠어요. 다시 도서관을 찾아가 책을 읽었습니다. 2016년 한 해 동안 블로그 독서일기로 250권의 리뷰를 올렸어요. 한국 성인 평균 독서량 8.3권이니 나는 평균에서 한참 벗어난 사람입니다. 그런데요, 평균이 무슨 소용이에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그만이지. 

미국은 다민족 이민자 사회입니다. 2차 대전 후 유럽대륙에서 유입된 이민자가 많은데요. 이들을 빠르게 미국 산업 현장에 투입하기 위해서는 표준화 교육이 필요했어요. 시스템에 사람을 맞추는 교육입니다. 

'개인은 장소와 시간을 거치며 진화하는 고차원 시스템이다.'

고등학교 진로 특강가서 아이들에게 늘 이야기하죠. 10대의 공부로 인생이 결정난다고 생각하지 마라. 나이 스물에 어느 대학, 어느 학과에 다니느냐로 삶이 결정날 만큼, 인생이 단순하지는 않다고요. 학교 교육이 끝나고, 나이 서른, 나이 마흔에도 공부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사람은 시간과 장소를 거치며 꾸준히 발전하거든요.

'(우리 모두의 꿈은) 자기 나름의 관점에 따른 최고의 자신이 되고자 하는 꿈이자 자신이 정한 기준에서의 훌륭한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꿈이다. 노력을 쏟을 만한 가치가 있는 꿈이다. 그리고 이루기 어려운 꿈일테지만 지금 현재야말로 그 어느 때보다 그 꿈의 실현에 가까이 다가와 있다. 이제 더는 평균의 시대가 강요하는 속박에 제한당할 필요가 없다. 이제는 시스템에 대한 순응이 아니라 개개인성을 중요시함으로써 평균주의의 독재에서 해방돼야 한다. 우리 앞에는 밝은 미래가 펼쳐져 있으며 그 시작점은 평균의 종말이다.'

(273쪽)

<평균의 종말>이 문제아 출신 하버드 교육학자가 학습에 대해 쓴 이야기라면, <다크호스>는 학교 시스템에서 실패한 이들이 직업에서 성공을 거둔 방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평균의 종말>과 <다크호스>를 이어서 읽으면 희망이 보입니다. 남은 인생 재도전해야겠다는 결의를 다지게 될지도 몰라요.  '자신이 정한 기준에서 훌륭한 삶을 살겠다'는 꿈을 포기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자신의 삶에 대한 예의를 차리기 위해, 이번 한 주도 화이팅입니다!


Posted by 김민식pd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이전 댓글 더보기
  2. 아리아리짱 2019.11.18 07: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식PD님 아리아리!

    <평균의 종말>을 읽고 기존 생각의 틀을 깨고
    사고가 확장 되는 느낌이 컸었습니다.
    <다크호스> 얼른 읽어봐야 겠어요.

    자신의 삶에 대해 예의를 차리기 위해
    저도 분주히 털고 일어나는 한 주로 노력하겠습니다. ^^

  3. 아프리칸바이올렛 2019.11.18 07: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옷 85,90,95,100이 다 내 몸에 잘 맞는
    사이즈가 아니듯 때론 대충 맞지만
    사람들 명의라고 나온 사람들 이야기를
    신봉할 때마다 다 다른 체질,먹는 것도,
    생각도 다르고 수면패턴도 다 다른데
    어떻게 다 따를 수 있지 신기해했죠
    좋아하는 것,꿈이 다 다른 학생들 모두에게
    우리는 똑같이 공부시키니 국어,영어,수학이
    싫거나 못할 때는 돈 받고 일할 때도
    재미없는 일에는 집중이 잘 안 되던데
    생각이 자꾸 다른데로 도망가는게 당연해
    보여요 과연 누가 문제였을까
    근데 문제는 표준화 교육,평균에 너무 익숙하고
    잘 따라오다 보니 내가 누구인지,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잘 모르고 살아왔네요
    눈 떠서 공짜로 주는 세상을 먼저 찾는건
    아마도 내가 누군지,내가 좋아하는 걸
    최선을 다해,최고의 내가 되도록 노력하는
    피디님 보면서 나 역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서일겁니다
    평균의 종말 좀 더 일찍 만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지금이라도 가장 빨리 읽어야겠어요


  4. 콩여사 2019.11.18 07: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스템과 사람이 공존하는 것. 그리고 그 적정성을 가늠하는일. 그러한 생각을 겸비하여 실행해보는 자세. 출근길 생각해봅니다..

