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새내기 유튜버입니다. <꼬꼬독>을 시작한 후, 유튜브의 새로운 기능도 여럿 발견했는데요. 그중 하나가 커뮤니티 기능입니다. 질문을 올리고 대화를 나누는 공간이 있더군요. 꼬꼬독 커뮤니티에서 이벤트도 하는데요. 그중 독자가 책을 추천하는 시간이 있었어요. 고미숙 작가나 김동식 작가처럼 이미 꼬꼬독에서 녹화해둔 (그러나 당시로서는 아직 업로드 되지 않았던) 책이 나올 때는 속으로 '앗싸!'를 외치기도 했어요.

그중 '설레임'이라는 아이디를 쓰시는 분이 올려주신 글.

'충무로의 원석에서 다이아몬드로 거듭나고 있는 타짜의 주인공. 매력적인  배우 박정민의 '쓸 만한 인간' 을 추천합니다

PD님이 이책을 어떻게 소개해 주실지 벌써부터 궁금해 집니다^^

* 연예인이 쓴 책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을  한방에  날려줬던 배우 하정우의  '걷는 사람 하정우'를 재밌게 읽었습니다. 재능이 많은 매력 넘치는 이 두배우... 도대체 못하는게 뭘까요?'

라는 글을 보고 서점에 달려갔어요. 

<쓸 만한 인간> (박정민 / 상상출판)

배우와 피디들이 쓰는 책을 읽으며 업계 사람들의 애환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연기를 해보겠다고 극단에 들어간 2005년, 극단 형과 함께 포스터를 붙이다가 가슴에 꽂히는 한마디를 듣게 됐다. 
"너같은 놈 많이 봤어. 발 좀 담그는 척하다가 다 없어져."

(18쪽)

96년에 MBC 면접을 봤을 때 어느 선배님은 제게 불합격 점수를 주셨대요. "공대 나와서 영업하다 2년만에 그만 두고, 다시 통역대학원 갔다가 2년만에 직업을 바꾼다는 친구니, 아마 진득하게 일을 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요. 뜨끔했어요. 저는 사실 싫증을 잘 내는 편이라, 마음에 안 들면 금방 그만두거든요. 그때 다른 심사위원들이 좋은 점수를 주신 덕에 운 좋게 입사했는데요. (똑같은 걸 보고 2가지 평가가 나올 수 있어요. '꾸준함이 없다 vs.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걸 좋아한다.') 그 선배님은 저를 볼 때마다 "너 언제 그만둘 거야?"하시며 제 오기를 발동시켰지요. 속으로 그랬어요. '선배님보다 이 회사, 더 오래 다닐 겁니다.' 박정민 배우도 선배의 그 한마디가 오히려 동기부여가 되었다고 하는군요. 박정민 배우는 평범해보이는 외모 탓에 굴욕을 겪기도 합니다.

'야외 촬영 중에 액션을 기다리며 집중하고 있는데 본인 앞으로 승용차 한 대가 살포시 정차하고 창문이 징 내려간다. 아주머니 왈,
"여기 이렇게 길을 막고 촬영하시면 안 되죠. 아저씨."
"네?"
"여기 사는 사람도 생각해주셔야죠. 왜 길을 막고 찍어요."
"그렇죠. 저 사람들 이상하죠. 저도 지금 그 생각하고 있었어요."
"스태프 아니구나. 죄송해용."
"아닙니다. 제가 경찰서에 신고할게용."

못하는 것도 없지만 잘하는 것도 딱히 없는, 잘생기지 않았는데 개성 있게 생겼다기엔 한 끗이 부족한, 못돼 처먹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저걸 착하다고는 할 수 없는, 아주 애매한 선상에 위치한 인간, 이른바 과도기적 인간, 나쁘게 말하면 그냥 좀 찌질이 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다.'

(66쪽)

책 읽다가 혼자 큭큭거리며 웃었어요. '배우의 이런 자학 개그, 좋아!' 옛날에 논스톱 촬영할 때, 그날 처음 나온 어느 배우의 코디가 제게 와서 "다음씬은 뭐 찍나요?"하고 물어보기에 친절히 설명해줬더니, "그런데 여기 감독님은 어디 계시죠?"라고 해서, 옆에 있던 조연출이 "아니, 그걸 왜 감독님한테 가서 물어보세요. 죄송합니다, 감독님."하고 황급히 데려갔던 적이...... ㅋㅋㅋ 그 코디는 아마 '촬영장에 왠 이주민 노동자가 다 있나?' 했을 지도... 

