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의 소속감>을 읽고 김응준이라는 4년차 공무원 작가가 궁금해졌어요. 저는 기본적으로 직장인 작가를 좋아해요. 직장 생활과 글쓰는 삶을 병행하는 이들을 보면서 배웁니다. 그의 첫 책을 찾아 읽었어요.
<산만한 사람을 위한 공부법> (김응준 / 김영사)
저자소개부터 눈길을 끕니다.
'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했지만, 문과 공부에 싫증을 느껴 5급 공채(기술)에 응시했다. 공부한 지 100일 만에 합격했다.
'이놈의 세상은 나한테서 집중력을 앗아가 놓고 어쩌자고 공부를 시켰을까?' 원망하며 이불 속에서 펑펑 울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운다고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나와 합이 맞는 공부법을 찾기 시작했다. 비교적 짧은 시일 내에 최종 합격한 건 순전히 울다 터득한 공부법 덕분이다.'
저자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산만하다는 이유로 선생님에게 뺨을 맞았답니다.
"넌 애가 왜 이렇게 산만하니? 그래서 공부하겠어? 어휴 정신 사나워."
집에 돌아와 방에서 나오지 않으니 부모님이 묻습니다.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냐고.
'학교에서 떠들다 혼났다며, 산만하면 공부 못하는 거냐고 부모님께 물었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산만해도 괜찮아. 사람마다 개성이 다를 뿐이지, 장단점이 따로 정해져있지 않단다. 공부는 하기 나름이니 잘할 거라고 믿는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때 만약 학교에서는 떠들면 안 된다고 부모님마저 나를 나무랐다면, 그렇게 학교에서 혼나고 집에 돌아와 다시 혼나는 날들이 반복됐자면 스스로를 '고장난 물건'이라 여기며 평생을 살았을 지 모른다.'
(위의 책, 20쪽)
아이를 통제의 대상으로 보느냐, 애정하는 상대냐, 그 차이지요. 반응이 거꾸로인 경우가 더 많아요. 부모가 아이를 통제의 대상으로 보고, 교사는 아이에게 집착하지 않으니 객관적으로 평가합니다. 그런 부모를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네, 스무살까지 기다렸다가 집을 나오면 됩니다.
저자에게 한 살 아래 남동생이 있는데, 서울대를 나와 박사 과정을 밟고 있대요. 집중을 잘해서, 저자 자신이 얼마나 산만한지 잔혹하게 알려준 사람이랍니다. 동생은 차분하기에 공부를 잘 하고, 본인은 산만하기에 공부에서 뒤처진다고 생각했대요.
'동생은 내가 이렇게 열등감에 괴로워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궁금했는데 그 오랜 궁금증이 얼마 전에 풀렸다. 한번 읽어봐 달라고 부탁한 내 글을 동생이 읽더니 문자를 보내왔다.
"형! 기회가 되면 얘기하고 싶었는데, 어렸을 때부터 나 때문에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는 거 같더라. 안 그래도 됐을 텐데, 나처럼 차분하게 한 가지에만 집중했다면 이렇게 직장에 다니면서 책을 써 내지 못했을걸? 항상 응원할게! 파이팅!"
역시,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25쪽)
제가 청춘 시트콤 <뉴논스톱>을 연출할 때, 다음 카페에 연출일기를 올렸는데요. 그걸 보고 뭐라고 하는 선배도 있었어요. "넌 피디가 방송에 집중해야지, 왜 자꾸 글을 쓰고 그러니?" 제가 좀 산만해서 그래요. 같은 일을 오래 하면 싫증을 느끼거든요.
독서가 좋은 이유는, 책의 세계도, 저자의 세계도, 무궁무진합니다. 독서에 빠지면 지루할 틈이 없어요. 어쨌든 그 시절에 열심히 연출일기를 쓴 덕에 저자 겸 피디가 되었어요. 그때 연출일기를 즐겨읽던 독자 중 한 분이 저를 작가로 만들어준 출판 에이전트거든요.
5급 공무원 시험을 100일만에 합격한 사람답게 시험 공부하는 요령이 총망라됩니다. 객관식 공부법, 서술형 공부법, 면접 노하우 등. 그중 산만한 사람을 위한 면접 노하우 중, 자서전 같은 긴 일기를 쓰라는 글이 눈길을 끕니다. 맞아요. 저 역시 말하기 연습을 글로 합니다. <나는 꼼수다>부터 <김어준의 파파이스>까지 팟캐스트에 많이 나갔는데요. 그때마다 미리 예상 인터뷰 질문을 쓰고 답변을 글로 쓰며 생각을 정리했어요.
5급 공무원 시험을 100일만에 합격한 사람답게 시험 공부하는 요령이 총망라됩니다. 객관식 공부법, 서술형 공부법, 면접 노하우 등. 그중 산만한 사람을 위한 면접 노하우 중, 자서전 같은 긴 일기를 쓰라는 글이 눈길을 끕니다. 맞아요. 저 역시 말하기 연습을 글로 합니다. <나는 꼼수다>부터 <김어준의 파파이스>까지 팟캐스트에 많이 나갔는데요. 그때마다 미리 예상 인터뷰 질문을 쓰고 답변을 글로 쓰며 생각을 정리했어요.
'수험 생활에 돌입하며 나 자신과 한 가지 약속을 했다. 매일 아침 7시엔 책상 앞에 앉아있기로. 그 한 가지만큼은 반드시 지키려 노력했다. 수험생이 몇 시에 공부를 시작하겠다는 단 한 가지 일조차 해내지 못할 바엔 수험 생활을 안 하는 편이 낫겠다는 판단이 섰다. 그것 말고는 몇 시간 앉아서 공부하든 스마트폰을 만지든 가끔 친구를 만나든 신경 쓰지 않았다.'
(129쪽)
정말 귀한 조언입니다. 퇴직 후, 전업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저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매일 아침 블로그에 글 한 편을 올린다는 약속을 스스로와 했어요. 공대를 나온 내가 작가의 꿈을 이루려면 그 정도 노력은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공부는 왜 할까요? 그래야 행복하니까요. 오늘 내가 하는 공부로 내일 내가 행복하기를 소망합니다.일하랴, 운동하랴, 책읽으랴, 산만한 하루하루지만 괜찮아요. 이런 나도 소중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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