  5. 더치커피좋아! 2019.11.18 08: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누구나 시간과 장소를 거치며
    꾸준히 발전할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 인생을 남에게 평가받으려 하지말고,
    내 자신이 인정하는 나의 삶을 즐겁게 살자!

    즐거운 나의하루 시작!
    피디님~파이팅!^^

  6. 오달자 2019.11.18 08: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삶에 있어서 평균이라는 건 참...잔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성적도 평균미달이면 의기소침해지고 연봉도 평균미달이면 주눅들게만들고 사는 집.자동차.기타 등등 무엇을 기준으로 평균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는지 모르는 이 사회 구조가 많이도 잘못됐다고 생각이 됩니다.

    사람은 각 자 타고난 소질과 능력이 다양한건데 모두들 똑같이 살으라고 강요합니다.
    저 또한 무의식중 그런 의식이 지배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각 자의 삶을 존중하며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하게 살아갈 때 비로소 개개인의 행복 또한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7. 아솔 2019.11.18 08: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도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8. 나겸맘 리하 2019.11.18 08: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전 EBS에서 학습관련프로그램 중 토드로즈의 일상을 담아냈던 것이 있었거든요.
    아놀드 슈왈제네거 닮은 모습에 동생인줄 알고 지켜봤다가 그의 삶에 크게 감동했어요.^^
    웃을때 여전히 소년의 천진난만함을 가진 그가 학교 선생님들에게는 문제아로 낙인찍혀
    학창시절 내내 힘들어 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데 참 슬프더군요.

    어릴 때의 성적이나 평가로 전인생을 단정지어 버리는 사람들에게
    통쾌한 어퍼컷을 날리는 '평균의 종말'은 참 고마운 책이었어요.
    토드로즈나 피디님처럼 어릴 때 공부로 인생 결정나지 않는다고,
    평균같은 것 없으니 때와 장소를 가리지 말고 하고 싶은 공부 천천히 하라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아이들의 학교 선생님이시라면 얼마나 좋을까....생각해봅니다.
    피디님 퇴직하신 후 '아이와 어른이 함께 성장하는 학교' 교장샘을 하시면 어떨까요?^^
    즐거운 한주 되시길 바랍니다~

  9. 책잇 2019.11.18 09: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같은 책을 읽은 하늘과 땅차이 "최고급 후기"네요
    역시 책을 많이 읽으시는 분의 후기는 눈에 쏙쏙 들어오는군요~
    책 한 권의 후기에 인생까지 녹아내시는...
    엄지척 입니다.
    '꼬꼬독'도 늘 잘 챙겨보고 있어요~
    늘 감사드려요~

  10. GOODPOST 2019.11.18 09: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개인은 장소와 시간를 거치며 진화하는 고차원 시스템이다.
    그렇기에 자신이 정한 기준에서 훌륭한 삶을 살겠다는 꿈을 포기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중요한 선택을 해야하는 시점에서 용기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자신의 삶에 예의를 차리기위해 도전하는 하루 되겠습니다.

  11. 애벌레 2019.11.18 09: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평균의 종말. 사놓고 일때문에 손도 못대고 있었는데~
    오늘부터 조금씩 읽어보야 겠습니다. 이제는 매일 PD님 블로그에 들어와서 힘을 얻고 갑니다. ^^
    저도 다 읽고 댓글로 짧게 서평을 써보겠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

  12. 코코 2019.11.18 10: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평균의 종말, 다크호스를 너무 인상 깊게 읽었어요.^_^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였던 평균이라는 기준이 얼마나 개개인의 특성을 지우고 깎고 있는지
    알게 됐답니다. 그리고 저 자신도 돌아봤고요.
    늘 피디님 블로그에 들러서 독서의 즐거움에 공감하며 에너지를 얻고 있답니다.
    특히 마음의 기운이 떨어졌을 때 더욱 찾게 되네요.
    이렇게 꾸준히 글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13. boderless Nomad_MK 2019.11.18 10: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신의 삶에 대한 예의를 차리기 위해, 이번 한 주도 화이팅" 하겠습니다~ 요 문구 주간 다이어리에 적어놓고 매일마다 상기할께요^^ 감사합니다!