'영화를 참 좋아했다. 그래서 많은 영화를 보려고 노력했던 것도 같다. 고등학교 기숙사에서 나와 몰래 교실에서 비디오를 보기도 하고, 한자리에서 네다섯 편의 영화를 보기도 하고, 영화가 보고 싶어 영화제 자원봉사를 한 적도 있었다. 그렇게 자연스레 영화를 전공하게 되고 또 그러면서 연기를 하게 됐다. 그런데 참 웃기게도 영화가 전공이 되고 연기가 직업이 되다 보니, 영화를 즐기기보단 판단하고 평가하면서 보는 일이 잦아졌다. 

물론 모든 일이 다 그럴 것이다. 자신의 전공에 있어서는 관대한 시각을 갖기가 대부분 어렵다.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자연스레 틈을 찾고 흠을 찾는다. 어쩔 수 없이 그것들이 보이기 마련이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나도 모르게 '이건 이래서 좋다.'보다 '이건 이래서 별로다.'를 기준으로 삼고 있었다.'
 
(123쪽)

취미를 직업으로 삼지 말라는 말은 그래서 나왔나봐요. 직업이 되는 순간, 순수하게 즐기는 게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저는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각인을 시킵니다. '나는 이걸 (드라마 연출, 책 쓰기, 강연) 전공하거나 직업으로 시작한 사람이 아니다. 좋아서 시작한 일이니, 즐기는 편이 나아.'

영화 <변산>을 보며, '오, 저 배우 진짜 래퍼같애!'했는데요. 박정민 배우, 랩하듯이 글을 씁니다. 좔좔 읽힙니다. 술술 읽히는 게 아니라, 그냥 좔좔~~~ 글을 쓴 사람의 얼굴을 알고, 그의 목소리를 아니까, 머릿속에서 그의 이야기가 좔좔 흘러갑니다. 독서의 순수한 즐거움을 맛보게 해 준 책이었어요. 

추천해주신 '설레임'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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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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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compathy 2019.11.11 07: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시나 글 맛 참 좋습니다. ^^

  3. 보리랑 2019.11.11 07: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피디님은 아닌건 빨리 접는 사람'에 한표~ '내삶에 중심을 잡고 남에게 휘둘리지 않는 사람'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람=추진력 짱'

    저는 울적하다가도 수업하면 힘이 나요. 공부나 일에 크게 슬럼프가 없는게 신기해요. 모순이긴 하네요. 슬럼프가 없었다면 뭐라도 이루었어야 하는데 ㅎㅎ 곧 될 겁니다. 늦게 피는 꽃도 아름답다 하니 다행예요

  4. 콩여사 2019.11.11 08: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침마다 출근길에 피디님 글을 읽는데요..
    마음이 정갈해지고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 의미있습니다. 방금도 글을 읽으며 생각해보게 되네요.. 박정민 배우님이 쓴 글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확실해진다는..

  5. 오달자 2019.11.11 08: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앗!
    영화 "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자폐아 피아니스트로 나오셨던 그 분이네요!
    어머나~~책도 내셨어요?

    영화를 찍기전에 단한번도 피아노를 배운적이 없었다는 배우가 대역 한번 안쓰고 본인이 직접 연주했다는 거에 굉장히 충격이었어요.ㅠㅠ
    음악을 전공한 한 사람으로써 부끄럽기 그지 없더라구요.ㅠㅠ

    어머~~이 배우 볼매네요~
    한 주를 시작하며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6. 아리아리짱 2019.11.11 08: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식PD님 아리아리!

    동주에서 '박정민 배우' 기억에 남았습니다.
    이 책 챙겨서 읽어 봐야겠어요.!
    자신의 전공, 직업에 '틈'과 '흠'을 찾기 쉽다에 공감갑니다.
    좋아하고 즐기는 일로 삼으려 애쓰는 날 될터입니다. ^^

  7. namhoiryong 2019.11.11 09: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그것만이 내 세상' 영화를 보고
    박정민 배우가 보이더라구요.
    자폐증 연기를 하면서 '네' 한마디로 많은 걸 표현하는데 인상에 남았어요.
    책제목부터 의미심장~
    저도 꼭 읽어 보겠습니다~*

  8. 아프리칸바이올렛 2019.11.11 09: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것만이 내 세상 이병헌,윤여정 같은
    대배우 곁에서도 존재감이 도드라졌던
    이 배우의 시작도 선배가 하지마
    였군요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 있을 때
    옆에서 하지말라고 하면 귀 막아야겠다

    또 한 주의 시작
    피디님 글을 읽고 시작하니
    불치병인 월요병도 좀 나아지네요

  9. GOODPOST 2019.11.11 09: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쩌면 보통의 사람들은 박정민배우처럼 아주 애매한 선상에 위치한 인간이
    많을 것 같습니다.
    과도기적 인간이라고 박정민 배우는 표현했지만
    그는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쓸만한 인간"이 되는 과도기 인간이네요.
    ,,,어쩌면,,저도 그런 인간에 비슷하지만, 좀더 성장하는 인간이 되도록 오늘도 성실히 보냅니다.
    좋은 책 추천해주셔서,,감사드립니다.

