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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나 자신으로서 최고의 삶

by 김민식pd 2019. 11. 18.
<다크호스>를 읽고 블로그에 글을 올렸더니 반가워하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평균의 종말>을 쓴 그 작가로군요!'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평균의 종말>을 찾아읽었어요. 음, 안 읽었으면 후회할뻔 했어요. <다크호스>는 <평균의 종말>의 속편이더라고요.

<평균의 종말> (토드 로즈 지음 / 정미나 옮김 / 이우일 감수 / 21세기북스)
 
저자인 토드 로즈의 소개를 보면, 
'중학교 때 ADHD 장애 판정을 받은 뒤 성적 미달로 고등학교를 중퇴했으나 그 이후 대학입학자격 검정시험을 통과해 지역대학에 입학했다. 야간 수업을 들으며 주경야독한 끝에 하버드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인간발달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어려서 ADHD 판정을 받은 이 분, 지금은 하버드 교수님이에요. ADHD, 언젠가 저 병명을 들었을 때, 그런 생각을 했어요. '시대가 발전하니까, 참 별 게 다 질병이 되는구나.' 70년대 저의 어린 시절, 교실에 산만하고 집중을 잘 못하는 아이도 많았어요. 하지만 그 시절에는 그게 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런 애들도 있는 거지요. 저자는 사람을 평균이라는 잣대에 맞춰 평가하지 말고 각자의 다양성을 봐야한다고 주장합니다. 

'내가 개개인성의 개념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인생에서 번번이 좌절을 겪으며 영문을 몰라 막막해하면서였다. 나는 나름대로 노력한다고 하는데도 매사가 꼬이기만 하는 것 같았다. 열여덟 살 고등학생 때는 GPA 0.9점으로 평균 점수 D-를 받으며 낙제의 쓴맛을 봤다. 그러다 음주 허용 연령도 되기 전에 아내와 아들을 부양하느라 10가지나 되는 최저임금 일자리를 이리저리 전전했다. 스물한 살에는 아들을 하나 더 얻게 됐다. 인생이 밑바닥까지 추락했을 때는 생활보호 대상자로 전락한 상황에서 시간당 6달러 45센트의 가정방문 간호 보조사로 일하며 관장을 하러 다니기까지 했다.
주위 사람들은 열이면 아홉은 내가 문제라고 했다. 나를 게으르고 한심한 아이로 취급했고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문제아'라는 핀잔이었다. (...) 하지만 가장 밑바닥으로 추락해 있던 순간에도 나는 이런 평가가 어쩐지 부당하다는 느낌을 떨치지 못했다. 진정한 나와 세상 사람들이 바라보는 나 사이에 커다란 괴리가 있는 것 같았다.'

(위의 책 36쪽)

학교 교사였던 아버지 역시 저를 항상 문제아라고 평가하셨어요. '너처럼 소설나부랭이만 읽는 놈은 세상에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요. 1990년에 울산시립남부도서관에서 다독상을 받고 위로를 얻었어요. 책을 많이 읽는 걸로 상을 받다니! 나를 무시하는 사람의 말에 상처받기 보다, 나를 존중해주는 곳으로 가자고 생각했어요. 그때 느꼈어요. 남은 평생 도서관에서 책만 읽으며 살아도 좋겠다고.

2015년, 나이 50이 다 되어 다시 상처를 받습니다. 노조 활동을 이유로 드라마국에서 쫓겨났어요. 마치 회사가 '너는 우리에게 쓸모없는 인간이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괴로웠어요. 다시 도서관을 찾아가 책을 읽었습니다. 2016년 한 해 동안 블로그 독서일기로 250권의 리뷰를 올렸어요. 한국 성인 평균 독서량 8.3권이니 나는 평균에서 한참 벗어난 사람입니다. 그런데요, 평균이 무슨 소용이에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그만이지. 

미국은 다민족 이민자 사회입니다. 2차 대전 후 유럽대륙에서 유입된 이민자가 많은데요. 이들을 빠르게 미국 산업 현장에 투입하기 위해서는 표준화 교육이 필요했어요. 시스템에 사람을 맞추는 교육입니다. 

'개인은 장소와 시간을 거치며 진화하는 고차원 시스템이다.'

고등학교 진로 특강가서 아이들에게 늘 이야기하죠. 10대의 공부로 인생이 결정난다고 생각하지 마라. 나이 스물에 어느 대학, 어느 학과에 다니느냐로 삶이 결정날 만큼, 인생이 단순하지는 않다고요. 학교 교육이 끝나고, 나이 서른, 나이 마흔에도 공부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사람은 시간과 장소를 거치며 꾸준히 발전하거든요.

'(우리 모두의 꿈은) 자기 나름의 관점에 따른 최고의 자신이 되고자 하는 꿈이자 자신이 정한 기준에서의 훌륭한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꿈이다. 노력을 쏟을 만한 가치가 있는 꿈이다. 그리고 이루기 어려운 꿈일테지만 지금 현재야말로 그 어느 때보다 그 꿈의 실현에 가까이 다가와 있다. 이제 더는 평균의 시대가 강요하는 속박에 제한당할 필요가 없다. 이제는 시스템에 대한 순응이 아니라 개개인성을 중요시함으로써 평균주의의 독재에서 해방돼야 한다. 우리 앞에는 밝은 미래가 펼쳐져 있으며 그 시작점은 평균의 종말이다.'

(273쪽)

<평균의 종말>이 문제아 출신 하버드 교육학자가 학습에 대해 쓴 이야기라면, <다크호스>는 학교 시스템에서 실패한 이들이 직업에서 성공을 거둔 방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평균의 종말>과 <다크호스>를 이어서 읽으면 희망이 보입니다. 남은 인생 재도전해야겠다는 결의를 다지게 될지도 몰라요.  '자신이 정한 기준에서 훌륭한 삶을 살겠다'는 꿈을 포기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자신의 삶에 대한 예의를 차리기 위해, 이번 한 주도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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