  14. 보리랑 2019.11.18 11: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 서평으로 다 읽은 느낌이라 책이 안당겨요 ㅎㅎ 내 자식은 평균을 벗어나서 살았음 좋겠다 했는데, 큰딸이 막상 자의반 타의반으로 자퇴하고 방황하니 그 보기 싫던 교복이 이뻐 보이더라구요.

    독서마일리지 그게 뭐라고 하냐고 핀잔 준게 미안하네요. 딸 둘 다 평균을 한참 벗어났지만 붓다액팅스쿨 하며 템플스테이도 다녀오고, 내년에 무슨 일을 벌일까 회의하고, 인문학 실컷 해보겠다 하니 제 앞가림(?)은 하고 살거라 맘이 놓입니다.

    ADHD 갱년기 골다공증. 병 아닌걸 병으로 규정하여 약을 팔아먹는다는 비난도 있지만요. 요즘 워낙 공기 음식 오염되어 필수영양소를 소모시켜 버리니 증상이 심해지는 면도 있어요ㅠ

  15. 새벽부터 횡설수설 2019.11.18 11: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 너무 감사합니다.
    <다크호스> 꼭 읽고, 제 블로그에 '북터뷰'란에 리뷰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희망을 주시네요. 너무너무 감사해요.ㅎㅎㅎ

  16. 새벽부터 횡설수설 2019.11.18 11: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도 이번 한 주 화이팅입니다!!

  17. 빛나는별 2019.11.18 15: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평균의 종말을 읽고 정말 충격 받았어요. 평균이라는 개념이 인간을 인간으로 보지 않았던 어떤 사람의 잘못된 시선에서 출발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무엇보다도 평균에 대해 너무나 당연히 여기던 제 사고방식과 가치관이 망치로 얻어맞은 기분이었거든요. 주변이 와장창 깨지는 느낌이었어요. 교육직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아이들에게 몹쓸짓을 하고 있었다는 죄책감도 들었어요. 못해도 중간만 가면 된다는 말 대신, 수학 점수가 평균보다 낮으니 보충수업이 필요하다는 말 대신 아이들 하나하나를 다크호스로 키워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어려운 일이지만 조금씩 바꿔나가면 10년 후에는 꽤 많은 변화를 이루어낼 수 있지 않을까요.

  18. 미니마우스 2019.11.18 18: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부분에 대해 답을 주시는 것 같아 댓글로 감사한 마음을 남깁니다. 자신이 정한 기준으로..훌륭한 삶을 살겠다.. 개개인의 시대가 가속화되면 어떨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평균의 종말은 꼭 읽어보겠습니다. 다꿈에 강의오셨을 때 제대로 인사를 못드려 많이 송구스러웠어요.. 그때 다크호스 이야기도 인상깊었습니다. 언젠가 강연이든 다시 찾아뵙고 꼭 인사드리겠습니다.

  19. 슬아맘 2019.11.19 17: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읽을 책이 자꾸 쌓여갑니다 ^^
    행복하네요.항상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20. 사철나무 2019.11.19 18: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산업화시대에는 어느정도 획일화 표준화 주입식 교육이 효율성이 있었겠지만 지금까지 그런 교육을 하는건 좀 문제가 있다 싶어요.

  21. 섭섭이짱 2019.11.25 03: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한국에서 살려면 어떤 틀(평균)에 맞춰야 하는게 너무 많은거 같아요.
    과연 이 작가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과연 이런 책을 쓸수 있을지도 그렇고.....
    평균의 종말이 한국에는 언제쯤 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