  10. 섭섭이짱 2019.11.11 11: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이 배우 정말 다재다능하죠.
    배작가 책들은 잘 안사는데
    <걷.사.하> 이후 이책은 샀더라는..
    대신 책은 다 못 읽었어요. ㅋㅋㅋ

    피디님... 박정민 배우 좋아하시면...
    운영하는 책방 함 가보셔요 합정역과 상수역 사이라던데..
    생각난김에 이번주에 함 놀러가야겠어요.
    박정민 배우 사인도 받을겸 ^^

  11. 묭수니 2019.11.11 13: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에세이 장르의 책을 좋아하는데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12. 새벽부터 횡설수설 2019.11.11 14: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은 책을 정말 폭넓게 읽으시네요!~
    저에게 소원이 하나 있다면 책을 빨리 읽는 거예요.
    제가 다독가가 못 되지만 내심 이 세상에 좋은 책들을 다 못 읽고 생을 마감하면
    굉장히 아쉽겠다라는 생각이 문득 문득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1년에 200권! 부러워요^^

  13. 제이비 2019.11.11 15: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이 책 사둔 상탠데 추천까지 들으니 빨리 읽어야겠습니다!

  14. 아빠관장님 2019.11.11 16: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피디님의 맛깔나는 추천으로 인해 배우 김정민이 너무나 궁금해 찾아봤습니다. 혹시 제가 아는 연예인 인가하고요. 그런데... 모르겠어요 ^^;; 혹여 작품을 본 적은 있나 해서 봤더니만.. 역시나 모르겠네요..
    집에 TV를 없앤지 10년 가까이 되었고, 그 사이 세 아이의 육아로 영화관람 등의 문화생활도 못 했더니만.. ㅎㅎ;; 통 모르겠네요.

    하지만! 책은 많이 관심 갑니다! 말씀처럼 술술~ 읽히는 책이 최고의 책인 거 같아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15. 나겸맘 리하 2019.11.11 22: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꾸준함이 없다 VS 도전을 좋아한다.
    하나의 사건도 어떻게 해석하냐에 따라서
    개인에 대한 평가가 천지 차이로 갈리네요.
    점수를 알아서 잘 주신 심사위원님들의 안목이 높습니다~

    박정민 배우 연기뿐 아니라 글솜씨도 뛰어난 분이었군요.
    능청과 임기응변을 섞어 승용차 아주머니 대하는 태도도
    참 재치있고 매력적이네요.
    자기 자신이... 지나가는 행인으로, 또는 이주민 노동자로
    호명되어도 상관않는 저자들.
    스스로를 변신시키는데 주저함이 없는 저자들이 쓴 책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것 같습니다~

  16. 김주이 2019.11.11 22: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책도 정말 재밌을것 같아요.
    리스트에 올려봅니다.

  17. 봄처녀 2019.11.11 23: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박정민 배우를 생각하며 그얼굴 표정 웃는 모습등 ~~
    피디님 글을 읽으니 정말 재밌게 읽히는데요~~^^
    피디님께도 박정민배우께도 설레임님께도 감사드립니다~~

  18. SORA& 2019.11.12 07: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책과 밤 낮...한 번 가보고 싶네요...^^
    배우들이 쓰는 책, 작가들이 하는 동네책방...

  19. freewizard 2019.11.13 13: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책 소개해주셔셔 감사해요

  20. 빛나는별 2019.11.13 17: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박정민 배우님이 운영하는 책과밤낮 서점에도 가보고 싶어요~ 쓸만한 인간이 되고 싶었으나 아직도 많이 부족하고 반성중이라는 겸손한 인터뷰 영상이 기억에 남아요.

  21. workroommnd 2019.12.10 13: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도서관에서 이책 빌려 읽고 있는데, 혼자 읽다가 정말 큭큭큭 거리기 일쑤네요.
    가볍고 약간 병맛? 같다가도 마냥 가볍지는 않게 중도를 지키네요.
    배우로서 별 관심이 없던 사람이었는데, 이 책 읽고서는 아주 흥미롭게 관심이 가지네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